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전대]‘영남+법조인’ 카르텔 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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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전대]‘영남+법조인’ 카르텔 깰 수 있을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8.08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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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 명밖에 없었던 비영남·비법조인 당대표, 이번에 탄생할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2013년, 강용석 변호사는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강연에서 “새누리당의 정체성을 요약해서 표현하면 율사출신과 영남인사의 교집합”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의원 중 법조인 출신은 23명으로, 직업군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20대 총선에서는 15명으로 8명 줄었지만, 여전히 비율은 가장 높습니다. 새누리당의 지역 기반이 영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영남의 법조인 출신’이 새누리당의 주류라는 강 변호사의 진단은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역사는 이러한 분석을 귀납적으로 뒷받침합니다. 역대 새누리당 대선 후보 중 영남 인사가 아닌 경우는 이회창 전 국무총리가 유일했고, 그조차도 법조인 출신이었습니다. 역대 당대표 중 영남과 법조인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사람은 서청원 의원이 유일합니다. 이마저도,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충청표를 흡수하기 위해 서청원 의원이 대표가 됐다는 해석도 다수입니다. 

황우여 전 대표는 법조인 출신, 최병렬·박근혜·정몽준·김무성 전 대표는 영남 출신, 강재섭·박희태·안상수·홍준표 전 대표는 둘 모두에 해당합니다.

이러다 보니 당권 경쟁에서도 결국 ‘영남의 법조인’이 가장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현재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네 명의 후보자 중 두 명(이주영·주호영 후보)이 영남의 법조인 출신입니다. 특히 주 후보는 비박계 단일화 과정에서 조직력과 지지도 면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되던 정병국 의원을 눌렀습니다. MBN이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수행해 지난 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정 의원이 17.0%, 주 후보가 12.8%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YS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경기도 출신 정 의원이 ‘주류’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정현 후보가 새누리당 주류의 ‘벽’을 깰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알려진 대로, 이 후보는 1984년 동국대학교 졸업 후 구용상 전 민주정의당 의원의 비서로 첫발을 내딛은 호남 출신 의원입니다. 새누리당이 선호하는 법조인 출신도 아니고, 절반에 가까운 선거인단(44.6%)을 보유한 영남 태생도 아닙니다.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이 의원이지만, ‘영남의 법조인 출신’이 두 명이나 포함된 당권 레이스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습니다.

사람들은 이번 전당대회를 ‘친박 대 비박’의 대결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보면 이번 당권 레이스는 주류 대 비주류의 대결이기도 합니다. 다가오는 8·9 전당대회를 통해 새누리당이 영남의 법조인 출신이라는 ‘주류의 카르텔’을 붕괴시키고 진정한 ‘변화와 쇄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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