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이이재 죽이기', 더민주 '김부겸 죽이기'…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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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이이재 죽이기', 더민주 '김부겸 죽이기'…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2.26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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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파·유승민 견제 위한 李 배제 작업"
"제2의 노무현 바람 탈 金 두려워 홍의락 컷오프"
여야, 미래연대 출신 인사 견제…"기득권 지키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여야 정치권이 20대 총선을 앞에 두고 '원조 소장파 죽이기'에 나선 모양새다. 원조 개혁소장파 그룹의 모태 '미래를위한청년연대(미래연대)' 출신 인사들을 집중 견제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이재 의원의 공천 배제를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는 후문이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부겸 전 의원의 차기 대권 경쟁력을 깎아내기 위해 홍의락 의원을 컷오프 했다는 말이 나온다.

▲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왼쪽),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 ⓒ 뉴시스

소장파 연락책 이이재, 컷오프 가능성 대두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은 '원조 소장파 연락책'이다. 2000년 공식 출범한 미래연대에서 각 분야 전문가 네트워크 강화와 지역조직을 구축·확대하는 조직위원장을 역임했다.

남경필, 김성식, 김부겸, 김영춘, 정태근, 고진화 등 주도로 꾸려진 미래연대는 이후 오세훈, 원희룡, 정두언, 한승민 등이 합류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 미래연대 멤버 중 14명이 그해 치러진 16대 총선을 통해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이는 각계에 포진한 '젊은 피' 전문가 300여 명을 모집해 미래연대의 기반을 다진 이 의원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쾌거였다.

이 의원의 이 같은 역량은 지난해 4월 미래연대 출신 인사 재결집으로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미래연대'→'수요모임'→'민본21'로 이어진 소장파 멤버들을 국회 사랑채로 모아 '성완종 리스트'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도록 한 것이다. 당시 소장파 모임에서는 "성완종 파문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 국민이 궁금해 하는 모든 것을 밝혀서 철저하게 정치권 비리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 의원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돈다. 당내에서 차기 총선 공천 배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조짐은 이전부터 있었다.

새누리당 종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 굿판' 논란에 휩싸여 기독교계 등 종교계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이나 해명 따위를 내놓지 않고 이 의원에게 알아서 책임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역구인 강원 동해·삼척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같은 당 이철규 예비후보가 자신에 대한 유언비어를 유포한 용의자로 이 의원의 보좌진을 지목하며 고발한 것이다. 이에 이 의원은 이철규 후보의 학력이 의심스럽다며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해 맞섰다. 두 사람의 공방이 지속될수록 지역구 내 혼란은 심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미래연대 출신의 새누리당 관계자는 26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이이재 의원이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풍문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의원을 중심으로 20대 국회에서 개혁소장파가 결집될까 염려하는 특정 세력에서 뿌린 것으로 보인다"며 "유승민 견제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차기 총선에서 살아남고 이 의원을 가교로 삼아 소장파와 손을 잡는다면 이를 불편하게 볼 사람들이 무척 많다"고 말했다.

미래연대 공동대표 김부겸, '노무현 바람' 두려운 '범친노'

김부겸 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남경필 경기지사(새누리당)와 함께 미래연대 공동대표직을 수행했다. 김 전 의원과 남 지사가 미래연대의 얼굴마담 역할을 하면서 모임을 주동했고, 김영춘 전 의원(더민주)과 원희룡 제주지사(새누리당)가 이에 적극 가담한 모양새였다.

김 전 의원과 미래연대 멤버들은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색채를 '합리적 중도'로 변화시키기 위해 강도 높은 진보적 개혁을 시도했지만, 보수 일색이었던 당은 요지부동이었다.

회의를 느낀 김 전 의원은 2003년 탈당을 선언하고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긴다. 이때 김 전 의원을 비롯해 탈당한 김영춘, 안영근, 이부영, 이우재 등을 정치권에서는 '독수리 5형제'라 부른다.

이후 야권에서 승승장구하던 김 전 의원은 19대 총선을 앞둔 2011년, 4선이 확실했던 경기 군포 출마를 포기하고 "평소 꿈이 지역주의가 사라진 정치였다. 지역주의, 기득권, 과거의 벽을 넘기 위해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 바닥부터 시작하겠다. 박근혜의 일당독재 아성을 꺾어 대구를 총선·대선 최대 격전지로 만들겠다"며 대구 수성갑 출마를 단행했다. 결과는 19대 총선, 6회 대구시장선거 낙선이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포기하지 않고 대구 수성갑에서 세 번째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의 고향은 조금씩 김 전 의원에게 마음을 여는 눈치다.

이런 김 전 의원에게 지난 24일 난데없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김 전 의원과 함께 야당 험지 대구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홍의락 의원을 1차 컷오프 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홍 의원은 분을 참지 못하고 이튿날 탈당을 선언했다.

그러자 김 전 의원은 급거 상경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의원에 대한 배제는 곧 대구에 대한 배제나 다름없다. 당 지도부는 홍 의원에게 사과하고, 직접 홍 의원의 복당을 요청해야 한다. 내 요청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나 역시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탈당'까지 시사해 강력히 반발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김 전 의원의 힘을 빼기 위해 더민주 주류인 친노(친노무현)계가 입김을 불어 홍 의원을 공천 배제시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26일 "문재인 전 대표가 김부겸 전 의원이 본인에게 대적할 상대라고 겁을 먹어 그런 게 아닌지 의혹이 든다"고 주장했다.

더민주는 김 전 의원과 홍 의원의 반응을 이해할 순 있지만 번복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 "김종인 대표도 불모지에서 노력한 홍 의원을 이런 식으로 내쳐선 안 된다는 안타까움을 피력했지만, 현재까지 검토한 바에 따르면 규정에 걸리기 때문에 (번복의)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 일각에서는 범친노(범친노무현)계가 김 전 의원의 대권 경쟁력을 깎아내기 위해 작업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온다.

더민주의 한 중앙 당직자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범친노 쪽에서 김 전 의원이 '제2의 노무현 바람'을 탈까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면서 "사실이라고 해도 조원진 의원의 주장처럼 문 전 대표의 구상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소장파 향한 여야의 칼부림, 왜?

이 같은 소장파 인사들을 향한 여야의 칼부림에 대해 한 원로 정치인은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기득권 지키기가 아니겠느냐. 이런 현상은 정치권에서 항상 발생해 왔다"며 "개혁적인 젊은 사람들이 전면에 서야 정치판이 바뀔 수 있는데, 권력을 쥔 구세력들이 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8대 총선에서 미래개혁·수요모임 인사 대부분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지도부의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반강제적으로 정계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남경필, 원희룡 등 원조 소장파의 핵심들이 지방자치단체로 발길을 돌리면서, 이후 여의도에서 '개혁'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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