<피보다 진한 경영권③>바람 잘날 없는 ‘아들 많은’ 재벌家…‘형제의 난’으로 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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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다 진한 경영권③>바람 잘날 없는 ‘아들 많은’ 재벌家…‘형제의 난’으로 피바람
  • 김하은 기자
  • 승인 2015.08.29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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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내 ‘장자승계 원칙’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재벌 2·3세서 경영권 분쟁 빈번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하은 기자)

▲ 최근 발생한 롯데 사태로 인해 국내 대기업들의 승계 분쟁이 다시금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시사오늘

한국 재벌가(家)에서 벌어지는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 벌어진 롯데 가문의 피 튀기는 ‘형제의 난’은 한일 양국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살벌한 전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번 롯데 사태로 인해 국내 대기업들의 승계 분쟁이 다시금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장자승계 원칙’을 둘러싼 형제들의 냉혹한 싸움, ‘형제의 난’이 바로 그것이다. 유교의 영향을 받은 동양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역사적으로 장자승계 원칙은 널리 인정됐고 지켜져왔다. 그러나 국내 재벌그룹 내에서는 장자승계의 전통이 점차 무너지는 추세다.

롯데家, 대를 이은 형제간 경영권 다툼…가족 연(聯)도 갈라놔

▲ 왼쪽부터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시스

27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국내 자산 기준 40대 그룹사 중 경영권 분쟁을 겪은 그룹사가 18곳에 달한다.

롯데그룹은 이례적으로 2대째 ‘형제의 난’을 치르면서 경영 승계에 따른 형제 간 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롯데 사태는 한일 양국으로부터 매국 기업이라는 오명까지 얻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건의 발단은 그룹의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94)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61)이 누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3)을 앞세워 경영권을 승계를 위한 ‘쿠데타’를 시도한 데에 있었다.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을 해임하고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0) 편에 섰던 일본롯데 이사들을 아버지를 앞세워 해임했다. 하지만 이를 두 손 놓고 바라보고 있을 신 회장이 아니었다. 신 회장과 그의 측근 이사들이 일제히 반발함에 따라 되레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회장직에서 전격 해임함으로써 신 전회장의 쿠데타는 하루만에 막을 내렸다.

이후 지난 17일 일본 현지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은 우호세력을 과시하며 신 전 부회장을 상대로 한 경영권 분쟁에서 완승했다. 그로부터 약 1주일 후인 24일께 신 전 부회장의 롯데그룹 내 마지막 남은 직책인 호텔롯데 등기임원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실상 신 회장이 한일 롯데의 ‘원톱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신 전 회장은 여전히 후계구도의 변수를 남겨두고 반격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업계의 움직임이 나오고 있지만 굳건한 신 회장 체제를 흔들기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부친인 신 총괄회장도 동생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과 한바탕 분쟁을 치른 바 있다.

신 총괄회장은 신춘호 회장과 라면 사업을 놓고 충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에는 신 총괄회장의 만류에도 신춘호 회장이 끝까지 라면사업을 놓지 않으면서 두 사람 사이에 앙금이 생긴 것. 

신춘호 회장은 1965년 롯데공업에서 라면사업을 시작한 이후 사명을 농심으로 바꿨다. 지난 2010년에는 롯데마트가 PB(자체브랜드)상품인 ‘롯데라면’을 출시하면서 롯데와 농심, 형제 간의 ‘라면 전쟁’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금호家, 수년간 끊이지 않는 고소·고발…‘진흙탕 싸움’ 눈살 

▲ 왼쪽부터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뉴시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도 롯데와 마찬가지로 대를 이은 형제 간 다툼이 벌어졌다.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형제 간 ‘끝나지 않은 전쟁’은 이미 재계에서 유명한 일화다. 이들은 지난 수년간 크고 작은 다툼에서 비롯된 소송과 고발, 고소를 남발해 왔다.

고(故) 박인천 창업주의 3남 박삼구 회장과 4남 박찬구 회장은 한때 형제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으나, 2006년 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서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틀어졌다.

그룹의 이 같은 파격적인 인수행보는 결국 그룹 전체를 뒤흔드는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으며 두 회장 사이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박찬구 회장은 2009년 자신이 담당하던 금호석유화학을 살리기 위해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하고 금호석화 지분을 사들여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분리 경영을 추진했다. 이후 2011년 박찬구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계열에서 제외해 줄 것을 신청하면서 형제는 완전히 등을 돌렸다.

이에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을 대표에서 해임하며 동반 퇴진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검찰에 기소됐는데 그 배경에는 박삼구 회장이 있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이들은 남보다 못한 사이로 전락하면서 수년간 각종 법정 분쟁을 치러오고 있다. 양측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간 상표권 소송, △아시아나항공 주식매각청구소송,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 결의 무효소송과 형사고발,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를 고소한 사건 등 수많은 송사로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이어오고 있는 것. 또 지난해 9월 박찬구 회장은 형 박삼구 회장을 4000억 원대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앞서 금호그룹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도 금호타이어의 전신인 삼양타이어를 둘러싸고 동생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효성家, 차남의 반란이 분쟁 씨앗…천륜 등진 ‘형제의 난’

효성그룹에서는 조석래 회장 2세들의 분쟁이 불거졌다.

당초 그룹 창업주인 조홍래 회장이 형제간 다툼을 방지하기 위해 선 긋기를 명확하게 했다. 예를 들어 장남인 조석래 회장에게는 효성을, 차남 양래씨에게는 한국타이어를, 3남인 욱래씨에게는 대전피혁을 각각 배분해주면서 혹여 발생할지도 모를 분쟁을 미연에 방지했다.

하지만 차남의 반란으로 분쟁이 본격화 됐다. 이들 3형제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뒤 비슷한 지분을 가지고 후계구도 경쟁을 치렀다.

그러다 조석래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 조현준 사장과 동생 조현상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그룹 계열사의 배임·횡령 혐의를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고발한 것이 분쟁의 화근이 됐다.

조 전 부사장은 형제들과 함께 그룹 경영 일선에 참여해오다 2013년 2월 돌연 자신과 아들 명의의 효성지분 (7.18%)을 전량 매각했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형인 조 사장을 포함해 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원 등 9명을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가족과 완전히 등을 돌렸다.

조 전 부사장은 고발장에서 노틸러스효성 등 3개 계열사 지분을 가진 조 사장과 해당 계열사 대표들이 수익과 무관한 거래에 투자하거나 고가로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 등으로 회사에 최소 수백억 원의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효성 측은 조 전 부사장의 잇단 소송제기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 4부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두산家, 가문서 제명당하자 경영난에 ‘자살’…비극적 결말도

▲ 왼쪽부터 박용오 두산그룹 명예회장,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 ⓒ뉴시스

두산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사건은 지난 2005년 고 박두병 창업주의 차남 박용오 전 회장이 물러나고 3남인 박용성 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벌어졌다.

박 전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밀려난 것에 반발해 두산산업개발을 자신의 몫으로 계열분리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가족회의에서 거절당한 것. 이에 박 전 회장 측은 동생인 박 회장과 박용만 ㈜두산 부회장(현 두산그룹 회장) 등이 20년 동안 1000억 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냈다.

하지만 이 투서로 박 전 회장은 가문에서 제명됐으며, 급기야 자신이 운영하던 성지건설이 2009년 심각한 경영난을 겪자 스스로 목을 매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낳았다.

담당업무 : 식음료 및 유통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생하게 꿈꾸면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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