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웅 119①]정부'만' 모르는 소방관의 '현실'
[작은 영웅 119①]정부'만' 모르는 소방관의 '현실'
  • 박근홍 기자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5.14 00: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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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 인력·예산 부족 현상에 해결책은커녕 국비예산 줄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오지혜 기자)

사람들은 응급 상황과 비응급 상황을 가리지 않고 어려움에 처하면 119를 찾는다. 이제 우리 소방은 화재 진압뿐만 아니라 구급, 구조, 환자 이송, 각종 안전 시설물 점검, 안전 교육, 수학여행 지원 등 국민 안전과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죽음의 사선까지 마다하지 않고 넘나드는 소방공무원은 '슈퍼히어로'가 없는 이 시대의 '생활 속 영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그리 ‘영웅스럽지’ 못하다. 의무감, 사명감, 그리고 책임감으로도 벅찬 소방관들의 어깨를 열악한 근무환경이 짓누른다. 고질적인 인력과 예산 부족, 비합리적인 근무방식, 노후한 장비 등으로 인해 한숨만 깊어간다. 영웅은커녕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도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사오늘> 181호 커버스토리 <작은 영웅 119>. 소방관은 이 시대의 '생활 속 영웅'이다. 하지만 그들이 직면한 삶은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열악한 근무환경, 양보없는 거리의 차들, 주취자들의 욕설과 폭행…. 그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 ⓒ 시사오늘

고질적 인력난, 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2월 기준 우리나라의 법정 소방인력은 5만493명이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력은 2만978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진압·구급·구조 등에 반드시 필요한 인원보다 41%나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일선 현장에서는 3명이 타야 될 차량에 1~2명의 대원이 탑승하고, 5명 차량에 2~4명이 탄 채로 출동하는 일이 흔하다. 과도한 업무피로와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국민 안전과 직결된다.

이 같은 인력 부족 현상은 3교대 근무제가 확대되면서 더욱 극심해졌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우리 소방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 84시간, 월 평균 365시간의 2교대 근무제로 가동됐다. 업무시간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는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 최근 3교대 근무제를 허가했다.

이로 인해 주 56시간, 월평균 240시간으로 소방관의 업무시간은 분명히 줄었다. 문제는 충분한 인력 증강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2교대 체제 인원 그대로 3교대를 운용하니 소방관들의 부담이 오히려 가중된 셈이다.

<시사오늘>이 지난 3일 만난 한 소방대원은 "예를 들어 소방서 10곳이 있는 지역에서 총 50명을 채용한다고 치면 소방서당 5명씩 돌아가는 거다. 그 인원을 또 소방서 관할 5~7개 센터로 배분해야 하고, 센터에서는 다시 3교대로 나뉘니까 우리가 체감하는 채용 인원은 0.2~0.3명에 그치는 꼴"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근무방식 개선에도, 인력 충원에도 실패한 것이다.

인력난의 근본 원인은 전체 소방공무원의 99%가 지방직 공무원이라는 데 있다. 각 지자체 재정 형편에 따라 인건비에 한도가 있기 때문에 인력을 제대로 충원할 수 없는 것이다. 전체 소방예산에서 국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각 지자체에서 부담해야 한다. 참고로 OECD 주요 선진국의 소방예산 국비지원율은 평균 70% 안팎에 육박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방관들은 제대로 쉴 수조차 없다. 병가나 휴가를 내면 동료들이 그 자리를 메워야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몇 지자체에서는 근무를 대신 선 대원들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인력·예산 부족, "해결책은 국가직 전환"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6년 전체 소방예산(국비+지방비)은 4조1771억 원으로 2015년 3조2259억 원에서 1조 원 가까이 올랐다. 이는 각 지자체에서 목적세를 기본 재원으로 하는 예산을 소방안전특별회계로 구분하고 소방사무 관련 사업에 쓸 수 있도록 정했기 때문이다.

증가폭이 상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국비는 되레 지난해 2102억 원에서 올해 1584억 원으로 줄었다. 가뜩이나 전체 소방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국비가 삭감된 것이다. 정부가 지자체에 부담을 떠넘긴 셈이다.

지자체 부담 예산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1534억 원에서 올해 7133억 원으로 급등한 서울특별시와 지난해 6481억 원에서 8386억 원으로 오른 경기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증가폭이 적었다. 대전광역시, 울산광역시 등에서는 올해 소방예산이 지난해보다 적게 나타났다.

▲ 2013~2016년 지역별·국비-지방비별 소방예산 ⓒ 시사오늘(자료: 각 지자체 소방재난본부, 국민안전처)

일선 현장에서는 이 같은 고질적인 인력과 예산 부족 현상을 혁파하기 위해서는 지방직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지자체가 아닌 중앙 차원에서 관리해야 전체 소방공무원의 근무환경과 삶의 질이 보장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서울 은평소방서 이성촌 구조대장은 지난 4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소방관 신분을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하면 어느 지역이든 비교할 필요 없이 처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야권을 중심으로 같은 주장이 제기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해 "오래전부터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당론으로 결정해서 우선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직 전환과 함께 소방방재청을 국민안전처에서 독립시켜야 한다는 말도 곳곳에서 나온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소방방재청을 국민안전처로 흡수시킨 바 있다. 미국이 연방재난관리청(FEMA) 산하에 소방청(USFA)을 둔 것을 모델삼아 국가 방재시스템 전반을 개혁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앞선 이 구조대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소방방재청이 해체되고 국민안전처로 흡수됐다. 세월호 참사와 소방방재청은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었다"며 "단순히 구색을 맞추기 위해 소방까지 억지로 끼워 넣은 것이다. 이로 인해 국가직 전환이 요원하게 됐고, 대원들의 사기도 많이 꺾였다"고 언급했다.

더민주 조정식 의원은 정부가 소방방재청 통폐합을 추진할 당시 "국민 안전 일선에 있는 소방방재청을 축소하고 해체하려 하는데 오히려 소방방재청의 처우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유대운 의원은 "(소방방재청의 독립은) 사고 현장에서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지휘체계를 줄일 수 있다"며 "국가안전처 등 상급기관은 소방서에 필요한 예산과 장비 등을 지원하는 역할에 국한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열 경일대 행정학과 교수도 한 언론에서 "미국의 경우 소방청이 연방재난관리청으로 편입되고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미국은 큰 자연재해가 국가적 이슈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약하다. 도입 배경 자체가 우리와 현실적으로 상이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시사오늘>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3일과 4일에 걸쳐 충북 청주동부소방서와 서울 은평소방서를 찾아, 소방대원의 하루를 밀착 취재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어지는 기사에서 다룬다. 이 글을 빌어 본지의 취재에 적극 협조해 주신 모든 대원 여러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유통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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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짱구 2016-05-14 09:59:45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