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⑤부산]“정권교체”…문재인으로 표 이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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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민심⑤부산]“정권교체”…문재인으로 표 이동 중
  • 부산=송오미 기자
  • 승인 2017.01.3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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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텃밭 PK 균열 속 정권교체 희망
"문재인, YS같은 카리스마 없어 아쉬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부산=송오미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회로부터 탄핵당한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4월 또는 5월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설날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대명절인만큼 지방과 중앙의 의견이 오고가고 여론이 새롭게 형성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여당의 텃밭으로 불려온 부산·경남(PK) 민심은 어떻게 변했을까?

 ‘영남패권론’이라는 말이 존재할 정도로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PK 지역의 민심이 예전과 같지 않다. PK는 지난 1990년 3당 합당 이후 20년 이상 여당 텃밭이라고 일컬어져온 지역이다. 그러나 지난 19대 총선 때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부산 2석, 경남 1석을 얻어 분위가 바뀌기 시작, 작년 4.13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부산에서 5석, 경남에서 3석을 얻으면서, ‘여당 텃밭’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시사오늘〉은 26일~29일 4일간 PK 민심을 들여다봤다. 정치권에 대한 분노와 불신은 가득했지만, ‘정권교체’를 간절히 희망했다. “문재인이 좋고 싫고를 떠나서, 현재로서는 문재인 밖에 정권교체를 할 사람이 없다”는 여론이 강했다. ‘여당 텃밭’ 균열도 한층 더 깊어진 듯했다.

▲ <시사오늘>은 26일~29일 4일간 PK 민심을 들여다봤다. 정치권에 대한 분노와 불신은 가득했지만, ‘정권교체’를 간절히 희망했다. 부산 북구 구포시장. ⓒ 시사오늘

"박정희에게 배운 독재 지금 통할 수 없어"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12년 동안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 씨(남‧55)는 “우리처럼 장사하는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 없다. 전부 세금이나 쎄리 올리고,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우리 같은 서민들이 우째해가꼬 사는지 알기나 하겠나. 즈그 국회의원, 대통령되면 그만이고, 선거철에만 만날 시장에 와서 뽑아달라고 악수하고. 당선되면 뭐 있노”라며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박 씨는 “그나마 문재인은 서민의 삶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잘 알끼다. 사람은 착하고 서민의 마음을 알아준다는 점에서는 좀 낫는데, 리더십이 부족해가꼬, 큰  일을 하겠나 싶다”면서 “박근혜가 밉다보니까 그쪽(문재인)으로 표가 몰리는 것 같드라”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쳤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이고, 그 사람이 정치를 알겠나. 또 서민들의 삶은 알겠나”라며 전혀 기대를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찍었다고 밝힌 구포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안 씨(남‧52세)는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말문을 열었다. 안 씨는 “지금 박근혜, 최순실 때문에 이 나라가 얼마나 시끄럽고 엉망이냐”면서 “(박 대통령은)그걸 깨닫지 못하고 혼자서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치는 걸 보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씨는 그러면서 “지금은 문재인 밖에 (대통령)할 사람이 없다. 문재인 말고는 인물이 없다. 반기문도 안 된다”면서 “안희정도 지금은 너무 이르다. 물이 끓기도 전에 갑자기 욕심이 생겼는지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 이번에는 문재인을 화끈하게 밀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 대선출마를 선언한 바른정당 대선후보에 대해서도 한마디 보탰다. 안 씨는 “남경필, 유승민도 대선출마 선언을 했는데, 참 꼴뚜기가 뛰니까 뭐가 뛴다고 난리고”라고 덧붙였다. 

▲ <시사오늘>은 26일~29일 4일간 PK 민심을 들여다봤다. 정치권에 대한 분노와 불신은 가득했지만, ‘정권교체’를 간절히 희망했다. 부산 북구 덕천로터리. ⓒ 시사오늘

부산 사상구에서 세무사를 하고 있는 김 씨(남‧37세)는 빠른 국정 정상화를 희망하며 정권교체를 할 사람은 문재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현재 정치상황에 대해 국민들은 많이 지쳐있다”면서 “현재 정국을 바로잡기 위한 하나의 희망인 특검이 열심히 해주고 있어서 국민들은 그에 대해 응원을 보내고 있지만, 정치권 내부에서도 특검이 수사를 더 잘 할 수 있게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지금은 정권교체가 아주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의 여당 또는 여당 성향의 후보가 대권을 잡게 되면, 앞에 있었던 수많은 부정부패와 비리들이 또 다시 묻히게 될 것이다”면서 “야권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문재인이 대통령이 돼야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이번에 꼭 문재인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선호보다는 현재 정권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니 그였다”고 밝혔다.

부산 K 고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김 씨(여‧28)는 박 대통령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씨는 “책임을 좀 지셨으면 한다. 잘못은 깨끗이 인정하고 박정희한테 배운 독재정치가 지금 시대에는 통할 수 없다는 사실만이라도 제발 깨달아 달라”고 호소했다.

김 씨는 그러면서 “이번 대통령은 문재인이나 이재명(성남시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문재인은 청와대 경험도 있고, 무엇보다 서민들 입장을 잘 헤아려 줄 것 같다. 이재명은 카리스마 있게 통치를 하면서 부정부패를 확실하게 해결해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화의 거성, YS같은 리더십 절실"

김 씨는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YS같은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또 나왔으면 한다”며 “화끈하게 금융실명제 도입해서 부정한 뒷거래를 많이 줄이고, 하나회 척결해서 군인들 정치비리를 없앤 점은 정말 지금까지도 획기적이고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IMF 사태를 미리 대비하지 못한 책임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북구 화명동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부부도 보수정권 10년에 대한 실망과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와 함께 YS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아내 박 씨(여‧57)는 “지난 10년 동안 이명박, 박근혜가 대통령을 하지 않았나. 이번에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야권에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그러면서 지난 25일 인터넷 방송 〈정규재TV〉에 출연해 인터뷰한 박 대통령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몇 일전에 박근혜가 인터뷰를 하던데, 와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뻔뻔하게 앉아서 인터뷰를 했다는 자체가 정말 정신이 어떻게 된 것 아닌가, 이런 생각까지 들더라”면서 “헌재 심판을 앞두고 마지막 발악을 한 것 같다. 소름이 돋더라. 이미 증거가 상당히 나와 있고, 본인 밑에서 일했던 참모들이 줄줄이 특검조사 받고 구속되고 있지 않나. 기가 막힌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 있던 남편 김 씨(남‧60)도 “내가 박근혜를 뽑았지만, 이정도일 줄을 몰랐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어 김 씨는 문 전 대표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그는 “사람은 참 좋다. 그런데 안보관계에 대해서 더 확실하게 입장을 정리하면 지지율이 더 올라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선은 마지막에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아직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아내 박 씨는 “지금까지 문재인이 가지고 온 노선이 있기 때문에 갑자기 안보에 대해서 생각을 확 바꾸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을 보탰다.

박 씨는 그러면서 “문재인이 대통령 될 것 같다. 서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아는 문재인 같은 사람이 대통령 돼야 한다”며 “문재인이 인권변호사 할 때 어려운 사람 얼마나 많이 도왔나. 엘리트 코스만 밟은 사람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재인이 YS같은 화끈한 그런 면이 조금만 있었어도 인기는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부는 YS에 대해서 “민주화의 거성(巨星), 카리스마 지도자”라고 기억했다.

김 씨는 “YS는 한국 민주화를 상징하는 거성(巨星)이다. 젊었을 때부터 오로지 민주화를 위해 맞서 싸우지 않았냐”며 “퇴임 이후에 비판도 많이 받기도 했지만, 서거 이후에 오히려 더 큰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는 분”이라고 밝혔다. 다만, “막판에 아들 문제로 오점을 남긴 게 아쉽다”고 말했다.

박 씨는 “YS가 거제 사람 아이가. 92년 대통령 선거 때 부산이랑 마산에서 YS 억쑤로 밀어줬다. 나도 등산하다가 내려가서 YS 찍었다”면서 “내 기억으로는 금융실명제 갑자기 발표했을 때 완전히 난리가 났었다. 진짜 획기적이었다. 또 YS는 진짜 20대 때부터 민주화를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한 사람이다. 그거는 진짜 인정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그러면서 “아들 문제 때문에 끝에 좀 안 좋지. IMF 사태 제대로 대처 못 한 것도 아쉽지”라면서도 “뭐, 백 가지 다 잘 할 수 있나. YS이후로 역대 대통령 보면, 다른 대통령들이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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