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보복에 美 FTA 재협상 엄포 '샌드위치' 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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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보복에 美 FTA 재협상 엄포 '샌드위치' 된 한국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09.05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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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기계 산업 등 타격 불가피…정부 차원의 대응방안 마련 시급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한국경제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이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FTA 폐기 방침까지 겹치면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미국과 중국이 약 35%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다. 올 상반기 대중국 수출 비중은 23.2%, 미국은 12.1%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 장기화와 미국의 한미FTA 폐기 및 재협상 등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북핵 위기까지 겹쳐 '삼중고'를 겪으면서 '9월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하비'로 피해를 입은 텍사스 휴스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미 FTA 폐기를 준비할 것"을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그간 한미FTA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재협상'을 요구해 오긴 했지만,'폐기'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부랴부랴 비공개 전략회의를 여는 등 대응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백운규 산자부 장관은 5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무역업계 간담회에서 "한미FTA 협상과 관련해 여러 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민 여러분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백 장관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차분하고 당당하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개정협상까지 가기 전에 한미FTA로 인해 양국이 얻은 이익에 대한 조사·분석·평가가 선행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백운규 산업부 장관(왼쪽)이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열린 산업부 장관 초청 무역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FTA 폐기할 경우, 수출손실액 최대 30조 이를 것으로 전망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1천 172억 달러 수준이다.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FTA 발효 전 2.57%였지만, 지난해에는 3.19%를 기록하며 5년간 0.6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기업들도 한·미FTA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3월 한·미FTA 발효 5년을 맞아 무역협회가 대미 수출입업체 487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의 68%가 'FTA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미 수출업체와 수입업체의 만족도 역시, 각각 79.3%, 86.8%로  매우 높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경우 향후 5년간 예상되는 수출 손실액이 최대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한미FTA 양허정지가 현실화되면, 5년간 총 수출손실 269억 달러, 일자리 24만개가 손실될 것으로 추정했다. 수출손실 타격이 가장 큰 산업은 자동차 산업으로 손실액이 13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각 분야별 국내 일자리 손실은 △자동차 11만 9000명 △기계 4만 8000명 △법률서비스 2만 7000명 △ICT정보통신기기 1만 8000명 △섬유 1만 2000명 △석유화학 9000명 △철강 7000명 △가전 6000명 순으로 분석됐다. 생산유발액도 68조원, 부가가치유발액은 18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한미FTA가 폐기된다면, 대미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폐기' 발언이 향후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엄포'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한미FTA 협정문 24.5조는 "어느 한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와 무역에 대한 권한을 쥔 미국 의회의 승인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만으로 FTA를 폐기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 현대자동차의 상반기 글로벌 판매실적표. 현대차는 내수시장을 비롯해 미국,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겪었다. ⓒ 현대자동차

그칠 기미 보이지 않는 中 사드보복..."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서야"

장기화되고 있는 중국의 사드 보복도 국내 산업계에 시름을 더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여행상품 판매금지 조치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직·간접 피해 규모를 최소 5조6000억원에서 최대 15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자동차 업계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총 43만947대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80만 8359대 보다 52.3% 급감한 수치다.

현대차는 사드 보복으로 인한 판매 급감으로 중국법인 공장 4곳 중 3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올해 2분기 현대차그룹의 중국 현지 공장 생산은 67.5%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베이징에 합작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공장 가동을 지난 1월부터 전면 중단했다.

같은 배터리 업체인 삼성SDI와 LG화학 등의 중국 현지 공장 가동률도 10~20% 이하로 하락했고, 이들 업체들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만약 미국과의 FTA 폐기가 확정되고 중국의 사드보복 장기화가 이어질 경우,  국내 기업들이 큰 타격을 면하기 어렵다며 경고하고 있다.

최남선 전북대(무역학과) 교수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FTA 폐기 발언에 대해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 가기 위한 전략적 방책일 것"이라고 분석하면서도, "한미 양국 간 관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불가능한 일 만은 아니"라고 말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중국의 사드보복에 대해선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도움을 얻어 국제통상규범을 근거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다변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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