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무리울에서] 새누리당의 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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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무리울에서] 새누리당의 전도
  • 권혁식 논설위원
  • 승인 2016.08.05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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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권혁식 논설위원)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이 점점 ‘계파정치’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선 초기에는 다들 ‘계파 청산’을 외치며 뭔가 좋은 계기를 마련할 것처럼 보였으나 지금은 ‘말짱 도루묵’이 돼가고 있다. 지난 달 29일 1억원이라는 거액의 기탁금을 내고 당대표 후보로 등록했던 정병국·주호영 후보가 ‘비박계 단일후보’라는 기치를 내걸고 5일 후보 단일화에 나선다. 이날 오후에는 비박계의 여망을 받들 승자가 결정돼 친박 후보들과 막판 혈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인위적인 후보 단일화

그런데 이번 후보 단일화는 두 후보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생각과 지향점이 서로 비슷해 의기투합한 결과라고 보기는 힘들다. 제3자가 개입해서 후보 단일화라는 과제를 던졌고 당초 단일화에 부정적이던 주 후보가 뒤늦게 강권(强勸)에 응한 모양새가 됐다. 비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전 대표가 지침을 내렸고 김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학용 의원이 실무를 맡아 주 의원을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비박계에서 내세운 후보 단일화의 명분은 ‘4·13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친박계가 당권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과거지사에 대한 책임론보다 오히려 미래의 중대한 이해(利害)가 ‘비박 당권’에 올인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비박계가 당권을 장악하면 내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비박계 후보가 승리하는 데 유리한 여건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그것이다. 그리고 ‘비박 당권’이 들어서면 1순위 수혜자는 지금 한창 몸을 풀고 있는 김 전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노골적인 권력다툼 풍속도

요즘 새누리당의 권력다툼 풍속도는 너무 적나라하고 노골적이다. 4·13 총선 당시 친박계는 온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일부 비박 인사들을 거세하고 친박 인사들을 낙하산 식으로 공천했다. 4개월이 지난 지금, 당대표 경선에선 비박계가 대놓고 친박에 맞서는 ‘비박 당권’을 만들기 위해 후보 단일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과거에 특정 이해관계가 물밑에서 움직이더라도 대외적인 명분과 포장만큼은 ‘대의’를 내세우고 통합과 포용을 지향하던 방식과는 판이하다. 마치 국정교과서 홍보 당시 ‘대한민국은 이념중립 국가가 아니다’라는 주장에 감동했던 김 전 대표가 ‘새누리당은 계파중립 정당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것 같다.

새누리당에서 계파정치가 상당기간 지속됐고 곳곳에 만연해 있다는 것은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비박계가 최근 들어 친박계의 계파정치로 인해 적잖은 피해를 봤다는 점도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비박계가 이렇게 인위적으로 비박 후보 단일화에 나서게 되면 친박계로선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린 격’이 될 수도 있다. 친박계가 거리낌 없이 계파의 힘을 발동하는 구실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친박 후보 3인(이주영·한선교·이정현 의원)의 각개약진을 막을 방법을 찾지 못해 애태우던 차에,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특정후보 몰표 밀어주기에 나설 수도 있다. 지난 달 27일 친박 맏형 서청원 의원 초청으로 계파 의원 4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동류의식’을 공유하고 내적 결속을 다진 적이 있어 여건도 좋은 편이다.

편가르기와 통합의 리더십

박근혜 대통령이 유권자 51.6%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하더라도 전 국민의 행복을 위하고 또 국민통합을 목표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정당의 당대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당대표로 당선되면 자신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소속 의원들을 모두 끌어안고 당력을 한데 모아 정권 창출이라는 본연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당대표직에 오르기 위한 방편으로 편가르기를 하고 피아(彼我) 구분을 한다면 그 후유증은 상당히 오랫동안 심각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 어느 진영에서 당권을 잡든 새누리당의 전도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前 영남일보 서울 정치부 기자

現 시사오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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