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와 서희]'문재인 수혜주' 서희건설…남아 있는 '이명박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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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와 서희]'문재인 수혜주' 서희건설…남아 있는 '이명박 흔적'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08.31 16: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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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숫자에 숨어있는 MB의 잔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최근 업계에서는 서희건설이 대표적인 '문재인 수혜주', '문재인 테마주'로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경희대 법학)과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경희대 경영학)이 동문지간이라는 점에 무게를 둔 분석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경희대 동문회장을 역임할 당시 문 대통령에게 직접 꽃다발까지 전달했을 정도로 후원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서희건설은 '문재인 수혜주'에 앞서 'MB 수혜주'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독특한 과거를 가진 건설사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 정정길 전 청와대 대통령실 실장,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등 MB 정부 당시 실세들의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사오늘>은 'MB와 서희'를 통해 '문재인 수혜주'에 가려진 서희건설 내 '이명박 흔적'을 들춰본다. '숫자에 숨어있는 MB의 잔재', '서희건설의 MB맨', 그리고 'MB와 이봉관 회장의 평행이론'을 차례로 다룰 예정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격언이 있듯, 과거를 잊은 기업에게 지속가능한 발전은 없다.

온 나라를 뒤흔든 '영포게이트'…중심에 있는 서희건설
2010년 이석현 "서희건설-MB실세 유착 관계가 확인됐다"

▲ 'MB와 서희'는 과연 밀접한 유착 관계가 있었을까. <시사오늘>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서희건설의 군(軍) 관련 공사 수주, 서울 지역 내 교회 관련 공사 수주 현황을 각 전직 대통령 임기와 각 전현직 서울시장 임기별로 분석해 봤다. 사진은 MB(이명박 전 대통령, 왼쪽)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 뉴시스, 서희건설

'MB와 서희'의 질긴 인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당시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위원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MB 정부 국무총리실 공직자윤리지원관실이 친노(친노무현)계 인사 비리를 파헤치고자 서희건설을 사찰했다가 MB 실세의 이름이 나오자 서둘러 덮었다고 폭로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MB 정부는 참여정부 때 서희건설이 미군기지 공사를 따내는 과정에서 친노 정치인에게 비자금을 건넨 사실을 파악하려고 국무총리실이 내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뜻밖이었다. MB가 서울시장을 지내던 2005~2006년 서희건설이 박영준 당시 서울시 정무국장과 접촉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MB 정권 입장에서는 내사를 급하게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박 정무국장이 MB 정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역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서희건설이 서울 지역 내 교회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박 차장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희건설이 서울시와 접촉할 당시 서희건설은 서울에 다수의 대형 교회를 지었다. 교회를 지으려면 시(市)로부터 토지 형질 변경과 인허가를 다 따내는 조건으로 공사를 수주하는 경우가 많다. 서희건설과 박영준 차장의 유착 의혹은 확인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MB 정권의 정치적 목적을 띤 민간기업에 대한 사찰 논란이 서희건설과 MB 실세의 부적절한 정경유착 의혹으로 번지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당시 여권과 서희건설이 강하게 부인했지만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2년 사기 혐의로 구속된 김운환 전 의원이 재판 과정에서 MB와 정정길 MB 정부 당시 청와대 대통령실 실장, 그리고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이름을 언급한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자신이 서희건설의 한 도급업자로부터 받은 4억6000만 원에 대해 해명하면서 "(그 돈은) 정 전 실장과의 면담을 주선해줄 정도로 이봉관 회장과 (내가) 막역한 사이라서 이 회장의 비자금 일부를 갖다 쓴 것이지 수주 대가로 받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봉관 회장 측은 "김 전 의원과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다. 정 전 실장과의 만남을 주선 받지도 않았다"고 일축한 바 있다. 'MB와 서희'를 둘러싼 의혹은 이렇게 정리됐다.

軍 관련 공사…노무현 535억, 이명박 2567억, 박근혜 824억
서울 내 교회 관련 공사…고건·박원순 251억, 이명박·오세훈 2229억

이석현 의원이 밝힌 것처럼 MB 실세와 서희건설의 유착관계는 확인된 사실일까. 아니면 이봉관 회장과 서희건설의 반박이 옳은 걸까. 이미 수년이 지난 사안인 만큼,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를 유추해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는 남아 있다. 바로 서희건설이 금융당국에 직접 신고한 공시 보고서다. 31일 <시사오늘>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서희건설의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등 사업 수주 관련 공시를 분석해 봤다.

▲ 공시에 따르면 서희건설은 참여정부, MB 정부, 그리고 박근혜 정부 시절 각각 535억1048만 원, 2569억9312만 원, 823억9515만 원 가량의 군 관련 공사 수주를 거뒀다 ⓒ 시사오늘

우선, 군(軍) 관련 공사 부분이다. 앞서 이 의원에 따르면 MB 정부는 참여정부 당시 서희건설이 미군기지 공사를 따내기 위해 친노 정치인에게 비자금을 건넨 사실을 파악하고자 사찰을 지시했다.

본지가 故 노무현 전 대통령, MB,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 등 각 전직 대통령 임기 내 서희건설이 수주한 군(軍)관련 공사 현황을 살펴본 결과, 서희건설은 참여정부 시절 총 535억1048만 원의 수익을 군 관련 사업을 통해 올렸다. △캠프 험프리 확장 부지조성공사 등 모든 계약의 상대방은 우리 국방부가 아니라, 미군이었다.

MB 정부 당시 서희건설은 △해군동해관사 및 병영시설 신축공사 △계룡대,자운대 관사 신축공사 등 총 2569억9312만 원 규모의 군 관련 공사를 수주했다. 이중 △해군진해관사민간투자사업설계시공은 노무현 정권 당시 발주된 사업이지만, 다른 업체의 워크아웃으로 인해 서희건설이 2009년 승계한 만큼, MB 임기 내 수주 실적으로 판단했다.

서희건설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참여정부 때에 비해 약 300억 원 가량 많은 총 823억9515만 원 규모의 군 관련 공사를 따냈다.

▲ 공시에 따르면 서희건설은 고건 전 시장, 이명박 전 시장, 오세훈 전 시장, 박원순 현 시장 시절 각각 57억2429만 원, 851억4900만 원, 1377억3200만 원, 193억5800만 원 가량의 군 관련 공사 수주를 거뒀다 ⓒ 시사오늘

다음은 서희건설이 서울 지역 내 교회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MB가 서울시장을 지내고 있을 당시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등 서울시 관계자들과 접촉했다는 의혹에 대한 부분이다.

공시에 따르면 서희건설은 고건 전 시장 체제의 서울시에서 단 한 건(△서울X교회 신축공사)의 교회 관련 공사를 수주해 총 57억2429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희건설의 코스닥 상장이 1999년에 이뤄졌음을 감안해, 1999년 서희건설 사업보고서도 살펴봤다. 그러나 1997~1999년까지 서희건설이 수주한 서울 지역 내 교회 관련 공사는 없었다.

MB가 서울시장을 역임할 당시 서희건설은 △XX교회 제3성전 신축공사 △XX교회 성전 신축공사 등 총 851억4900만 원 규모의 교회 관련 공사 수주 실적을 남겼다.

이어진 오세훈 전 시장 때에도 비슷한 기조가 지속됐다. 서희건설은 △XX교회 새성전 신축공사 △XXX공동체훈련장 및 성전건축 증축공사 등을 교회 관련 공사를 따내 총 1377억3200만 원 가량의 수익을 거뒀다. 오 전 시장은 정치권에서 친이(친이명박)계 출신 인사로 분류된다.

2011년 취임 이후 현재까지 서울시장을 지내고 있는 박원순 시장 체제의 서울시에서 서희건설은 △XX교회 본당 증축공사 등 총 193억5800만 원 규모의 교회 관련 공사 실적을 올렸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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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렁탕 2017-09-01 13:28:48
건설업계에 조금이라도 몸을 담았던 사람이거나 관련된 일을 했던 사람은 서희건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알지요.
서희건설은 비교적 역사가 짧습니다. 80년대인가 그때 설립된 회사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30여년만에 1군 건설사로 성장했는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