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승계, 현대상선 거론되는 이유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정의선 승계, 현대상선 거론되는 이유
  • 방글 기자
  • 승인 2015.12.11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상선 품어 글로비스 가치↑…승계+의리 winwin 전략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으로의 현대차그룹 경영 승계 방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뉴시스

2015년 재계 핫이슈는 단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었다. 단순히 삼성그룹 계열사의 두 개 회사가 합쳐지는 게 아니라 글로벌 그룹 삼성의 후계구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가오는 2016년에는 국내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의 승계작업이 진행되지 않을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승계작업을 착실히 준비해가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올해 직접 나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했다. 이 외에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현대차 지분을 매입하는 등 눈에 띄게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승계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갈피조차 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의 지배력을 정의선 부회장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시선이 많다. 또,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글로비스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데도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없다.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승계 재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사오늘>은 정몽구에서 정의선으로의 승계 뿐 아니라, 오래도록 틀어져있던 범현대家의 화합까지 가능한 ‘승계 시나리오’를 제시하고자 한다. 현대상선을 사들임으로써 아버지 정몽구 회장의 맏형 노릇을 돕고, 정의선 부회장은 포용력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글로비스의 가치를 높여 승계작업에 활용하는 방식이다.<편집자주>

글로비스-모비스 합병說 계속…글로비스 가치 제고 ‘필수’

올해 초만 해도 현대차그룹의 승계가 삼성그룹과 같이 합병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구조를 갖고 있는 현대차그룹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를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반면 모비스에 대한 지분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글로비스의 지분에 대한 블록딜을 진행하면서 예상은 뒤틀렸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320만 주를 매각, 보유 지분이 31.88%에서 23.29%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은 7500억 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글로비스 주식을 매각하며 얻은 현금을 합하면 1조 원이 훌쩍 넘는 수준이다.

맏형기업 현대차, 형제기업 현대重 살리기 ‘계속’

이를 통해 정 부회장은 현대차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9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현대차 주식 316만4550주를 매입, 2.28%로 지분율을 높인 데 이어 지난달 현대삼호중공업이 매각한 현대차 지분 184만6150주를 매수하기도 했다. 총 8000억 원의 자금을 모두 현대차 주식을 사는 데 투자한 것이다.

이는 범현대가인 현대중공업 그룹의 유동성 확보를 돕는 것은 물론 경영권 방어의 효과까지 갖추면서 이목을 끌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수조원대 적자로 재무상황이 악화됐다.

업계의 의구심도 높아졌다. 글로비스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모비스 지분 확보에 쓸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승계 보다도 의리에 관심을 두는 모습이 우려스럽기까지 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정의선 부회장 측에 손을 내밀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업계는 이미 범현대가의 다른 회사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면 맏형의 입장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 글로비스 가치 높이는 데 한 몫 할까
車일감 많은 글로비스, 해상운송 큰손 상선과 시너지 ‘기대’

이 부분에서 ‘현대상선’이라는 새로운 카드가 등장한다.

현대상선은 5년 연속 적자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앞두고 자구안 내놓기에 여력이 없다.

하지만 내년에 갚아야 할 회사채만 6000억 원이 넘어서는 등 재무환경은 좋지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합병을 추진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정부까지 나서 현대상선에게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계속해서 현대상선 매각설에 주목하고 있다.

운임 등 업황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현대상선의 유동성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정몽구-현정은, 어색한 기류 지속…정의선 ‘포용력’ 발휘할까
 
하지만 현대라는 이름이 붙은 상선을 범현대가에서 가만히 두고 볼리 없다. 현대중공업의 현대종합상사 재인수와 한라그룹의 만도 재인수 등의 사례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먼저 손을 내밀기도 애매한 관계다.

현정은 회장은 남편인 정몽헌 회장 사망 이후, 정몽구 회장과 현대건설을 두고 인수경쟁을 벌여 어색한 사이가 됐다. 현대그룹 관계자들 역시 현정은 회장이 먼저 구원 요청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정의선의 화해 손길에 이목이 모아진다.

어색한 정몽구 회장과 현정은 회장의 관계를 개선하고,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가치까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22.49%에 대한 매각이 진행된다고 예상했을 때, 매각 가격은 최대 5000억 원 수준으로 높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증권의 최대주주(22.43%)지분 가치를 감안한 가격이다. 이 외에 해운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프리미엄 등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현대상선의 자산가치가 9월말 현재 6조9000억 원 수준이고, 현대차가 인수한다면 채권금융 기관 역시 부채 상환 기한을 연장해 줄 가능성이 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현대글로비스 입장에서는 상선을 사들이면, 자동차 운송 부분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현대와 기아의 자동차 운송 물량을 계속해서 확대해 가고 있다. 오너가 지분이 줄어든 만큼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0월 현대차와 기아차로부터 각각 7300억 원, 6300억 원 수준의 완성차 운송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는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 운송 계약 수준이 매년간 700억~800억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불어 해운사업을 키우고자 하는 움직임도 꾸준하다. 때문에 자동차 운송이라는 그룹 내 시너지와 현대상선의 해상화물 운송의 기술력을 더하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모비스-글로비스, 합병 가능성 여전…글로비스 행보 ‘주목’

특히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는 상태다

지난 9월 현대모비스가 2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자,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을 위한 초석다지기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자사주 매입으로 현대차그룹과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비중이 33%를 넘어서면서 인수합병을 위해 필요한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이라는 요건이 만족된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양사의 합병이 글로비스의 지분을 세금 부담 없이 현대모비스로 양도할 수 있다는 것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때문에 정의선 부회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리더로서의 포용력을 보여주고,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현대상선을 사들이는 방법이 의리와 승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현대그룹, 현대상선 풋백옵션 거래로 다시 하나될까

물론 현대그룹 입장에서 상선 매각은 그룹 해체나 다름없다.

현대상선의 대주주가 현대엘리베이터이긴 하지만 현대증권이나 현대아산, 현대부산신항만, 현대해양서비스 등 현대그룹 계열사 대부분의 최대주주가 현대상선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의선 구도의 경영승계가 마무리 된 후, 돌려주는 방식의 풋백옵션을 제안할 수 있다. 우선매수 청구권을 현대그룹에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돼면 현대그룹은 우선매수 청구권을 확보, 지주사인 현대상선을 형제기업인 현대차그룹에 맡겼다가 찾아올 수 있다. 금호그룹의 금호산업 인수와 같은 방법이다. 또,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지분가치를 높여 모비스와의 합병에 이용한 후, 도의적 측면에서 현대그룹에 매각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어색한 관계만 아니라면 범현대 계열사의 하나인 현대상선 살리기가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며 “자존심을 버리고, 화합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재계 및 정유화학·에너지·해운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생각은 냉철하게, 행동은 열정적으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