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잠자는 이세돌, 잠자지 않는 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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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잠자는 이세돌, 잠자지 않는 알파고
  • 박종운 공덕한의원 원장
  • 승인 2016.06.0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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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의 한방 인문학(1)>불면증엔 잠이 보약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종운 공덕한의원 원장)

술에 장사는 없다. 제아무리 말술을 푸고, 하루가 멀다고 대작을 즐겨도 나중가면  탈난다. 결국 술에 두 손 든다. 잠에도 장사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밤새우기도 하루면 족하다. 무리하면 몸이 두 손 든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몸이 나른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그러다 불면증이 오래가면 자칫 우울증이 와 큰 탈난다.

얼마 전 끝난 이세돌과 알파고, 세기의 바둑대결을 보면서 생뚱맞게 잠이 떠올랐다. ‘잠자는 이세돌, 잠자지 않는 알파고’ 가 화두다. 알파고는 비록 잠과 아무 관련 없지만, 거기서 승패가 갈린 게 아닌가? 다시 말하면 이세돌이 자는 시간에 알파고는 이세돌의 기보(棋譜)를 몽땅 외워버려 대국을 미리 평정한 게 아닌가하는 점이다.

이세돌은 다섯 번 대국마다 잠을 제대로 못 잤을 것 같다. 사람도 아닌 기계에 네 번이나 패했으니 말이다. 인간과 기계의 최초 대국을 앞두고 자신만만했던 이세돌이었기에 번민도 컷을 것이다. 바둑만큼 경우의 묘수가 무궁무진한 게임도 없다. 이세돌의 충격적인 패배는 인간 고유의 영역을 기계가 침범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대국을 앞둔 이세돌처럼 평소에도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스트레스가 심한 무한경쟁 사회다보니 불면증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불면증을 가볍게 보다가는 낭패당하기 십상이다. 만병이 수면부족에서 기인한다. 잠만 제대로 자도 잔병치레는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그 만큼 잠이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본원을 찾는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자가진단 체크를 해보면 대략 다섯 종류로 나뉜다. 첫째, 잠들기 전 30분 이상 뒤척인다. 둘째, 수면 중 한 번은 꼭 깬다. 셋째, 한번 잠이 깨면 다시 잠들기가 어렵다. 넷째, 잠을 자다 꾼 꿈을 생생히 기억한다. 다섯째, 잠자리에 누워서 잠들려면 도리어 정신이 맑아진다.

불면증 원인은 다양하다. 심장이 안 좋다거나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간이 나빠져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어도 그렇다. 양방은 불면증을 하나의 현상으로 보고 치료에 집중한다. 정신과에서는 수면제나 수면유도제,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등을 처방한다. 최근에는 이비인후과와 신경과에서도 수면클리닉을 운영한다.

30년 이상 한 지역에서 불면증을 진료해온 필자는 증상치료 보다는 우리 몸의 전체를 보면서 원인과 처방을 찾는다. 내과적 질환에서 근골격계에 이르기까지 온 몸을 전체적으로 진단한다. 복진과 진맥을 통해 환자의 질환 원인을 파악한다. 치료기간은 환자에 따라 다르나 약 2∼3개월 정도 소요된다. 역시 잠이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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