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ENG 합병 '먹구름'…지배구조 개편 '걸림돌'
스크롤 이동 상태바
삼성물산-ENG 합병 '먹구름'…지배구조 개편 '걸림돌'
  • 방글 기자
  • 승인 2016.02.12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흥행이 오히려 '독' 될 듯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어떻게 진행될지 여전히 오리무중 상태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모양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가 뜻밖의 흥행을 예고하고 있는 데다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이 코앞으로 다가온 까닭이다.

앞서 업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보유 지분을 높여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의 보유 지분을 높이는 것부터 문제가 생겼다. 발행가액이 주가보다 낮으면서 실권주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재용 부회장이 사들일 수 있는 주식이 적어진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3일 유상증자 발행가액을 주당 8110원으로 확정했다. 유상증자 규모는 1조2651억 원 수준이다.

유상증자 청약기간은 11~12일이다. 이 과정에서 실권주가 발생해야 기존에 지분이 없는 이 부회장이 15~16일 예정된 일반공모 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

문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팔아 조성한 3000억 원을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에 쓰겠다고 발표하면서 엔지니어링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데 있다.

12일 10시 현재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은 주당 1만7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식을 사들이는 것보다 신주를 배정받는 게 유리해지는 셈이다.

기존 주주들이 신주를 많이 살수록 이 부회장이 사들일 몫은 적어진다.

지난 11일 진행된 청약에서 청약률은 20%를 달성했다. 유상증자 발행 예정 주식수인 1억5600만 주 중 3120만 주에 대한 청약이 진행된 것이다.

통상 둘째날 청약이 첫날 보다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는 흥행가도를 달리게 된다.

더불어 삼성SDI(13.1%)와 삼성물산(7.81%), 삼성생명(0.01%)이 40.91%에 달하는 신주 인수 계획도 이미 밝힌 상태다.

이 부회장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확보가 적어지면 삼성물산이나 중공업과의 합병설 역시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 확보가 예상보다 적은 데서 1차 타격을 입고, 시세차익을 남기려는 주주들이 ‘투기’에 나설 경우 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물산 주가도 흔들릴까 ‘노심초사’…이재용 나서도 자금확보가 ‘걸림돌’

▲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 흥행이 오히려 이재용의 삼성에 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뉴시스

이 와중에 삼성은 삼성물산 순환출자 문제 해소를 위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2.6%)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며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를 오는 3월 1일까지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갑작스런 대량매물은 삼성물산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삼성이 주주가치 극대화를 내세운 만큼 주가 하락은 이 부회장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게 뻔하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던 자금 일부를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법이다.

다만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가 11일 종가(14만6500원) 기준 7325억 원에 달하는 만큼 자금 확보가 걸림돌이다.

삼성엔지니어링에 투자하려던 돈을 모두 끌어 모아도 절반도 못 사들이기 때문이다.

진퇴양난 이재용, 뚜렷한 방안 제시 없으면 삼성 장악 ‘위기론’ 불가피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가 성공하고, 삼성물산의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이 사들여 주가 하락을 막아도 삼성은 다음을 고민해야 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가치는 하락하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오른 상태에서의 합병은 오너 일가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이 불가피한 상태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을 확보하는 의미도 퇴색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밝힌 유상증자 참여 이유처럼 ‘책임경영’ 차원에서의 지분 확보에 그치게 된다.

지배구조 개편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엔지니어링과 물산의 합병마저 무산될 경우, 이재용의 삼성 장악 능력에도 적신호가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각종 시나리오만 무성할 뿐, 이렇다할 방법이 제시되고 있지 않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 놓인 이 부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삼성을 장악할지 다음 행보에 이목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재계 및 정유화학·에너지·해운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생각은 냉철하게, 행동은 열정적으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