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VS현대차, 현대건설 누가 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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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VS현대차, 현대건설 누가 갖나
  • 박세욱 기자
  • 승인 2010.07.08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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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凡) 현대가에 이상기류...고 왕회장 뿌리 찾기 경쟁
최근 현대건설이 매물로 나오면서 현대家에서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동안 현대건설 인수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던 현대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이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일군 그룹 모태를 되찾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올 하반기 ‘빅딜’ 중 최고가 될 것으로 벌써부터 재계를 달구고 있다.

현대건설의 주인 찾기는 지난 6월 한국정책금융공사가 현대건설의 인수합병(M&A) 작업 개시를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대건설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또 고 정주영 왕회장의 기운이 서려 있다는 점 등 상징성면에서 가히 국민기업으로 불릴 만큼 새 주인이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경부고속도로, 소양강 댐을 건설하는 등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다.
 
특히 지난 1966년에는 해외에 진출해 세계 건설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 후 채권단 관리로 넘어갔지만 아직도 국내 1위의 건설 회사이자 해외에서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남아있다.

지난해 매출액만 9조2785억원을 기록할 만큼 대물 중에 대물이다. 그만큼 누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시너지 효과는 물론 재계 순위도 뒤바뀔 수 있다.
경영권 방어 차원 현대건설 인수는 필수
가장 적극적으로 현대건설에 관심을 내비치는 곳은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이다.
 
▲ 현대건설이 건설한 분당 NHN타워.     © 시사오늘
현대그룹은 건설을 인수할 경우 그룹의 주력인 현대상선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수차례 인수 의지를 밝혀 왔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그룹의 미래를 위해 결코 (현대건설을) 포기할 수 없는 확실한 신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대건설이 현대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도 현대건설 인수는 중요 과제다.
 
현재 재계 21위 규모의 현대그룹을 14위로 끌어올리면서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현대건설이 갖는 상징성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포기 못하게 하는 이유다.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시사오늘
현 회장의 현대건설 인수 의지는 절박하다.
 
지난 7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운영위원회를 열어 재무약정 시한을 수차례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은 약정 체결을 거부했다.
 
채권단은 신규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고, 현대그룹은 외환은행 대출을 모두 갚아서라도 주채권은행을 변경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 현대건설이 건설한 신고리 원자력 3,4호기.     © 시사오늘
이처럼 현대그룹이 무리수를 두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대그룹이 재무약정에 들어가면 1조~2조원 가량의 현금을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해야 하고 신규 투자가 제한되면서 현대건설 인수 자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범 현대가가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현대상선의 지분 싸움을 피할 수 없고, 이것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현대그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재무약정 체결을 끝까지 거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정의선 승계용?
현 회장은 명백한 현대건설 인수 인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소문이 이미 파다하게 퍼져있다.
 
▲ 현대차그룹 정몽구회장     © 시사오늘
현대차그룹 측은 ‘사실무근’ ‘미확인 루머’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건설 인수전에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현대중공업 최대주주)가 회동을 갖고 지원사격을 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이 같은 소문에 휩싸이게 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현대그룹과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매력적인 매물로 보고 있다. 
 
요즘 범 현대가는 재건에 대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현대건설이 범 현대가의 상징과 같은 기업이라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참여는 당연하다.

현대건설은 1947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서울 종로의 한 모퉁이에서 ‘현대토건사’라는 이름을 걸고 시작한 현대그룹의 모태다.
 
▲ KCC그룹 정상영 명예회장     © 시사오늘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정주영의 현대그룹’을 되찾기 위한 수순인 셈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이 현대종합상사를 인수했고 현대오일뱅크 인수를 추진하는 등 범 현대가는 과거 계열기업들을 다시 현대가로 불러들이고 있다. 현대건설도 이 같은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현대건설을 후계 승계용으로 쓰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건설사 엠코를 가진 현대차그룹이 굳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데는 정의선 부회장 후계 승계 때문이라는 설이다.
만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면 기존 건설사인 엠코와 합병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정 부회장은 기존 엠코 지분으로 합병회사 지분 상당 부분을 확보하게 되고 이 지분으로 글로비스 뿐만 아니라 그룹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가에서는 현금동원력 등을 감안할 때 현대건설 인수 후보군중 현대차그룹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 시사오늘
IBK증권 윤진일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 M&A 모멘텀과 사업가치 제고가 부각되고 있다'라는 보고서에서 "현대차그룹이 11조5000억원의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자금 부담이 없다"며 "현대차그룹이 인수할 경우 현대건설의 주주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없는 점이 긍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후 인수자금 중 일부를 현대건설에 부담시키거나 현대건설 보유 자산을 매각해 인수자금을 충당하는 등의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다.
 
현대건설의 추산되는 인수가는 3조~4조원. 현대차그룹이 현대중공업과 KCC의 지원을 받는다면 2조원 안팎의 투자만으로도 가능하다.

또한 윤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차그룹의 계열 발주물량을 수주할 수 있는 데다 현대차그룹의 해외네트워크를 통한 해외진출 등의 시너지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인수후보에 대해서는 자금여력이 현대차그룹과 비교해 터무니 없이 모자르다고  분석하고 있다.
 
윤 애널리스트는 “현대그룹은 1분기 말 기준으로 1조4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나 차입금이 6조6000억원에 달해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인수는 무리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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