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과 호셉 과르디올라]옳다고 믿으면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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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과 호셉 과르디올라]옳다고 믿으면 끝까지 간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4.24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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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풀어본 정치인(16)>자의식 강한 완벽주의자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정치는 축구와 비슷하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겨뤄야 하고, 승자와 패자도 생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비슷한 점은, ‘사람’의 게임이라는 점이다. 축구 팬들은 잔디 위에서 뛰는 ‘사람’에게 멋진 플레이를 기대하고, 국민들은 정치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희망을 투영하고 미래를 건다. 다른 듯 닮은 정치계와 축구계의 ‘사람’을 비교해 본다.

지난해부터 정치권의 ‘이슈 메이커’로 떠오른 유승민 의원은 호셉 과르디올라 바이에른 뮌헨 감독과 닮았다. 자의식의 강해 조직과 갈등을 빚은 경험이 있고, 직접 꼼꼼히 모든 것을 챙기는 완벽주의자라는 점도 비슷하다.

▲ 유승민 의원 ⓒ 뉴시스

강한 자의식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으로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어서 ‘저 사람 나보다 더 센 사람이야, 나보다 내공이 더 깊은 사람이야, 내가 한 번 꿇어줘도 나보다 센 사람한테 꿇는 건데’ 이런 건 괜찮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유 의원 입장에서는) 오로지 대통령의 권력이라는 위력 앞에서 꿇어야 하는데, 이런 굴욕감을 엘리트들은 감당하지 못한다.”

유 의원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동문인 유시민 전 장관이 이른바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기 파동’ 당시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 출연해 한 말이다.

스스로 납득할 수 없다면 권력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유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 때인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재벌 빅딜’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다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여의도연구소 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2년에는 “새누리당이라는 이름에는 전혀 가치와 정체성이 담겨 있지 않다”며 당명 개정을 반대해 친박계의 눈엣가시가 됐다.

2014년에는 ‘중국 경도론’ 논란에 대해 국정감사장에서 “이거 누가 합니까.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 겁니까”라고 청와대 참모들을 일갈하기도 했고, 2015년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자 새누리당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양극화 해소를 시대의 과제로 제시했던 그분(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찰을 높이 평가한다”는 등의 파격적인 연설로 여당의 비판을, 야당의 박수를 끌어내기도 했다. 본인이 납득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권력자와 맞서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 강한 자의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과르디올라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크루이프이즘’에 기반한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는 그것을 추종하는 사람만큼이나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크루이프이즘이란 선수들 사이의 거리를 최소화하면서 짧은 패스를 통해 볼을 소유하고,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을 좁혀 볼을 빼앗기는 즉시 강한 압박을 가해 소유권을 되찾아오는 축구 철학이다. 바르셀로나처럼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창의적인 선수들을 다수 보유한 팀에게는 이상적인 전술일 수 있지만, 루이 반 할 감독 하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선수 구성에 한계가 있을 경우 자칫 ‘지루한 축구’가 될 수도 있는 전술이다.

이러다 보니 과르디올라 감독도 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팀 자체가 크루이프이즘을 추종하는 바르셀로나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기본적으로 ‘시원시원한’ 축구를 선호하는 데다 직전 시즌에 트레블(리그, UEFA 챔피언스리그, FA컵 우승을 동시에 이루는 것)을 달성했던 바이에른에서는 비평가들의 숱한 비난을 받았다.

한 현지 언론에서는 그를 ‘바이에른 역사상 최악의 분리주의 감독’으로 평했을 정도. 그러나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이에른 고유의 축구 철학과 본인의 축구 철학이 충돌하는 와중에도 파격적인 전술 실험을 거듭했고, 그 결과 올 시즌 바이에른은 또 한 번의 트레블을 향해 진군 중이다. 이처럼 어떤 비판에도 자신의 철학을 밀어붙이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성향은 유 의원을 떠오르게 하는 면이 있다. 

▲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 ⓒ 뉴시스

완벽주의자

지난해 4월, 이례적으로 야당의 칭찬을 받았던 유 의원의 원내대표 교섭단체연설은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것이었다. 2015년 4월 9일자 〈매일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유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인 2월 초부터 이 연설을 준비했다. 국회의 품격을 높이고, 필요하다면 통렬한 반성도 담는 연설을 하자는 기조 아래 초고를 쓰고, 다시 한 번 의견을 수렴한 뒤 밤을 새가면서 최종 집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 사퇴문과 탈당 선언문도 직접 챙겼다. 유 원내대표는 사퇴 발표 전날 밤 늦게까지 국회에 머물며 사퇴문을 준비했고, “공천에 대해 지금까지 당이 보여준 모습은 정의도, 민주주의도, 상식도 아니다.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이다. 정의가 밟힌 것에 분노한다”며 공천 과정을 강하게 성토했던 탈당 선언문 역시 본인이 썼다.

연설문뿐만 아니라, 유 의원은 정가에서 손꼽히는 ‘완벽주의자’다. 정책 연구에서부터 법안 발의 등 거의 모든 일을 꼼꼼하게 직접 챙기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다만 이런 스타일 탓에, 쉽게 다가가기 힘든 ‘엘리트주의자’라는 꼬리표도 따라붙는다. 실제로 원내대표 선거 당시에도 가장 약점으로 지적됐던 것이 동료 의원들과의 친화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완벽주의적 일처리 방식으로 이름이 나있다. 선수단의 여행 일정과 개인 여가 시간 계획, 식사 메뉴까지 면밀히 체크하고 지시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면 시간까지도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단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감독이 과르디올라다.

선수단 구성에도 전폭적으로 관여한다. 잉글랜드와 달리 스페인과 독일에서는 감독에게 선수·스태프 구성의 전권을 주지 않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다양한 방식으로 선수 영입·방출에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자신이 맡은 팀과 그 구성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통제력을 행사하는 완벽주의적 성향이 세계 최고의 감독 과르디올라를 만든 셈이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 또한 포용력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사무엘 에투 등 과르디올라 감독과 불화를 겪었던 선수들이 하나같이 그가 선수를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다고 불평했기 때문. 하비 마르티네즈는 과르디올라 감독에 대해 ‘선수들과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맺는 스타일의 지도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자신과 스타일이 맞지 않는 선수를 포용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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