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퍼다가 부동산·계열사에 수백억 ′펑펑′
′보람상조′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
스크롤 이동 상태바
고객돈 퍼다가 부동산·계열사에 수백억 ′펑펑′
′보람상조′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
  • 시사코리아=김정유 기자
  • 승인 2009.07.06 12: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본금 3억원… 고객납입금 831억… 예치율 5%… 나머지는 어디로?
 
업계 1위 명성에도 소비자 피해엔 ‘모르쇠’… 처리율 11% 그쳐 69개사중 ‘꼴찌’
부금예수금 831억원에 예치금은 고작 35억원… 감사보고서 “회사존립에 의문”
자본금 3억원짜리 회사가 고객돈으로 부동산에 수백억, 계열사에 수십억 ‘펑펑’

 

 
상조 회사를 차려놓고 불법 다단계 영업으로 가입자들을 끌어 모아 수십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지난 1일 경찰에 적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미래 고객인 ‘망자의 돈’을 쓸어 담아 ‘돈잔치’를 벌이고 있는 상조 회사들의 파렴치한 상혼이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 심각성의 단면은 수십만명의 회원을 끌어 모으며 상조업계 1위라는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보람상조’에서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보람상조는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으로부터 ‘소비자 피해 외면 1위’라는 불명예스런 타이틀을 얻을 정도로 고객들의 지탄을 받는 대표적인 상조 업체로 낙인 찍혔다.
 
수백억원의 고객 돈을 굴리고 있지만 자본금은 3억 원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고객이 선 할부금으로 납부한 돈을 계열사 확장하는데 뿌리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행태를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쌈짓돈 5000만 원으로 출발해 현재는 업계의 거성이 된 보람상조. 이 상조업체가 ‘사는 길’을 속속 파헤쳤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일 무등록 상조업체를 차린 뒤 다단계 판매조직을 이용해 수십억 원의 상조 상품을 판매한 혐의로 S 상조업체 대표 등 6명과 다른 3개 상조업체 관계자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S업체에서 피해를 입은 회원 수는 약 2만 2000명, 피해액은 80억 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이는 그저 웃어넘길만한 규모가 아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최근 들어 상조업계의 이런 문제점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던 S 업체 같은 중소업체가 아니라 소위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상조업체에서도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65만 명의 회원 수로 업계 1위를 자랑하는 보람상조가 최근 구설수에 오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매출 1위 보람상조… 피해구제 처리는 꼴찌
 
보람상조 회원 A씨. 삼일장을 치르던 A씨는 분통이 터졌다. 상주 옆에서 출상 때까지 절차에 대해 자문해 주는 ‘복지사’가 이틀 동안 보이지 않다가 마지막 날이 돼서야 부랴부랴 나타난 것. 더 어이없던 것은 A씨가 보람상조 측에 항의하자 그때서야 나타났다는 점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궁중염을 담당해야 하는 ‘입관지도사’는 자신의 할 일도 하지 않은 채 무성의하고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 돈만 챙겨가 A씨를 분노케 했다.
 

 
보람상조의 또 다른 고객 B씨. 환불을 해주지 않아 한국소비자원에 불만을 토로한 경우다. B씨는 회원 탈퇴시 회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보람상조의 보람이벤트에 가입했다.
그러나 최근 아버님이 위독해 보람상조에 장례 신청을 했는데, 가입 당시의 상품(150만원, 200만원, 300만원)은 없어지고 350만원 짜리 상품을 이용해야 한다며 추가로 돈을 내라는 설명을 들어야 했다. 가입 당시의 계약조건에 맞지 않아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B씨는 회원을 탈퇴하기로 결심하고 환불을 요구했지만 납입했던 59만원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처럼 가입을 권유할 때는 달콤한 상술로 유혹해놓고 계약을 성사시키지만, 약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조업체에 유리하게 적용된 경우가 다반사여서 피해를 호소하는 고객들이 폭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상조업 관련 피해 접수건수는 2005년 44건에서 2006년 81건, 2007년 136건, 2008년 234건으로 매년 평균 175%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원이 분류한 결과 피해가 접수된 69개 상조회사 가운데 보람상조가 18건(8%)으로 2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소비자 피해구제 처리율이다. 피해를 구제한 건수가 11%에 그쳐 보람상조의 처리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조업계 매출 1위인 업체가 소비자 피해구제에서는 69위로 꼴지를 기록하는 망신을 겪었다. 환불·계약해지·부당행위시정 등으로 소비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처리한 비율은 (주)천궁실버라이프가 82%, 결풍상조 78%, 궁전토탈장의 63%, (주)에스엔알지 57% 등으로 높았지만 선경상조 36%, (주)다음세계 33%에도 턱없이 부족한 11%에 그친 것이다. 고객 돈 끌어 모으기에만 바빴지, 고객 편의나 피해구제에는 관심을 거의 갖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이런 극악의 처리율에 대해 보람상조 홍석원 홍보팀장은 “우리는 약관대로 공정하게 처리하고 있다”며 “처리가 되지 않았던 건들은 대부분 소비자들이 약관 이상으로 과도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타 상조업체와 비교했을 시 처리율이 현저히 차이가 났다는 점은 해명하지 못했다.

유동부채 668억원 · 적자 22억원… 회사존립 ‘경고등’
 
하지만 경영상태도 이에 못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재무제표를 보면 보람상조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회사의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무려 668억 원이나 많았다. 뿐만 아니라 관계회사에 대한 단기대여금 미회수 원금은 57억 원, 관계회사에 대한 미수금 잔액은 12억 원을 기록했다. 다른 금융기관이 이 같은 상황이라면 영업 정지가 확실한 정도다.
 
하지만 보람상조 측은 이런 재무제표는 업종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아 회계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 소비재와 달리 할부로 대금을 결제하는 선 할부 상품이기 때문에 결제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이런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 회사들과 동일한 회계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항변이다.
 
하지만 실제로 장례행사 발생 시 고객들에게 바로 지급해줘야 할 부금예수금이 831억 원인데 반해 상조위탁보증금에 예치한 금액은 35억 원에 불과해 보람상조의 이 같은 주장을 무색케 한다. 이는 회원 수에 비해 너무나 턱없는 위탁금 액수다.
 
특히 이렇게 상조 회사들끼리 모여 보증위탁으로 회원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형식은 법적인 제재도 없을뿐더러 사적인 성격이 강해 불확실성이 큰 게 사실이다. 이대로라면 보람상조가 도산하면 고객의 95%가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금감원의 외부감사인 감사보고서가 “부금예수금 유입의 지속과 영업이익의 실현 및 관계회사로부터의 안정적인 채권회수를 전제가 될 시 기업이 유지 될 수 있다”며 보람상조 존립의 불확실성을 진단한 점은 더욱 고객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현재의 재정 상태로는 보람상조가 사업을 존속하기에는 리스크가 많다는 진단이다.

고객 돈, 부동산 · 계열사에 수백억 뿌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보람상조는 고객들의 몫인 부금예수금 831억 원 중 210원 가량을 임의로 의정부 보람병원·김해시 상아예식장 부지와 같은 부동산에 투자했다.
또한 계열사인 보람상조플러스(주)·보람상조라이프(주)·보람상조프라임(주) 등에 총 57억 원을 빌려줘 고객 돈으로 사세확장까지 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상조 회사를 허가제로 하고 고객 회비 중 최소 50%를 은행이나 보증보험사의 보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강제성이 없어 보람상조를 비롯한 대부분의 상조 회사들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보람 상조 측은 “아직 상조법이 법제화가 안돼서 들지 않았고 대신 상조보증주식회사로 고객들에게 보상해주고 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35억원의 예치금으로 회원 65만명에 상당하는 보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예치금이 부금예수금 831억원 대비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상조업 법제화로 피해구제 시급
 
지난 1991년 설립당시 단돈 5000만원으로 시작된 보람상조. 이제는 고객의 돈으로 상조업계에서 수위를 달리는 업체가 됐다. 전체 400여개 상조업계 가운데 보람상조의 회원 수는 무려 30% 이상일 정도다. 또한 TV광고도 여러 해 선보여 인지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자본금 3억 원인 이 상조회사가 지금까지 크기까지는 회사 경영진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바로 고객들의 선할부 예수금이다. 하지만 최근 경영 상태를 보면 고객들 입장에선 불안하고,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공식적으로 불만을 하소연해도 “아직 상조법이 법제화되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얘기만 늘어놓을 뿐이어서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으로 노출된 상태다.
 
보람상조 측은 “상조법의 부재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인지하고는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들이 혼란스러워 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 법제화가 시급하다”면서 개선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런 상조업계의 문제점과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자 정부와 한나라당은 고객 납입금의 50%를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하는 내용 등의 할부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