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도 못 쇘어요"…신음하는 지역재개발조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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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도 못 쇘어요"…신음하는 지역재개발조합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9.17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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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전국 각지의 재개발조합들의 조합원 간 갈등, 주민 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와 시공사에 전향적인 태도가 요구된다. 사진은 경기 고양 일산2구역 뉴스테이 논란이 일고 있는 일산시장 전경 ⓒ 시사오늘

전국 각지의 지역재개발조합들이 신음하고 있다. 사업 찬반 투표, 시공사 선정, 분담금, 감정평가 등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조합원 간 갈등으로 이웃사촌의 정이 피폐해 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재개발로 인해 생계 자체가 어려워질 처지에 놓인 조합원들은 온가족이 모여 함께 웃고 즐겨야 할 추석 명절을 지옥 같이 보냈다는 전언이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당국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건설업체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시사오늘>은 갈등이 가장 극심하다고 알려진 지역재개발조합 세 곳의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문제점들을 짚고, 그 해결책을 제언해 본다.

'불투명한' 대전 목동3구역재개발조합, "조합장 해임 건의할 것"

대전 중구 목동3구역주택재개발정비조합은 지난 6월 포스코건설·계룡건설을 시공사로 하는 본계약 전환안을 가결시키고 주택재개발사업 본격 추진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날 조합 총회는 일부 조합원들의 강력한 반발로 경찰까지 출동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합 간부들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 재산 저평가 등으로 찬반 갈등이 생긴 것이다.

현재 대전 목동3구역재개발조합은 사업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면서 사실상 둘로 분열돼 있는 상태다. 반대 측 조합원들은 조합이 불투명하게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주 <시사오늘>과 통화한 대전 목동3구역재개발 비대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조합 측이 재개발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고 있다"며 "실제로 지난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 가운데 관리처분계획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조합 측은 출처가 불분명한 찬성서명동의서를 제출해서 이를 의결케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조합 측은 재산 저평가 문제에 대해서도 자꾸 왜곡된 정보를 흘리고 있다"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들을 사실상 방조한 조합장에 대한 해임 건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전 목동3구역재개발조합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든 절차가 합법적으로 이뤄졌다. 문제 삼을 만한 부분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합원 분열로 인해 대전 목동3구역 지역에 조성될 예정인 공동주택 분양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라는 게 지역 내 분양시장 핵심 관계자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전 부동산업계의 한 종사자는 17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포스코건설·계룡건설은 올해 안에 분양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미지수"라며 "아직 지자체와 주고받아야 할 서류작업들도 정리가 안 된 상황이기 때문에 '목동 3구역 재개발 더샵' 분양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거짓말' 김포 북변5구역환경정비사업조합, "제2의 용산참사 발생할 것"

경기 김포 북변5구역환경정비사업조합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들은 지난 6월 조합 총회를 열어 대림산업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사업시행계획 등 안건을 의결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문제가 된 것은 조합 측의 무책임한 거짓말이었다는 게 해당 지역 환경정비사업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설명이다. 조합 핵심 간부와 건설업체들만 웃을 수 있는 구조임에도 마치 전체 조합원과 지역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처럼 호도했다는 지적이다.

김포 북변5구역환경정비사업 비상대책위원회의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조합 측에서 조합원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사업에 찬성하면 새집을 주겠다고 꼬드기면서 '추가분담금'이라는 말은 뒤로 감추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면 차후 김포에서 제2의 용산참사가 생길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사업을 해서 이익이 나야 조합원과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건데, 지금 북변5구역 돌아가는 걸 보면 조합 핵심 간부와 대림산업만 이런 저런 명목으로 돈을 다 가져가는 구조"라며 "보상도 얼마 나오지 않기 때문에 낡은 빌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냥 쫓겨날 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포 북변5구역환경정비사업조합 측의 한 관계자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부 조합원, 주민들에게 추가분담금 얘기를 확실하게 알리지 않은 것은 아직 구체적인 금액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일정 부분 분담금을 내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책 없는' 일산2구역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추석도 못 쇘다"

<시사오늘>은 지난여름 경기 일산2재정비촉진구역에서 추진 중인 뉴스테이 논란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일산뉴스테이 논란①]수익성 없고 지역민 반대에도 추진…왜?,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388 [일산뉴스테이 논란②]찬반 갈등 심화…조합원 분열,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555).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일산2구역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일산시장 상인 이주대책의 전무다. 조합 측은 물론, 고양시와 시공사 서희건설이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일산시장번영회 소속의 한 상인은 지난 추석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주대책을 내놓으면 사업에 반대할 수 있는 명분도 사라지는 게 아니냐"며 "아무 것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그만 반대하라니, 참으로 몰상식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일산서문시장상인회의 한 관계자도 1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고양시와 서희건설의 책임이 명명백백하다"며 "자꾸만 사업이 완벽하게 확정되면 대책을 제시하겠다고 시간을 끌고 있다. 지역민들의 분란을 조장하고 있는 꼴이다. 조합원들은 명절도 제대로 쇠지 못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해결책은…"정부와 건설사가 나서야"
"국토교통부, 각 조합 실태조사 필요"

앞서 열거한 사례 외에도 현재 전국 각지에 있는 재개발조합들이 크고 작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방적이고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분담금, 감정평가액 등 경제적 피해에 대한 거짓말 △사후대책 미비 등이 일반적인 갈등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개발사업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있는 정부와 시공을 맡은 건설사들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지금 재개발조합 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갈등의 근본적인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2000년대 중반 뉴타운을 추진하면서 사업의 자율성을 명분으로 지역조합에 모든 책임을 떠넘겼기 때문"이라며 "이제라도 국토교통부는 갈등을 중재하고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시공사도 '우리는 돈 받고 집 지으면 끝'이라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더욱이 조합원들의 재산으로,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아가며 사업에 참가한 게 아니냐"며 "그럼에도 조합원들의 갈등을 외면한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게 아니다. 도의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야권 의원의 한 보좌관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꼭 재개발사업뿐만 아니라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건 정부의 본래 책무다.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각 조합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라며 "건설업체들도 우리 사회에서 막대한 기득권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주변을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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