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 시승기]현대차 ‘신형 벨로스터’, 아픈손가락에서 엄지로 ‘환골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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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 시승기]현대차 ‘신형 벨로스터’, 아픈손가락에서 엄지로 ‘환골탈태’
  • 강원 인제=장대한 기자
  • 승인 2017.11.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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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디자인만 생각하면 오산…폭발적 주행성능 겸비한 '당찬 녀석'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강원 인제/장대한 기자)

▲ 지난 28일 강원 인제스피디움에서는 신형 벨로스터의 미디어 프리뷰 행사와 서킷 시승이 이뤄졌다. 사진은 위장 래핑된 신형 벨로스터의 주행 모습. ⓒ 현대자동차

벨로스터라는 차는 현대차에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모델이다. 독특한 외관과 뛰어난 주행성능을 갖췄음에도 유독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외면받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다시 한번 도전과 혁신을 강조한 2세대 신형 벨로스터를 통해 비상을 꿈꾸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절치부심의 각오는 지난 28일 강원 인제스피디움에서 신형 벨로스터의 서킷 주행에서 그대로 묻어나왔다.

우선 신형 벨로스터 시승 차량은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전세계에 최초로 공개될 예정인 탓에 위장 래핑이 씌어진 채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진행된 미디어 프리뷰를 통해 실물을 보기는 했지만 위장 래핑이 씌어진 신형 벨로스터도 나름의 통통튀는 매력을 뽐냈다.

비주얼 아티스트 '빠키(Vakki)'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위장 래핑은 유니크한 디자인을 강조한 벨로스터의 매력과 연장선 상에 있는 느낌이 다분했다. 다채로운 그래픽 패턴은 속도감과 저만의 에너지를 표현하며 쌀쌀한 겨울 날씨 속 적막한 강원 인제스피디움에 활기를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차에 오르면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것은 스프츠카에 적용되는 버킷 시트를 비롯해 비행기 조종석 콕핏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된 내부 디자인이다. 더불어 스포츠 모드로 설정된 HUD에는 원형 rpm 게이지가 이미지화돼 주행 몰입감을 한층 북돋웠다.

퍼포먼스 게이지 기능을 탑재한 돌출형 디스플레이에는 스포티한 주행에 걸맞도록 차량의 △순간 토크 △가속도 △터보 부스트압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줘 시각적인 재미를 더했다. 다만 스티어링 휠에 D컷이 아닌 기본 원형을 적용했다는 점은 스포티한 주행 감성을 강조한 벨로스터에게 살짝 아쉬운 부분이다.

액셀을 밟고 서킷에 나서자 보기와는 다르게 상당히 터프한 배기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으르렁 거리는 소리는 운전자의 가슴을 울리며 질주 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사운드를 구현하고자 청력마저 감퇴했다는 현대차 연구원의 우스갯 소리는 이 차에 그만큼의 자부심이 녹아있음을 방증하는 듯 싶다.

서서히 코스를 익히면서 예열을 마친 신형 벨로스터는 직선 코스에 이르자 160km/h의 속도까지 거뜬하게 치고 나갔다. 감마 1.6 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DCT의 조합은 제법 부드럽게 맞물려 민첩하면서도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발휘하기에 알맞았다.

'작은 차체에서 얼마나 강한 힘이 나오겠어'라는 생각도 잠시뿐 신형 벨로스터의 응답성은 기대 이상이다. 기자는 이날 직진 코스에서 최대한 속도를 줄였다가 풀악셀로 최대 170km/h까지 달려봤는 데 1.6 엔진에서 나오는 가속감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운전자가 의도한대로 잘 따라붙는 느낌이다.

직진 코스 후 이어지는 급격한 커브 구간에서는 지형의 고저 차도 존재했지만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앞 차와의 거리를 충분히 띄운 채 100km/h 속도로 커브에 접어들었지만 바깥쪽으로 크게 밀리는 언더스티어도 최소화돼 안정적인 주행 밸런스를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스티어링 기어비 상향을 통한 공격적인 선회성능을 확보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전체적인 조타감은 너무 묵직하기도, 가볍지도 않게 차체에 적당한 수준으로 세팅돼, 가속에서의 안정성 뿐 아니라 여성 운전자가 몰기에도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날 서킷 주행은 운전자 교대를 포함, 총 6바퀴로 진행됐다. 마치 코스 요리를 앞두고 애피타이저의 맛만 본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일반 도로가 아닌 서킷에서 신형 벨로스터의 폭발적인 주행 성능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신형 벨로스터는 PYL 브랜드에 묶여 단순히 유니크한 차량으로만 인식되기에는 아까운 모델이 분명했다. 이제는 벨로스터라는 이름 네 글자만으로 자신의 상품성을 한껏 뽐내, '작다고 얕보는' 소비자들에게 묵직한 한방을 던져줬으면 싶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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