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리정철 등 ‘화학특기생’ 유학보내 독극물 전문가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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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北, 리정철 등 ‘화학특기생’ 유학보내 독극물 전문가 양성”
  • 최정아 기자
  • 승인 2017.02.20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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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과 출신 북한 학생 10여명, 중국 유학”
“일반 서민층…교수직까지 올라간 학생”
“암살 용의자, 리정철 인도 유학시기와 겹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최정아 기자)

북한 정부가 지난 2009~2010년 화학전공 특기생들을 선출, 유학을 보내 독극물 전문가로 양성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지목된 리정철이 화학을 전공한 독극물 전문가란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나온 증언이어서 눈길을 끈다. 특히 이 증언은 리정철이 인도에서 화학을 공부했던 시기와 맞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북한정부가 당시 리정철과 같은 화학 특기생을 정부차원에서 양성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시사오늘> 취재결과, 북한 정부는 2009~2011년 초 즈음 화학전공 우수생들을 선별해 중국으로 유학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지난 19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지난 2009~2010년 중국 이과 전문대학인 중국 상하이 화동이공대학(华东理工大学)에 10여 명의 북한 일반 학생들이 유학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당시 북한 일류대학 화학과 출신 학생 10여 명이 유학을 했다. 항상 10여 명이 같은 스타일의 옷(A씨는 흰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라고 묘사했다)을 입고 몰려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화동이공대학은 화학 분야로 유명한 대학이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학교에 비해 한국학생이 매우 적었다. 일반 학생 10여 명을 이 학교로 유학보낸 이유도 한국 학생이 드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위층 자녀가 아닌, 일반 북한 학생들이 이례적으로 유학을 와서 학교 선생님들도 의아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북한 정부에서 유학보낸 화학 특기생이라고 했고, 이후 교수직까지 올라갈 학생들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북한 출신 유학생들은 대부분 고위층 자녀들이다. 일반 학생들이 유학을 하는 경우는 돈이 많은 신흥부자가 아닌 이상 극히 드문 편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에 대해 “북한 출신 유학생들이 중국에 꽤 많은데, 대부분 고위층 자녀다. 이들은 김일성 얼굴이 그려진 뱃지를 달고 다니지도 않고, 몰려다니지도 않는다”며 “(하지만) 그들은(화학 특기생) 누가봐도 고위층 자녀들은 아닌, 일반층 학생들이었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에서 유학한 B씨도 이날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베이징에 위치한 북경사범대학에도 북한 고위층 자녀들 몇 명이 공부를 했다”며 “‘김일성 뱃지’를 달고 다니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반 서민층으로 추정되는 화동이공대학 북한 유학생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북한 국적자 리정철이 지난 18일 오후(현지시간) 조사를 받기 위해 말레이시아 경찰에 의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세팡경찰서로 연행되고 있다. ⓒ뉴시스

◇ 리정철도 ‘인도 유학’…北, 화학 전문가 특별양성했나?

주목할만한 점은 이들의 유학 시기가 김정남 암살 피의자로 지목된 리정철이 인도에서 화학을 공부했다고 알려진 시기(2009~2011년으로 추정)와 상당히 겹친다는 사실이다. 이에 일각에선 당시 북한이 화학 특기생을 정부차원에서 양성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인 <더스타> <중국보(中國報)> 등은 지난 19일 말레이시아 경찰 관계자 등을 인용해 리정철이 ‘화학무기와 독극물 전문가’라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보>는 리정철이 2000년 북한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했고, 이후 말레이시아의 한 제약회사에서 항암약을 연구했다고 전했다.

또 리정철은 화학을 공부하기 위해 인도로 유학을 떠났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말레이 현지 매체는 이후 2010~2011년 인도 동부 콜카타 연구소에서 근무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실을 종합해 봤을 때 리정철이 인도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공부했던 시기는 2009~2011년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김주성 망명북한작가센터 부이사장은 2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대규모적인 국가정책에 따라 속성으로 유학을 계획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화학연구소 신설과 같은 국가적인 프로젝트가 있을 때 사전에 우수생들을 유학보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부이사장은 “예전엔 고위층 자녀를 제외하고는 국가에서 우수생들을 선별해 유학을 보내는 식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부모가 장사를 하는 (돈을 많이 버는) 일반 평민층도 유학을 보낸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 <더스타>에 따르면 리정철을 제외한 나머지 북한 출신 용의자 4인은 지난 13일 오전 9시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KLIA2) 로비에서 김정남이 여성 피의자 두 명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직후 말레이시아에서 출국했다. 이 매체는 이들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항공기를 탔으며,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 범행 나흘만인 17일께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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