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열사 45주기,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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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열사 45주기, 의미는?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5.11.13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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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표 "서로 인간의 정을 나누고 일 속에서 즐거움 느끼는 게 전태일 정신"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오지혜 기자)

▲ 청계천 전태일 열사 동상 ⓒ 뉴시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전태일 열사는 1970년 11월 13일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이같은 구호를 외치며 불길 속에 쓰러졌다.

13일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열사 45주기를 맞았다. 

전 열사는 1948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부산으로 피난갔으나 봉제 기술자였던 부친의 파산으로 1954년 가족이 모두 서울로 올라왔다.

전 열사는 일찍이 부친에게서 재봉 일을 배워 1966년부터는 청계천 평화시장에 재봉사로 일했다. 당시 평화시장은 인근 동화시장, 통일 상가 등 의류 상가와 제조업체가 밀집돼 있었다.

전 열사는 평화시장에서 재봉사로 일하며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영세한 공장들이 모여있는 이곳의 노동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노동자들은 비좁은 공간에 형광등 불빛에 의존, 하루 14간씩 일했다.

환기 장치가 없어서 폐 질환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많았다. 또 '시다'라고 불린 보조원들은 13세부터 17세까지 어린 소녀들로, 초과근무수당도 받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전 열사는 1969년 주변 노동자들에 근로기준법 내용을 알리다 해고 당하기도 했다. 1970년 9월 그는 평화시장으로 돌아와 노동조합 결성을 위해 사업주 대표들과 협의를 벌이려 했으나 행정기관 및 사업주들의 조직적 방해로 무산됐다.

이에 전 열사는 평화시장 앞에서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벌여 근로기준법이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하기로 했다.

이 또한 경찰의 방해로 무산되려는 상황에 놓이자 전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분신을 시도했다. 병원에 실려간 전 열사는 모친에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내가 못다 이룬 일을 대신 이뤄주세요."  

일개 노동자에 불과했던 전 열사의 죽음은 당시 사회에 거대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먼저 학생들이 나섰다. 서울대를 비롯, 고대 연대 이대 성대 한국외대 등이 '전태일 투쟁'에 적극 나섰다.

또 KSCF, 새문안교회 등 기독교단체도 적극 나섰다. 특히 원로 목사들은 '전태일의 뜻 구현을 위한 기도회'를 여는 등 전 열사에 대한 외부의 왜곡된 선전을 바로잡으려 노력했다.

언론도 전 열사의 죽음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당시 조선일보의 한 기자가 전 열사의 일기장을 가족으로부터 입수, 보도해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처럼 전 열사의 죽음은 법의 사각지대 안에서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 노동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였다. 또한 노동자들 스스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나서는 계기가 되었다.

전태일재단 전 이사장이자, 당시 전태일 사건을 알리기 위해 그 중심에 있었던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고난에 맞서 싸운 전 열사의 숭고한 삶이 노동자의 희망으로 승화된 것"이라며 "노동자들 스스로 자존감을 갖고 노동의 소중한 가치에 눈을 뜨게 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장 대표는 이와 함께 "자본주의 시대인 오늘날 사람들은 노동의 목표를 이윤추구에만 두는 데 이는 전태일 정신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전 열사가 살았던 70년대와 달리 노동구조가 변했기에 임금을 올리는 것만이 노동운동이 아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서로간에 인간적인 정을 나누고 일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전태일 정신"이라면서 "이 같은 노동자의 각성이 지금의 노동 문제들을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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