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집회]서울광장에 빼곡한 '5만'의 노동자…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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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집회]서울광장에 빼곡한 '5만'의 노동자…의미는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5.01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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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기업 구조조정, 필요하지만 인력 감축만으로는 안 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세계노동절 126주년을 맞아 국내 양대 노총이 1일 서울광장과 혜화 대학로에서 각각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 1일 한국노총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주최측 추산 5만여 명의 조합원들이 모였다. ⓒ 시사오늘

한국노총은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오후 1시부터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금융·공공·의료·철도 등 조합원 5만여 명(주최측 추산, 경찰 집계 1만8천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광장 잔디밭을 빼곡히 채운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단결·투쟁'이 적힌 빨간 머리끈과 '성과연봉제 분쇄·쉬운 해고 저지'라는 글씨의 종이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흔히 '노조'하면 떠올리는 과격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청년세대 조합원들은 티셔츠와 선글라스 등 편안한 나들이 복장을 하고 옹기종기 모여있었고, 어린 자녀와 함께 잔디밭에 앉아있는 가족 조합원들도 눈에 띄었다.

한국노총은 이날 집회에서 △고용노동부 2대 지침 저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 중단 △기업 구조조정 장기 대책 마련 △노동개악 폐기 등 크게 네 가지를 주장했다.

'2대 지침'이란 일반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를 이르는 것으로, 노동계가 쉬운 해고와 일방적인 임금 삭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해 온 사안이다. 최근 금융권에 도입된 '성과연봉제' 역시 "무한 경쟁을 통한 노동자 죽이기"라며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친 상황이다. 

한국노총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대해 "기본적으로 필요성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김준영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 본부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조선·해운업은 이때까지 국민들의 세금을 부어 주먹구구식으로 살려온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데는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인력 감축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기술 재원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 1일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김기준 원내대변인, 한정애 당선자, 정의당 노회찬 당선자(왼쪽부터) ⓒ 시사오늘

이날 집회에는 정계 인사들도 모습을 비췄다. 새누리당 임이자 비례대표 당선자와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당선자, 이용득 비례대표 당선자, 김기준 원내대변인, 정의당 노회찬 당선자가 함께 무대에 섰다. 

한정애 당선자가 이 자리에서 "성과연봉제는 정부부터 적용해야 한다"면서 "지난해 메르스 정국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분이 지금 국민연금공단에 갔다. 성과가 좋아서 그쪽으로 간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최근 부천에서 젊은 파견노동자 4명이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다가 실명 위기에 처했다"면서 "정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파견법 개정안은 불법 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조합원들도 호응했다. 

한 당선자는 무대에 내려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총선 결과, 여소여대로 구도가 바뀌었기 때문에 노동법안 처리에 있어서 야당의 입장이 조금 더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임이자 당선인 연설 중간에 '내려가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새누리당에 대한 노동자의 입장이 어떠한 지를 보여주는 단면 같았다.

한국노총 중앙여성위원장 출신인 새누리당 임 당선인은 이날 "초청 받지 못했지만, 한국노총은 저의 뿌리이기 때문에 이렇게 찾아왔다"면서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라고 하지 않느냐. 노동자들이 잘 사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할 말은 하겠다"고 말했다.

한 한국노총 여성 조합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새누리당이 노동개악에 힘을 싣고 있지 않느냐"면서 "한국노총 입장에서는 임 당선자가 배신했다고 보는 것"이라며 야유의 이유를 전했다.

이 조합원은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앞서 국내 노동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대해서는 "더민주에는 노동자의 권리에 목소리를 높이는 의원들이 많다"면서 "물론 김 대표의 사례처럼 간극이 생길 수 있겠지만 이를 줄이는 것은 노조,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3월 민주노총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노조가 사회적 문제에 집착하면 근로자 권익보호가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날 한국노총 노동자대회는 청계천 한빛광장으로 가두행진, 오후 3시 마무리 집회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또 다른 국내 대규모 노동단체인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에서 조합원 2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2016 세계노동절대회'를 개최했다.

대학로에서 집회가 마무리된 뒤 참가자들은 율곡로에서 종로5가를 거쳐 모전교까지 3.3㎞를 행진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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