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민주항쟁 기념식]그날의 '뜨거운' 광야를 기억하는 사람
스크롤 이동 상태바
[6월 민주항쟁 기념식]그날의 '뜨거운' 광야를 기억하는 사람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6.10 13: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에서> 패리스, "군사정권 시절과 지금은 밤과 낮 차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29주년을 맞이한 6·10항쟁 기념식이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6·10민주항쟁은 1987년 전두환 군사정권의 장기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일어났던 범국민적 민주화운동이다. 당시 6월 한 달 동안 전국 38개 시군에서 500만 명의 시민이 거리에 쏟아져 나온 바 있다.

이날 기념행사가 열린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은 민주화운동 관련 국내외 인사를 비롯, 시민과 학생 등 400여 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6·10항쟁 기념식을 찾은 정계 인사들. 왼쪽부터 김재원 청와대 신임 정무수석-심상정 정의당 대표-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새누리당 김영우 비대위원-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위 대표-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 시사오늘

정계 인사도 모습을 보였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야3당 수장들이 나란히 착석했다.

정부여당에서는 김재원 청와대 신임 정무수석과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새누리당 김영우 비대위원이 자리했다. 행사장 앞쪽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보낸 화환이 놓여 있었다.

이들은 행사 초반 경과보고를 위한 6·10항쟁 관련 영상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화면에는 당시 이한열 열사가 경찰의 최루탄을 맞아 피를 흘리고 쓰러지는 사진 등이 비쳤다. 

홍윤식 장관은 이날 박 대통령의 기념사 대독을 통해 "29년 전 오늘은 우리 민주주의 발전에 역사적인 날이었다. 고귀한 희생과 헌신으로 역사의 진전을 이뤄낸 6·10 유공자 유가족 여러분께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최빈국에서 반세기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특히,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민주화 역사는 길이 보전해야 하는 소중한 유산이며, 앞으로도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권익 신장을 위해 정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국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우리는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절차적, 제도적 민주주의를 이뤄냈지만, 국민의 실존적 아픔을 보듬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와 참여 민주주의를 진전시키지 못한 무능을 먼저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완의 6월 민주항쟁을 완성하기 위해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극복해 국민통합을 이뤄내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드높이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덧붙였다.

▲ 대교어린이TV 합창단이 10일 열린 6·10항쟁 기념식에서 '내 영혼 바람 되어'를 열창하고 있다. ⓒ 시사오늘

뒤이어 대교어린이TV 합창단의 기념공연이 진행됐다. 어린이합창단이 노래하는 '내 영혼 바람 되어' '터'를 들으며 눈물을 훔치는 시민도 있었다.

행사 마지막에는 전원 기립해 합창단과 '광야에서'를 불렀다. '찢기는 가슴 안고 사라졌던 이 땅에 피울음 있다'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이 곡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민중가요 중 하나다.

모든 식순이 끝나자 정치권 인사들은 차례로 자리를 떴다. 김종인 대표와 천정배 대표, 김재원 수석 등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 없이 스쳐 지나갔다.

천정배 대표를 제외하고 국민의당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경환 의원은 <시사오늘>과 만나 "6월 항쟁이 일어난 지 29년이 지났다. 민주 정부에서는 당시 많은 시민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큰 업적을 남겼는데,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 들어와서 너무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정권교체의 계기도 있기 때문에 민주화운동의 전통과 정신을 가진 분들이 각성해서 새로운 민주주의 역사를 써나가는 데 혼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DJ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40여 분 간의 짧은 식순에 여운이 남는 탓인지, 시민들 대다수가 행사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 가운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외국인 참석자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1960년대부터 한국의 인권과 민주화를 지원해 온 해외 인사들이었다.

▲ 10일 열린 6·10항쟁 기념식에서 애국가 제창을 위해 일어선 참석자들. 뒷줄 가장 오른쪽이 패리스 하비 전 북미한국인권문제협회 사무국장 ⓒ 시사오늘

패리스 하비 전 북미한국인권문제협회 사무국장은 기자가 '군사정권 시절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을 비교해 달라'고 하자, "밤과 낮 정도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한국인들은 두려움 속에 살았다. 정부는 어디에나 있었고, 두려워하지 않고 목소리 높일 자유는 없었다. 사람들은 다쳤고 또 죽임을 당했다. 그때 나도 좋은 친구들을 고문 등으로 잃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많이 안정돼 보인다. 예를 들어, 나는 이제 한국 방문이 불안하지 않다. 예전에는 공항에 도착해 세관을 통과할 때 매우 긴장했다. 언제 저지당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적인 국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패리스 전 사무국장은 1970년대부터 80년대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해외 언론에 알리는 '국제적 대변인' 역할을 했다. 지난 1972년에는 미국이 박정희 정권을 지원하는 데 대한 반대 성명을 주도했고, 1985년에 DJ가 미국에서 귀국할 당시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신변을 지키기 위해 직접 동행한 바 있다.

한편, 6월항쟁을 맞이해 전국 14개 지역에서도 각종 기념행사가 열린다.

부산에서는 시민주권을 주제로 한 토론회 등이 다음 달 10일까지 민주공원과 서면 궁리마루 일대에서 이어진다. 성남과 원주에서도 지역시민단체들과 함께하는 기념식, 거리축제, 토론회 등이 이달 29일까지 성남시청 등에서 개최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