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현 여명808 회장과 재벌 ‘갑질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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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현 여명808 회장과 재벌 ‘갑질史’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6.15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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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돈에 충성맹세 해야 하는 서글픈 대한민국 자화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

폭행혐의로 기소된 남종현(72) 그래미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내려진 판결이다. 피해자 이모(61) 씨의 얼굴에 맥주잔을 던져 이를 부러뜨리고 얼굴에 심한 상처를 냈음에도 실형을 면하게 되자 누리꾼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여명 팔아서 유도회장도 지냈었구만” “치매 초기 현상이라는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수행하기 어렵다라고 하면서도 회장노릇은 가능한 아이러니” “한낱 장사치가 돈 좀 벌면, 쓰레기 인성이 저럴때 드러난다…이래서 개천에서 용난 XXX들은 더 이상 나오면 안된다” “전치 4주에 집유? 돈이 좋긴하군” “오늘부터 여명 불매운동”

온통 비난 일색이다. 남종현 씨가 회장으로 있는 그래미는 숙취해소음료 ‘여명808’로 유명하며, 남종현 회장은 폭행 당시 대한유도회 회장을 지냈다.

남 회장의 폭행사건은 지난해 6월 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밤에 자신이 운영하는 여명808 제조공장 연회장에서 폭행이 벌어졌다. 그날은 강원도 철원에서 열린 2015 전국실업 유도 최강전이 끝나고 나서 유도회 임원 회식 자리가 있었던 날이다. 이 자리에서 남종현 회장은 대한유도회 산하 연맹 회장인 이모 씨의 얼굴을 향해 맥주잔을 던졌고, 이 씨는 치아 1개가 부러지고 인중 부위가 심하게 찢어져 봉합수술을 받았다.

남 회장의 폭행은 충성 맹세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당시 남 회장은 이 씨를 불러 “너 반기를 든 X 아니냐? 다른 X들은 다 충성맹세를 했는데 넌 왜 안 해? 무릎 꿇어”라며 욕설을 했고, 맥주잔으로 이 씨의 얼굴을 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성 맹세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폭행의 이유다? 대한민국이 중세시대라도 되는줄 알았나 보다. 영주에게 충성을 하지 않으면 사형을 해도 죄가 되지 않는 그런시대.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이유다.

그런데 남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이미 예고됐었다. 지난 2014년 이미 남종현 자신이 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남종현 회장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출입증을 확보하지 못한 지인들을 경기장에 입장 시키려다가 이를 제지한 안전요원과 충돌했고, 이를 말리려 출동한 경찰관들에게는 “내가 여기선 왕이다”라고 소리치는 등 행패를 부렸다.

남종현 회장이 왕이 맞긴 맞다. 이건 또 무슨말인가 할 것이다. 숙취해소음료 여명808은 애주가들에게는 숙취의 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숙취의 왕을 판매하는 회장님이니 당연히 왕으로 생각한 듯하다. 

남종현 회장은 폭행사건 6일만인 같은달 25일 대한유도회 사무국으로 대리인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 사유는 ‘일신상의 이유’다. 지난 2013년 4월 대한유도회장에 오른 이후 2년 2개월여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남종현 그래미 회장은 14일 항소심에서 원고 선고와 같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구형받았다. 실형을 면했다. 실형을 면했는데도 불구하고 양형과정에서 남종현 회장 측의 변명이 우스꽝스럽고 어이가 없다.

“일흔이 넘었고 치매 초기 현상이라는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수행하기 어렵다.” “대한유도회에 비리가 만연해 있어 이를 해결하려는 마음에 취중 정의감에 불타 맥주를 뿌리려고만 했지만 본의 아니게 손이 미끄러졌다. 그 순간 피해자가 일어나면서 잔에 얼굴을 부딪혀 다치게 됐다.” 검찰을 코웃음 짓게 하는 장면이다.

여기에 더해 변호인은 “피해자도 남 회장에게 유리컵을 던졌고, 피해자의 동료도 남 회장을 제압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 회장은 정부로부터 금탑산업훈장을 받았고, 체육계에 수십억의 자금을 지원했으며, 평소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그 시간에 다른 사회봉사를 할 테니 원심에서 선고한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면할 수 있도록 ‘선고유예’로 선처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탑산업훈장을 받고 돈이 있으면 폭행을 해도 된다는 뜻인가? 다른 사회봉사는 무엇을 말하는가? 돈으로 때울 수 있는 사회봉사를 말하는가?

검찰은 “원심부터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뉘우치는 마음이 없어 죄질이 불량하므로 항소를 기각해 달라”고 했다. 남 회장의 성의 없는 태도에 검찰이 분노를 표한 것이다. 앞서 지난 3월 남 회장은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도 “정의로운 사회구현을 위해 체육계 비리를 잡고자 실수를 했다”며 성의 없는 태도가 논란을 일으켰었다.

남 회장에 대한 선고 공판은 7월7일 오후 2시에 의정부지법에서 열린다.

이번 판결로 인해 그동안 재벌 오너들의 갑질사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2010년 SK그룹 창업주 2세 최철원 M&M 대표의 야구방망이 맷값 폭행, 2011년 이윤재 피죤 회장의 조폭 청부 폭행 사주, 2013년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의 공항 용역직원 폭행, 2014년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2015년 김만식 몽고식품 회장의 운전기사 폭행, 2016년 1월 최재호 무학회장의 수행기사 갑질….

매해 마다 벌어지는 굵직한 재벌 오너가의 갑질.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우리사회 자화상이 아닌가 씁쓸하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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