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누가 ‘홍준표 역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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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누가 ‘홍준표 역할’ 할까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10.0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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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정동영 등 손학규 공격하며 개혁파 자임할 듯
민주당은 10.3 전당대회를 통해 손학규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지만 하루 만에 그간 당권파 수장이었던 정세균 전 대표가 지도부 수락 여부를 두고 장고에 들어간 가운데, 손학규 체제에 대한 친노, 486그룹 등의 불만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주-호남세력의 적자임을 천명했던 정동영 최고위원이 ‘손학규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2위에 그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박주선 최고위원은 당초 4위를 예상했지만 하위권에 머무르는 등 양 진영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기록했다.

이들이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당내 자신의 계파 사람들을 심는 등 조직력 극대화를 위해선 손 대표와의 대립각은 불가피한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나라당 친이-친박처럼 당내 갈등이 심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에 따라 정동영, 천정배, 이인영 등 당내 비주류내지 개혁파 인사들이 한나라당 홍준표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손 대표 역시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내 개발, 기업투자와 규제완화, 남북관계 등에 대해 참여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신자유주의 노선을 찬성한 전례가 있어 한미 FTA,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당내 개혁파의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 리더십 발휘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 민주당 정세균 전 대표가 지난 8월 22일 오전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기 전 간담회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뉴시스

손학규파로 분류되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도 5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손 대표가 중도를 표방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중도세력이 손 대표의 지지 기반이라 하더라도 이제는 진보라는 큰 바다에 뛰어들어야 한다. 만약 진보를 품지 못하면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이 주장하는 진보적 가치와 충돌하기에 진보 키워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나 최고위원직 수락이냐, 사퇴냐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던 정세균 전 대표가 최고위원직을 수락하면 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 전 대표 측 내부적으로는 468과 친노그룹의 지원과 그간 당내 조직력을 앞세워 당권 재수성에 정치적 운명을 걸었지만 1위는커녕 정동영 최고위원에게도 밀려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전 대표는 이미경 사무총장이나 정병헌 정책위의장, 윤호중 사무총장 등 정세균파 당직자들과 함께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뒤 거취를 두고 깊은 고민에 들어갔다.

표면적으로는 전임 대표였던 자신이 새 지도부 참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당 안팎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1위를 하지 못하자 전대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듯이 사퇴하는 것은 정 전 대표를 지지했던 대의원들과 당원들의 지지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 측근들도 일단 사퇴를 만류하고 있지만 그의 사퇴 의지가 생각보다 강해 사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강하다.

정 전 대표로서는 당내 손학규 대표, 정동영, 이인영, 박주선, 천정배, 조배숙 등 당 지도부 중 자신의 우군이 없어 지도부 입성시 당내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사퇴 염두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대표의 사퇴는 그에게 득일까, 실일까.

민주당 관계자는 “정세균 최고위원이 전대 결과에 상당한 낙심을 했다”며 “사퇴하고 2012년 야권연대에서 자신이 그 중심에 두는 역할을 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지그룹으로 분류됐던 486그룹이나 친노그룹 등이 손학규 대표에게 우호적이어서 당내에는 그들이 손 대표 쪽으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며 당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전했다.

최고위원이 사퇴를 결정한다면 민주당 계파 갈등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고 최고위원직을 수락한다면 손학규 대표와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손학규파로 분류되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공개적으로 정 전 대표를 사퇴를 주장해 손학규파의 분위기가 강경함을 내비쳤다.

안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정세균 전 대표 사퇴와 관련, "지금 민주당은 화합과 통합보다는 민주당의 혁신과 개혁에 방점을 찍어야 될 시점"이라며 "전대 전부터 당내에는 6.2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발생됐던 공천 비리 등에 책임을 지고 있는 정세균 전 대표의 불출마 요구가 팽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대 과정에서도 돈 선거 중심에 정 전 대표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패배한 장수가 자신의 이름이 자꾸 언론에 오르내리게 하는 건 온당치도 못하고 지도자답지 않다. 오늘 중으로 최고위원회 사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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