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입시미술학원 갑(甲)질…두 번 우는 미술강사
대형 입시미술학원 갑(甲)질…두 번 우는 미술강사
  • 정진호 기자 김현정 기자
  • 승인 2016.12.20 10: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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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업금지·자의적 해고 규정 등 불공정계약 만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김현정 기자) 

▲ 입시미술학원 대부분이 강남에 모여있는 까닭에, 이른바 ‘경업금지’ 규정은 을(乙)의 지위에 있는 미술학원 강사들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 뉴시스

‘지영쌤, 감사합니다.’

은정(27·가명) 씨의 책상은 지난해 졸업한 학생들의 감사메시지로 가득하다. 하지만 메시지에 담긴 이름은 ‘김은정’이 아닌 ‘김지영’이다. 6개월 전 적(籍)을 옮긴 그는 이전 학원과의 계약으로 인해 실명을 쓸 수 없다. 이전 학원과의 계약서에 ‘퇴직 후 1년간은 본원의 반경 10km 이내의 동종 학원에 취업하거나 개원할 수 없다’는 조건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은정 씨는 ‘이름값’이 중요한 학원가에서 1년 동안 가명으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나마 은정 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입시미술학원 강사로 활동하던 현주(30·가명) 씨는 아예 1년 동안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기로 했다. 현주 씨 계약서에는 퇴직 후 1년간 강남권(강남구·서초구 등)에서 취업하거나 개원하지 않기로 하는 조항이 삽입됐는데, 대다수 입시미술학원이 강남권에 위치한 까닭에 일자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시미술학원 강사들이 불공정계약에 신음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 입시미술학원들은 계약서에 ‘퇴직 후 1년간 본원과 인접한 지역에서 취업하거나 개원하는 것을 금한다’는 내용의 항목을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홍익대가 실기시험을 폐지하면서 강남에 입시미술학원이 밀집한 지금, 이른바 ‘경업금지’ 의무는 강사들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경업금지란 고급관리직이나 기술직, 회사의 영업 비밀을 알고 있는 직원이 경쟁업체에 취업하거나 동일 업종 회사를 창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입시미술학원 강사의 경우 절대적인 ‘을(乙)’의 지위에서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는 데다, 특정 지역에 학원이 몰려있는 업계 특성상 과도한 제한요소가 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노무법인 〈혜안〉 강선일 대표노무사는 “강사 퇴직 후 인근 지역 취업 및 창업 금지와 같은 학원 측 영업 보호 장치의 과도한 설정은 근로자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일부 대형미술학원은 ‘갑(甲)’의 지위를 악용해 불공정계약서를 강사들에게 들이밀고 있다 ⓒ 시사오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사오늘〉 취재 결과, 일부 대형입시미술학원은 ‘갑(甲)’의 지위를 악용, 계약서 자체에 불공정한 조항을 넣고 있었다. 대표적 사항은 퇴직금을 월지급금에 포함해 퇴직 시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대법원은 월급여에 퇴직금을 포함시키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해고 관련 조항도 불법적으로 설정돼 있었다. 대부분 강사채용계약서에는 지휘·감독 사항이 적혀 있어 위탁계약서가 아닌 근로계약서로 분류된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몇몇 학원에서는 계약서에 ‘학원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될 시 계약기간과 관계없이 그 시점에서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 해고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23조를 위반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학원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나 수강생 관리부족으로 이탈자가 생겼을 때 강제퇴직이 가능하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강선일 노무사는 “퇴직금이 월 강의료에 포함돼 있는 것은 명백히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반한다”며 “학원측이 일방적 계약 해지 사유를 규정하는 것은 해고사유 정당성이 부족해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사용자로서의 우월한 지위를 무기로 반(反)노동인권적 근로계약서를 요구하는 학원들이 운영 중에 있는데 빠른 시일 내에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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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욱 2017-01-14 21:16:59
계약서를 쓰지 않는 강사들도 많습니다.
재개약을 할지 다른 학원으로 가야하는지 매 년 마다 걱정을 해야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학생들의 수강료가 오르는 것에 비해 강사들의 급여는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