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리아 사태’로 본 정의당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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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 사태’로 본 정의당의 한계
  • 윤슬기 기자
  • 승인 2016.08.14 16: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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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도부 갈팡질팡…야권 내 차별화 실패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윤슬기 기자)

▲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가 상무위원회의에서 앞서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한 게임업체의 여자 성우가 교체됐다. 이 성우가 남성혐오 사이트 '메갈리아'에서 제작한 후원 티셔츠를 구매해 입고 sns 계정에 인증한 것이 원인이 됐다.

그러자 지난달 20일 정의당 산하 부분위원회인 문화예술위원회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 성우를 교체하는 것은 노동권 침해'라며 '어떤 이유로도 정치적 의견이 직원 활동을 가로막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는 논평을 냈다.

당 안팎에서 ‘메갈리아를 옹호한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일부 당원들의 탈당으로 이어졌다. 문제가 확산되자 지난달 25일 당 상무위에서 논평 취소 결정을 내리기도 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정의당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8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전국 유권자 1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당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정의당의 정당지지율이 5.5%로 0.3% 하락했다. 그러나 지지율 하락보다 더 큰 문제는 지지자들의 탈당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정의당 공식 발표에 따르면, 논평 사건 이후 8월 3일까지 2주 동안 탈당자수가 580명에 달했다.

정의당이 이렇듯 ‘메갈리아 논란’에 직격탄을 맞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지도부의 역할이다.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가 사태를 적극적으로 수습하고,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현직 의원들은 재선에 도움 되지 않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인터넷 여론이 환영할 만한 활동에만 역량을 집중한다는 비판이 많다. 당의 역량 역시 심상정 당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모이고, 주요 결정 권한도 특정 정치인들에게만 몰려있어 이견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지도부 비판 글을 올렸다.

 “이견을 다루는 일이 정치다. 어떤 이견들을 봉합하거나 그 시점에서는 회피하는 것이 더 나은 정치적 결정일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처럼 다양한 갈등과 근본적 쟁점을 내포한 이견은 정제된 공론의 장에서 밑동을 드러내고 치열한 토론을 벌여 해결했어야 했다. 이번 이슈처럼 현상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극명하기 때문에라도 당 지도부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책임 있게 공론장을 열었어야 한다. 진보정당의 정체성이나 차별성을 잃어버린 것은 당원들이나 활동가들이 아니라, 당 지도부가 아닐까”

또한 이번 ‘메갈리아 논란’으로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서도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사실 '메갈리아 논란’은 정의당이 다른 야당과 차별화된 진보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줄 기회였다. 원내 유일한 진보정당으로서 앞으로 젠더이슈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당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었으나 실패했다. 메갈리아 논란을 조금 더 '스마트 하게' 다뤘다면 정의당이 현재 공들이고 있는 ‘게임 정책’ 이슈에서도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메갈리아 논란을 촉발시킨 정의당 문예위 논평은 20대 총선 공약과 관련이 있다. 정의당은 총선 기간 게임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개발사와 유통사에 수익 분배 구조를 개선한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게임 산업 종사자들의 노동환경이 정치권에서 공론화 된 것이 처음이었던 만큼 ‘메갈리아 논란’에 대처하는 정의당의 모습이 여러모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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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조 2016-08-25 18:39:17
이거 "젠더이슈"가 아니야. 메갈(워마드=메갈4)라는 반사회적 혐오세력과의 싸움이지.
지금 정의당이 혐오단체랑 선을 긋지 못하고 메갈리아 사태를 젠더이슈로 밀어붙여서 일반당원들 더 뿔난거 몰라? 기자양반 댁도 사태파악 못하는 정의당 간부들이랑 다를게 없네.

게다가 김자연 성우의 계약종료는 돈도 다 받고 넥슨이 다 배려해줘서 성우 본인이 넥슨에게 고맙다고 했는데 이게 노동문제? 팩트첵크는 하고 기사 좀 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