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자의 까칠뉴스]'콘텐츠 기획자'에서 '불법 복제자' 된 현대카드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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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의 까칠뉴스]'콘텐츠 기획자'에서 '불법 복제자' 된 현대카드①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7.05.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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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우리·국민카드에 베끼기 공격, 이젠 자신이 표절 의혹…웃기는 불법복제 경쟁
현대차그룹 사위 정태영 취임 후 논란의 중심…경영능력 인정 때문? 의구심 모락모락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 현대카드가 삼성·우리·국민카드에 베끼기 공격을 하다가 최근엔 되레 자사가 표절의혹을 받고 있다. ⓒ현대카드

베끼기 의혹 공격하다 KB국민카드에 역공 당하다

세상事는 참으로 아이러니 한가 봅니다.

과거에 자사의 디자인을 베꼈다며 3번이나 타 카드사에 표절 의혹을 제기했던 현대카드가 이젠 자신이 베끼기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콘텐츠 기획자’에서 한 순간에 ‘불법 복제자’가 된 것인데요.

현대카드는 지난 2012년 삼성카드를 상대로 베끼기 논란을 제기한데이어 2014년에는 우리카드, 2016년에는 KB국민카드에게 표절논란으로 시비를 붙였죠. 카드사만 상대로 3번이며, 2012년에는 국민은행의 사원증 디자인을 놓고도 다툼을 벌였습니다.

현대카드가 마치 싸움닭처럼 타사를 상대로 베끼기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자사는 ‘콘텐츠 기획자’이지만 타사는 ‘불법 복제자’라는 여론전을 펼치는 듯한 모양새가 보입니다.

이렇게 타사를 상대로 베끼리 논란을 빚었던 현대카드가 이번에는 자신이 표절의혹에 휩싸였습니다.

그동안 베끼기 의혹으로 공격을 했던 현대카드가 이제는 역으로 공격을 당하는 격이 된 것이죠.

베끼기 의혹의 중심에 선 현대카드의 상품은 최근 선보인 ‘카멜레온 카드’입니다. 카멜레온 카드의 결제방식이 지난해 9월 KB국민카드에서 내놓은 ‘KB알파원 카드’와 유사하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살펴보면 정말 비슷합니다. 두 카드 모두 한 장의 카드에 여러 장의 카드를 담아 자유롭게 혜택을 이용할 수 있으며,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카드를 선택해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연회비를 받지 않는 것도 같습니다. 누가 봐도 결제방식을 도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할만한 내용이더군요.

당연히 먼저 내놓은 KB국민의 반발이 심하겠죠. KB국민카드 측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베타테스트를 거치는 등 오랫동안 연구개발해서 내놓은 상품인데 구조가 너무 똑같아 황당하다”며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현대카드 측은 “해외에서도 많이 활동되고 있는 모델”이라는 주장을 펴며 베끼지 않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두 카드 중 KB국민카드의 KB알파원은 지난해 10월 현대카드사로부터 자사의 ‘퍼플카드’와 디자인이 유사하다며 베끼기 논란을 제기 당했던 카드입니다.

KB국민카드로서는 황당 그 자체일 것입니다. 디자인을 베꼈다며 논란을 제기했던 현대카드가 해당 카드의 결제방식을 그대로 베끼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죠.

KB알파원이 베끼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내용은 이렇습니다. KB알파원은 카드 앞뒤로 은은한 보라색을 사용하고 앞면에는 브랜드명과 고객명만을, 뒷면에는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등을 넣어 깔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앞서 현대카드가 2006년 출시한 VIP카드 퍼플카드도 KB알파원과 마찬가지로 보라색에 앞면에 브랜드명과 고객명, 뒷면에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새겼습니다. 이런 방식은 당시 업계로서는 최초 시도였죠.

당연히 현대카드에서 불만을 제기할 만 합니다. 현대카드 측은 “퍼플카드의 VIP카드로서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 토로한 반면 KB국민카드 측은 “보라색은 핀테크과 아날로그의 결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대카드의 억지”라고 반박했죠.

참 애매한 표절 의혹입니다. 분명 보라색과 카드번호 배열 등은 현대카드가 업계 최초로 사용하긴 했지만, 디자인이나 상품특허제도가 없으며 보라색 또한 현대카드의 고유색상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번 건은 KB국민카드가 모방했다는 의혹을 무조건 적으로 부인하기에는…글쎄요.

현대카드 정태영, 우리카드 모방 비아냥대다 업계 반격 받아

현대카드는 지난 2014년 4월에도 우리카드에게 표절 논란을 제기했었습니다. 그해 3월 31일 우리카드가 선보인 ‘가나다’ 카드의 콘셉트가 2013년 7월 현대카드가 내놓은 ‘챕터2’와 비스하다는 것이었죠.

챕터2가 크게 ‘포인트’와 ‘캐시백’ 등 두 축으로 한 투트랙 전략을 사용한 것과, 가나다가 ‘할인’과 ‘포인트’로 구성한 것이 유사하다는 것인데요.

가나다 카드 출시 이튿날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카드의 가나다 카드를 비꼬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현대카드와 우리카드의 베끼기 논란은 점화가 됩니다.

“한 개인일 뿐인 아티스트도 앨범 발표 전에 표절논란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곡들과 대조를 한다고 한다. 그러고도 표절시비가 나오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곡을 내리기도 하고 활동을 자제하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큰 조직이 움직이는 다른 분야에선 그런 건 염두에 조차 없다. 차라리 적당해서 못 본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정 사장의 글입니다. 정태영 사장은 또 챕터2와 가나다 카드를 비교하는 광고 사진을 나란히 게재하면서 가다다 카드를 비아냥대기도 합니다.

“복잡하고 머리 아픈 카드생활을 할인과 포인트로 심플하게 정리한 현대카드의 투트랙 체계를 우리카드에서 정확하게 이해해 주셨습니다. 365일간의 프로젝트 기간, 21만시간 인력 투입, 인사이트 트립 9만 마일, 경영진 회의 160번 등 치열했던 1년의 기록까지 보내드리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카피의 대상이 되는 것 또한 우리의 미션이므로 현대카드가 기준이 되고 그것을 모방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

이에 대해 우리카드 측은 “다른 카드사들도 라인업 단순화, 표준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또 할인, 포인트가 비슷하다고 하지만 이건 전 카드사가 카드 상품의 기본특징으로 가지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예 맞습니다. 카드업계도 “카드업계의 단순화·체계화라는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라 보는 관점도 있다. 카드사의 전 업계가 대동소이하다. 가나다 카드가 타사 전략을 모방했다고 볼 수 없다”며 우리카드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현대카드의 반응은 좀 과했다는 생각도 드네요.

<계속>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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