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하림펫푸드 전용공장 가다…‘휴먼그레이드’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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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하림펫푸드 전용공장 가다…‘휴먼그레이드’ 의견 분분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7.06.23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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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먹는 반려동물 식품’ 콘셉트, 독될까 약될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하림펫푸드가 지난 22일 자체 생산 설비를 갖춘 펫푸드 전용공장 해피댄스스튜디오(HDS)를 오픈하고 반려동물 식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회사 측은 일반 식품 공장과 같은 시스템으로 시설을 운영한다는 취지 아래 각종 자동화 시설, 위생 관리, 출고 후 이력 추적 등 최첨단 설비를 강조했다. 하지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100% 휴먼 그레이드(Human Grade)’라는 제품 콘셉트가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미지수다.

▲ 하림펫푸드 전용공장 해피댄스스튜디오(HDS) 전경 ⓒ하림

전용공장서 식품 수준으로 펫푸드 생산·관리

충청남도 공주시 정안면에 위치한 HDS는 국내 유일의 휴먼그레이드 펫푸드 전용 공장으로 생산시설은 물론 펫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펫푸드 단일 공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대지면적 2만8595㎡, 건물면적 1만5905㎡를 자랑한다. 총 400억원의 금액이 투자됐으며, 건물 전체 콘셉트 설계는 미국 Beck그룹에서 맡았다.

휴먼 그레이드는 다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원재료를 얼마나 첨가했느냐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100% 휴먼 그레이드란 제품의 들어가는 모든 원재료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만 사용하고 제조 공정에서 관리까지 모두 실제 식품 수준으로 이뤄진다는 의미다.

▲ 재료를 보관하는 저장소 모습. 커다란 흰색 통에는 주재료를 보관하며 미량의 재료는 회색 통에 보관한다. ⓒ시사오늘

제품 공정과정은 크게 △원료 입고·보관 △계량·혼합 △쿠킹 △드라이 △냉각 △진공코팅 △제품탱크 보관 △소포장 △대포장 △제품보관 △완성제품 출고 순으로 이뤄진다.

‘키블로드’라 불리는 견학 과정에서는 원료의 일부인 블루베리 파우더, 토마토 파우더, 케일 파우더, 양배추 파우더, 병아리콩, 쌀, 완두콩 등이 전시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림펫푸드 관계자는 “제품은 무방부제로 모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원료만을 넣었다”며 “식물에서 추출하는 천연 비타민, 로즈마리 등을 사용해 항산화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재료는 반려동물이 소화를 잘 할 수 있도록 200~400 미크론(um)까지 미세 분쇄한다. 미크론은 1cm의 1만분의 1크기를 뜻한다. 쿠킹 과정에서는 가정에서 굽는 것과 같은 오븐 공법을 적용해 부드러운 식감을 살렸다.

주요설비 중 하나인 익스트루더는 생고기를 50% 첨가 가능한 설비로 하림펫푸드가 세계에서 3번째로 도입했다. 과다하게 가공된 게 아닌 생고기를 반려견에게 공급함으로써 고품질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공기이송장치를 통해 위생 관리에도 신경 쓰고 있다. 모든 원재료는 포장지에 담기는 순간까지 공기이송장치를 통해서만 이동된다. 제조·포장 과정 중 직접 세척이 어려운 데다 공기 이송 시 잔량이 남지 않아 위생적이며 이물질 투입도 막을 수 있다.

▲ 펫푸드 재료가 쿠킹(오븐) 과정을 거치고 있는 모습. ⓒ시사오늘

85개의 저장소도 마련돼 있다. 주재료를 보관하는 흰색 통과 미량의 재료를 보관하는 회색 통으로 나뉜다. 이 곳을 통과해 나온 재료는 오븐 직화열 300도로 건조시킨다. 이후 냉각해 오븐 틀에서 모양을 잡고 소포장에 들어간다. 보통 반려견이 하루, 이틀 내 소진할 수 있는 분량을 포장한다.

보관실은 2700개의 독립된 팔레트, 85개의 저장빈(bin)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 제품이 가득 찰 경우 규모는 약 3000톤에 달한다. 하림펫푸드 제품 ‘더 리얼(The Real)’ 1상자는 대략 6kg 정도다.

원료 입고 시 개별 추적시스템을 부착해 재검사도 가능하다. 제품 출고 후 12개월간 원료와 제품샘플을 소량 보관해 추후 고객 불만이 접수됐을 시 해당 사료 성분을 재검사해 문제를 파악한다.

기자가 둘러본 해당 코스는 사전 신청 시 견학이 가능하며 견주의 경우 반려 강아지와 동반 입장도 가능하다. 내부 시설을 둘러볼 수 있는 일부 유리창은 무릎 아래 높이에 스티커 등을 붙이지 않고 투명하게 처리했다.

현장 도슨트는 “강아지들도 안쪽을 볼 수 있도록 반려동물 눈높이에 맞춘 일종의 배려”라며 “별 것 아닐지 모르지만 견주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 완제품을 보관하는 창고. 이곳에 제품이 가득 차게 되면 규모는 약 3000톤에 이른다. ⓒ시사오늘

사람도 먹을 수 있는 펫푸드, 시장경쟁력 될까

이처럼 최첨단 시설은 갖췄으나 정작 본질인 사료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렸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하림펫푸드는 사람도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했다. 실제 김홍국 회장은 행사장에서 직접 기자들에게 사료를 나눠줬으며 질의응답에 나선 양재현 사장은 펫푸드를 시식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만큼 좋은 품질과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내세운 콘셉트지만 견주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휴먼 그레이드 콘셉트가 과연 반려동물 사료에 중요한 부분이냐는 지적이다.

이날 SNS 이벤트로 반려견과 함께 펫푸드 HDS 오픈 행사에 참석하게 된 A씨는 “강아지 식품인데 사람 입맛에도 맞는다는 식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 같다”면서 “사료에 생고기를 쓴다고는 하는데 어차피 냉동, 해동을 거친다고 하니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행사장에 온 B씨는 “타사와 달리 하청업체를 두지 않고 자체설비로 생산한다는 점은 믿음이 간다”면서도 “다른 사료에 비해 사료 특유의 짠 냄새가 덜하긴 했지만 직접 포장된 사료는 양이 많기 때문에 제품을 뜯어서 맡아보면 시중 제품과 비슷한 수준일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결국 하림펫푸드가 내세운 휴먼 그레이드 콘셉트가 향후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사료’라는 콘셉트가 다른 기업과는 확연히 다른 지점이지만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림펫푸드는 올해 반려동물식품 시장점유율 15%를 목표하고 있다. 현재 반려동물 사료 시장에 뛰어든 식품 기업은 CJ제일제당, 사조, 풀무원, 동원F&B, KGC인삼공사 등이 있다.

김수현 해피댄스 디자이너는 “펫푸드 제품을 준비하면서 경쟁자를 찾으려 고심했지만 사실 휴먼그레이드 제품은 처음이기 때문에 경쟁의 기준을 찾기가 힘들었다”며 “시장 점유율은 높을수록 좋겠지만 첫해인 만큼 15% 정도로 목표를 잡았다”고 말했다.

한편, 하림펫푸드 ‘더 리얼 크런치 소고기 어덜트(1kg)’, ‘더 리얼 크런치 오리 어덜트(1kg)’, ‘더 리얼 크런치 연어 어덜트(1kg)’ 등의 가격은 3만2000원이며, ‘더 리얼 크런치 닭고기(1kg) 어덜트’는 2만8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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