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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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가 돌아왔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8.1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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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복귀…친노 ‘이강철’·범동교동 ‘박양수’ 캠프 합류
'기다릴줄 아는 정치인' 호평 불구 한나라당 꼬리표 부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여의도로 돌아욌다.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경선 패배,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춘천 칩거를 통해 장고에 들어갔던 손 전 대표는 오는 15일 춘천에서 오찬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실정치 복귀를 선언했다.

손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손 전 대표가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현실정치 복귀 뜻을 밝힐 것”이라며 “다만 전대 출마를 공식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 역시 “손 전 대표가 정치를 본격화하면 전대 출마 선언은 시간문제”라며 “좀 더 일찍 (출마 선언을)할 수 있었지만 이번 주가 DJ추모기간이고, 그가 DJ의 전통적 계승자가 아니기에 오히려 역공을 받을 수 있다는 주위의 만류로 정치 복귀 시점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 뉴시스
 
이로써 민주당 10·3 전대는 손 전 대표를 비롯해 정동영 상임고문, 정세균 전 대표, 박주선 의원 등이 당권 경쟁에 뛰어들면서 차기 당권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 패배부터 2008년 총선 낙선 등 연이은 패배로 인해 적잖은 상처 속에 ‘저평가 우량주’라는 평가를 받은 손 전 대표는 과연 10·3 전대를 통해 3전4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언제나 그렇듯 초반 기세는 좋다. 손 전 대표는 지난 3일 시사인과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원(KSOI)의 여론조사에서 28.1%, 지난 1일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인텔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26.9%, 같은 기관에서 지난달 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25.3%를 차지하는 등 최근 여론조사에서 3연승을 달리며 차기 당권 가도는 아직까지 맑음이다.

이는 손 전 대표가 이른바 당권도전 ‘빅3’ 중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열세지만 지난해 10월 재보선부터 6·2 지방선거에서 보여줬던 구원투수의 역할이 공감대를 얻으면서 대의원 표심을 흔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지난 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원(KSOI)의 여론조사에서 1순위로 손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은 응답층이 2순위에 가장 많은 지지를 보낸 후보가 바로 손 전 대표라는 것.

결국 합리성과 유연성, 포용력 등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손 전 대표는 타 후보들에 비해 비토층이 없어 1인 2표제를 실시하는 이번 전대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확률이 높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높은 지지율과 지난달 4일과 5일 박주선·천정배 의원 등 민주당 내 비주류 인사들의 구애 손길이 맞물려 자연스럽게 정치 복귀 수순을 밟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손 전 대표가 민주당 수장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당 안팎의 관계자들이나 정치 전문가들은 손학규 후보의 가장 아킬레스건으로 조직력을 꼽는다.

다만 10·3 전대에서는 그 이전과는 양상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우선 영남 민주화 세력의 핵심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지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조직의 귀재로 불리는 범동교동계의 박양수 전 의원이 손 고문 캠프에 합류, 손 전 대표 측은 천군만마를 얻었다.

일각에서는 손 전 대표가 친노와 DJ 동교동계를 모두 아우르는 화합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 김부겸·김동철·신학용·전혜숙·최영희·이찬열·이춘석 의원 등 12명은 전준위에 ‘손학규계 의원’들의 추가를 당에 공식적으로 요청하며 손 전 대표를 위해 전면에 나섰고 당내 비주류 소속 모임인 민주희망연대와 486그룹 중에서 일부가 손 전 대표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져 손 전 대표 측을 고무시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내 조직력은 정세균 전 대표와 정동영 상임고문이 양분하고 있지만 손 전 대표도 조직력이 아주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다만 정 전 대표와 손 전 대표의 지지기반이 겹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정 전 대표와 손 전 대표가 2004년 총선과 6·2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조직을 다졌다”고 말한 뒤 “오히려 정 상임고문의 조직력이 예전만큼 못하다. 정 상임고문이 전당원 투표제를 주장하는 게 이를 방증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같이 반문했다.

손학규 대안론이 당심을 자극하자 비주류 측 박주선 의원이 지난 5일 PBS 라디오 <열린세상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손 전 대표와 관련, “당의 중요한 보배인 것은 맞지만 이미 국민의 심판을 한 번 받았던 전력이 있지 않느냐”며 “좀 더 새로운 사람, 당을 변화와 혁신으로 이끌어가고 수권정당을 만들어갈 새로운 인물에게 기회를 주는 게 낫다”고 비판했다.

한 당권 후보 측 관계자는 “재보선 패배로 인해 당 안팎의 기대감이 커진 게 지지도 상승으로 나타났지만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하며 지지도는 하락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손 전 대표가 실제 당내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손학규 정체성 논란

 손 전 대표의 가장 커다란 문제는 한나라당 꼬리표다. 엄연한 현실이고 이런 논란 때문에 손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대선 후보자 경선에서 정 상임고문에게 석패했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둔 그해 8월 11일 정 상임고문은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대통합신당은 한나라당과는 DNA가 다르다”며 “피가 다르고 뿌리가 다른데 한나라당에 있었던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여기에 접목시켜선 안 된다”며 손 전 대표의 정체성을 건드렸다.

여기에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과 김원웅 전 의원도 “손 전 대표의 DNA는 한나라당”이라고 맹공을 가했고 안희정 충남지사도 당시 참여정부 평가포럼 홈페이지에 올린 ‘되살아 난 YS망령, 운동권 출신이면 다 OK인가. 새로운 진보세력의 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10여 년 동안 몸담아 오던 자신의 당을 경선에 불리하다고 뛰쳐나왔다”고 비판한 뒤 “과거에 운동권 출신이었으면 다 오케이입니까, 대북평화노선이라는 피켓만 들면 모두가 다 민주개혁세력이 되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이후 2008년 2월 11일 손 전 대표가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표에 취임하면서 내세운 새로운 진보 역시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손 전 대표는 “새로운 진보는 세계화와 선진화의 길에 적극 앞장서 번영의 길을 추구하고 동시에 인권과 평화, 인간중심의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며 “결국 발전과 번영 중에도 인간이 중심이 되고 사람이 최고의 가치로 존중받는 것이 새로운 진보”라며 일종의 휴머니즘 정치철학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당시 한미 FTA, 금산분리 완화 정책,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의 정책에 관해 당내 개혁파 의원들로부터 “정체성을 밝혀라”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그래서일까. 손 전 대표는 15일 여의도 정칙 복귀를 공식화하는 자리에서 민주당의 비전, 사회 양극화와 남북관계 등 대한민국의 과제 등 그간의 고민했던 결과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알졌다.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동영 의원의 ‘담대한 진보’, 원혜영 전 원내대표 등 진보개혁모임의 ‘복지국가’, 박주선 의원의 ‘혁신중도’ 등 당내 이념투쟁이 가열되고 있고 DJ서거 1주기를 맞고 있기에 손 전 대표 측도 진보개혁성향의 이념과 정책들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사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민주당 내 노선투쟁과 관련, “민주당은 그간 중도성향을 표방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실용 노선을 내세우며 친서민 중도노선을 강화하자 한나라당과 차별성이 있는 키워드 선점이 필요했던 것”이라면서 “중도라는 영역을 뺏겨버린 민주당이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등을 통해 나타난 민심의 관심도를 얻기 위한 논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난 2년여 동안 춘천 칩거를 통한 탈정치화를 보여주며 당내 권력 쟁취라는 단기적 목표가 아닌 구원투수 역할에 머무르며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구축한 손학규 전 대표. 여의도 정치 복귀를 통해 2012년 대권을 향한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줄 수 있을지,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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