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에 몰리는 수상한 그룹 일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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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건설에 몰리는 수상한 그룹 일감, 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08.29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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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상반기, SK이노 235억·SK하이닉스 489억 등 일감 몰아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SK건설(에스케이건설)에 올해 들어 모그룹 일감이 증가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SK케미칼의 지주사 전환, 최태원 회장의 의중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SK

최근 들어 SK그룹(에스케이그룹) 계열사들의 일감이 SK건설에 몰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SK케이칼의 지주사 전환 추진으로 '소유는 최태원', '경영은 최창원'이라는 SK건설의 애매한 지배구조가 정리되기에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SK건설이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SK이노베이션 등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수익은 1조911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96%(약 1조 원) 가량 줄었다.

때문에 당시 업계에서는 SK건설이 그룹사 일감 감소로 매출 공백 현상을 빚을 공산이 크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SK건설의 2017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SK건설은 지난 상반기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로 7783억7468만 원의 매출을 거뒀다. 지난해 동기보다 2.24%(약 175억 원)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세부적인 거래내역을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235억7927만 원), SK하이닉스(489억9602만 원) 등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는 모그룹 계열사로부터 올린 수익이 많았다.

반면, SK케미칼(150억3466만 원), SK네트웍스(911만 원), SK가스(57억162만 원) 등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맡고 있는 모그룹 계열사와의 거래 비중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SK케미칼이 지주사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SK케미칼은 오는 12월 SK케미칼홀딩스(투자부문)와 SK케미칼(사업부문)로 인적분할할 예정이다. 현재 SK케미칼이 보유한 SK건설 지분은 28.24%, 현행법에서 정하는 지주사 전환에 따른 자회사 편입을 위한 지분 4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만약 지분 40%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SK케미칼은 SK건설 지분을 5% 미만만 보유할 수 있다. 자회사 편입을 위해서는 수천억 원을 들여 11.76% 지분을 매수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SK케미칼 입장에서는 SK건설 지분을 정리하는 게 유리할 전망이다.

실제로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케미칼의 지주회사 전환으로 그간 자산 활용성이 낮았던 SK건설 지분을 정리하는 명분을 얻게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차라리 매각 자금을 이용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SK건설이 최태원 회장 입장에서도 '계륵'에 가깝다는 데에 있다. SK건설의 최대주주는 SK㈜(44.46%)다. 숫자로만 보면 최태원 회장의 손아귀에 있는 회사다.

그러나 SK그룹 내에서 SK건설은 최태원-최재원 형제가 아니라 최신원-최창원 형제의 몫으로 구분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현재 SK건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조기행 부회장은 SK네트웍스 사장 등을, 안철현 대표는 SK가스 경영지원부문장, SK D&D(에스케이디앤디) 사장 등을 역임해 '최창원 측근'으로 통하는 인사다.

최태원 회장으로서는 SK건설의 '진짜 주인'으로 나서기에 앞서 SK건설 내부에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최근 SK건설에 모그룹 일감몰아주기가 증가하고 있는 배경에 SK케미칼의 지주사 전환과 최태원 회장의 의중이 깔려있을 공산이 크다"며 "'소유는 최태원'에서 나아가 '경영도 최태원'이 되기 위해서는 최신원-최창원 형제의 흔적을 SK건설에서 지우는 게 우선과제"라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 SK건설의 한 관계자는 최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지주사 전환이든, 지분 문제든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알 수 없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SK㈜ 쪽으로 가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며 "자금 조달도 개선되고, 그룹 일감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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