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 정국, MB-檢 VS 野 최후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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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목회 정국, MB-檢 VS 野 최후승자는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11.1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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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 없다’던 MB, 임기 말 흐름 감지
사정-개헌정국, ‘친이계 충성파’ 골라내기
MB 개헌, 예산안-야권단일화 등 무력화
‘대통령 집권 1∼2년차 때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3년차 야당 정치인에 대한 수사와 여당 의원의 끼워넣기식 수사→4년차 대통령 측근 비리→5년차 대통령 친인척 비리.’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김윤옥 여사의 로비설이 1년여 빨리 터진 것을 제외하곤 역대 한국 대통령들의 불행한 역사와 MB정권의 국정흐름 양상이 그대로 들어맞고 있다.

그간 MB는 조기 레임덕과 관련해 “어떤 사람들은 2년 반이 지나면 레임덕 때문에 일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난 생각이 다르다”는 말로 권력누수는 없다고 강조했지만 이쯤 되면 임기 말 현상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였을까. G20정상회의 이후 본격화된 검찰의 정치권 사정(司正)수사가 예상보다 강하게 전개되고 있다.

검찰은 G20 이후 ‘김윤옥 여사 몸통’ 발언을 했던 강기정 민주당 의원을 강하게 옥죄고 있다.
▲ 지난 9월 7일 청와대-한나라당 정례 회동. 오른쪽부터 이재오 특임장관, 이명박 대통령, 안상수 대표, 원희룡 사무총장.     ©뉴시스

청원경찰의 이익단체인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입법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북부지검 형사 5부(부장검사 김태철)는 지난 16일 오후 강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사무국장 김모씨와 같은 당 최규식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서울시의원 박모씨 등 민주당 관계자 3명을 긴급체포하는 초강수를 뒀다.

검찰은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과는 달리 민주당 의원들이 계속 소환 조사에 불응해 원칙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청목회 수사 본선의 1차 타깃에 김윤옥 여사에 대한 로비설을 주장한 강 의원이 포함된 것을 두고 민주당은 ‘의도적인 정치적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강기정·최규식 이외에도 청목회 입법 로비 의혹에 연루된 같은 당 조경태·유선호·최인기 의원 등도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등 강제수사를 천명, 여의도 정가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논평을 내고 “민간인 사찰과 대포폰 수사의 직무를 유기하던 검찰의 과잉체포는 야당탄압이고 대국민선전포고”라면서 “민주당은 이제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강기정 발언, 민주당 전략적 실패?

“MB정권이 국회의원의 합법적 정치후원금에 대해 계속해서 대대적인 사정몰이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차기 총선을 겨냥한 정략적 의도다.”

이규의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은 청목회 입법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이와 같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한 청목회 수사에 이어 농협과 연결된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산재의료원과 관련해 환경노동위원회 등 국회의원들이 소속된 전체 상임위까지 표적을 넓혀가고 있다”며 “MB정권이 사정정국을 더욱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는 배경에는 차기 총선에서 야당의 수도권 압승이 예상되는 만큼 야당의원들의 타격을 주려는 꼼수가 숨겨져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야당 탄압의 국민적 여론의 비판을 ‘물타기’하고자 감내할 만한 여당의원 끼워 넣어 구색 맞추고는 야당의원들의 발목을 잡고 혐오감마저 키우려는 저의가 곳곳에서 흉측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국민을 저버린 정권은 민심의 작두 위에 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청와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은 청목회에 대한 검찰 수사 직후 연일 전현희 원내대변인, 차영 대변인, 이춘석 대변인 등이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MB정부를 향해 맹공을 펼치며 국면을 전환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여의도 정가 안팎에선 검찰의 정치권 사정수사와 관련, 한나라당이 정치 수가 민주당보다 한발 앞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긴급의원총회. 오른쪽부터 손학규 대표, 이석현 의원, 박지원 원내대표, 이낙연 사무총장.     © 뉴시스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G20 정상회의를 10일 앞둔 지난 1일 민주당은 청와대를 향한 두 개의 칼날을 준비했다. 하나는 이석현 의원의 ‘청와대 대포폰’ 사용 의혹, 또 하나는 강기정 의원의 ‘김윤옥 여사 몸통설’이다. 그야말로 메카톤급이자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MB정부를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빅카드인 셈이다.

하지만 시기가 맞지 않았다. 워낙 너무 민감한 사안을 같은 날 동시에 터트리자 민주당의 2개의 카드가 서로의 영향력을 갉아먹으며 오히려 효과를 반감시켰다.

여기에 한나라당도 강기정 의원의 발언을 두고 ‘망나니 같은 발언’, ‘졸렬한 수법’, ‘시정잡배’, ‘입이 더러워질까 이쯤에서 끝내겠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민주당을 압박했고 청와대와 함께 면책특권 축소를 흘리며 여론을 단번에 뒤집었다.

특히 강 의원이 김윤옥 여사 몸통의 물증제시를 미루자, 한나라당은 “자신 있으면 기자회견장에서 하거나 홈페이지에 올려보라”고 압박했고 곧이어 검찰이 G20 정상회의 직후 속도전을 전개하자 여의도 정가는 대포폰 의혹은 잊은 채 ‘강기정 발언’에 골몰되는 모습이다.

민주당 관계자가 “청와대와 여당이 대포폰의 불을 끄기 위해 강기정 발언에 집중포화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나라당의 물타기 의도에 당했다. 당 내부에서 조절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이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엔 민주당이 격한 반응을 드러내며 예산국회 상임위 일정을 모두 거부했고 반대로 한나라당은 “국회활동을 거부하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국민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압박했다.

손학규 대표는 17일 긴급 소집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MB정부가 대포폰을 숨기기 위해 어떠한 일도 서슴지 않고 할 태세”라며 “민주당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대포폰에 무슨 비밀이 있는지 밝혀내야 한다”며 대포폰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또 “MB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검찰 권력으로 죽일 때 그의 손은 가장 더러운 손이 됐다”며 “어둠이 아무리 길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 동이 틀 때까지 싸우겠다”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대포폰 논란을 터트린 이석현 의원은 손학규 대표와 함께 추가 폭로를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추후 여의도 정치권은 폭로전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1차적인 카드의 시기 조절 실패로 정국 주도권을 놓친 민주당으로선 이런 상황이 불리하기만 할까.

민주당 관계자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내년 총선 정국 이전까지 청와대와 검찰의 사정정국과 민주당의 권력형 비리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석현 의원과 강기정 의원은 각각 영포회 문제와 이재오 특임장관과 대우조선해양의 관계 설에 상당한 정보를 수집했다. 곧 추가적인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B 정치선진화, 함의는?

아직 2년이나 남았다. 하지만 현재 청와대는 분명 레임덕 기류가 흐른다. 다만 레임덕이 한 쪽으로 기울지만 않았을 뿐이다. 왜 MB는 2년이나 남은 시기에 정치권 사정수사라는 초강수를 뒀을까.

여권 관계자는 “2년이 남은 게 아니라 1년이다. 2012년 대선은 그해 4월 총선 결과에 따라서 결정된다”며 “2012년 초 4대강이 완성되기 전까지 정국 주도권이 잡아야 한다”는 말로 정리했다.

또 눈여겨 볼 대목은 MB의 지지율이다. 지난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화두를 꺼낸 직후 MB의 지지율은 50%를 상회했고 G20 정상회의 직전인 지난 9일 여론조사기관 <동서리서치>의 지지율 조사에선 55.3%를 기록했다. 이후 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청와대 자체 조사 결과 60% 초반 대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 2월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문제로 인해 100일 동안의 촛불 정국을 겪으며 임기 초부터 지지율이 10%대로 급락해 불통정부라는 비판을 받았던 점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일취월장이다.

게다가 YS나 DJ 등이 임기 초기 80∼90%의 지지율을 보이다 임기 중반 이후 측근들의 비리 등이 터지며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뺏긴 것과는 정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MB로선 역대 정권과는 다르게 초반에 위기에 빠졌던 것이 오히려 약이 됐고 4년차를 앞두고 오히려 지지율이 상승, 조기 레임덕 현상을 초기부터 싹을 자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목회 입법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에 야권이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야권의 반발만큼, 국민적 여론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청와대로선 호재다.

그렇다면 청와대로선 정치권 사정수사의 명분용 카드를 던질 수밖에 없다. MB는 지난 14일 아시아 태평양경제협력체(APEC)참석차 일본 요코하마 방문 중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거구제 개편 등에 대해 그간 구상하고 눈에 보이지 않게 스타트하고 있었으니까 조금 더 구체화해서 연내에 분야별로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MB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연내라는 시기를, 또 하나는 선거구제와 지방행정체제 개편, 개헌 등으로 이어지는 분야별 제시를.
▲ 왼쪽부터 국민참여당 이재정 대표,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민주당 손학규 대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창조한국당 공성경 대표.     © 뉴시스

하지만 바로 ‘실현가능한 방법적 대안이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당연히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인들과 정치평론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민주당 중진 의원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등이 공론화되면 우리에게(민주당)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고 말한 것이나 이봉규 시사평론가가 “개헌은 여야합의가 아니면 쉽지 않기 때문에 이재오 특임장관 등이 대야 관계를 확대하더라도 그 동력이 소진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MB는 왜 그것도 연내에, 분야별로 제시한다고 했을까.

일단 한나라당 친이계 인사들의 ‘내부단속용’, 그리고 ‘정치권 힘 빼기’, ‘언론의 시선 뺏기’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14일 MB가 선거구제와 개헌 드라이브를 걸자 ‘친이계 돌격대장’인 안상수 대표가 즉각 16일 “대통령 권력구조에 대한 합의가 안 되면 합의된 부분만이라도 논의해 시대에 맞는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여당내부 논의를 거쳐 여야 논의, 그리고 국회 개헌특위 구성으로 이어지는 3단계 방법론을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오는 22일부터 의원총회를 열고 개헌·선거구제 개편·감세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예산국회임에도 불구하고 관심은 온통 ‘MB發 개헌’에 쏠려 있는 모습이다.

개헌정국이 안상수 대표, 이재오 특임장관 등 친이 주류에게 광폭의 대야(對野)관계를 통해 정치적 활동공간을 열어준 셈이다.

개헌은 직접적으로 각 계파 수장들의 정치적인 생명이 걸려있고 간접적으로 각 계파에 소속된 의원들의 생명연장에 영향을 미친다. 또 선거구제 개편은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첨예한 대립이 불보듯 뻔하다.

결국 여의도 정치권은 개헌정국으로 인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미증유의 위기를 겪을 가능이 커 12월 2일 예산안 법정시안을 앞두고 야당전선의 동력은 무력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야권은 2011년도 4대강 사업 예산과 복지예산안에 대한 비판 동력이 일시에 수그러들고 여권은 2011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 구성 강행 시도, 예산안 단독 심사 등이 수월하게 전개돼 국정주도권을 일시에 잡게 된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이슈나 사건 중심의 ‘따라가기’ 보도 저널리즘을 가지고 있는 언론은 일시에 개헌이슈에만 골몰된 모습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

한종태 국회 대변인도 예산안 국회에 대한 언론의 외면을 의식한 듯 지난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예산국회를 맞아 향후 기자 여러분들께 편의정보 제공 차원에서 위원회 회의사항 안내라는 제목의 자료를 보내드릴 것”이라며 “국회가 예산안을 충실히 심의하고 있고 열심히 국회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제대로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

게다가 MB에게 사정정국과 개헌, 선거구제 정국은 ‘친이 충성파’를 가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하다. 친이 주류는 2012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MB에게 ‘충성의 시그널’을 보내고 정국의 권력 추가 청와대 쪽으로 급히 쏠릴 경우 친이 소장파, 중도파, 친박계 일부 이탈까지 가능하다.

정치권 일각에서 MB발 정치권 사정의 노림수가 정치의 선진화가 아닌 정치권 선진화의 수단인 개헌 등의 ‘공론화’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정정국과 개헌정국이 2011년도 상·후반기까지 이어져 MB의 레임덕이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그 이후엔 어떤 상황이 연출될까.

바로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야권단일화 동력이 떨어진다.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이 주장했듯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일부 인사들의 물밑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은 민주당에게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선거구제 개편은 정당·정파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점에서 야권단일화의 힘 빼기가 가능하다. 

실제 제도권 정치세력 중 민주당과 국민참여당·민노당은 야권단일화에 긍정적이지만 국민참여당은 합당은 불가입장을, 민노당은 진보정당의 통합을, 진보신당은 민노당과 사회당, 그리고 녹색당 추진세력, 진보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노동운동 혁신세력이 포함된 선(先)진보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야권의 단일화 문제가 이전투구 양상을 띠면서 2012년 총선을 맞이할 쯤 여권은 그해 3월 그간 정치권의 대립에 대립을 불러왔던 4대강 사업의 완공식을 맞게 된다. MB의 치적 쌓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어쩌면 정치권 사정수사에 대한 MB의 정치적 함의(含意)는 한나라당에겐 친이계 충성파를 골라내는 권력지형의 개편을, 야권엔 분열로 인한 비타협성을, 정치권 전체엔 너와 나를 가르는 피아(彼我)의 정파적 헤게모니와 패권성의 확대재생산일 가능성이 큰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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