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에 막힌 ‘손학규 승부수’, 다음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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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에 막힌 ‘손학규 승부수’, 다음 카드는?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11.2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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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정치’ 승부수,연평도 도발에 막혀…06년 ‘민심대장정’ 북핵에 '아이고'
‘100시간 시한부 농성’과 ‘주국야서(낮엔 국회에서 밤엔 서울광장에서 싸운다)’투쟁을 승부수로 던졌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23일 국회로 돌아왔다.
 
예산국회 등원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백기투항이라고 맹비난했던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는 ‘투 트랙’전략을 선택한지 단 하루만이다.

앞서 지난 22일 오후 2시경 100시간 시한부 농성을 마친 손 대표는 ‘전면적인 장외투쟁이냐’, ‘원내외 분리투쟁이냐’를 두고 고심하던 끝에 ‘주국야서’라는 거리 민주주의를 승부수로 띄었다.

손 대표는 이날 서울광장에서 천막농성 돌입에 들어서며 “닉슨의 워터게이트에 맞먹는 작금의 민주주의 파괴 위기 상황에서 끝까지 싸워 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내고 이명박 정권의 신공안정치에 맞서 투쟁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고 동의를 구해 반드시 국정조사와 특검을 관철할 것”이라며 청와대 대포폰 특검을 촉구하는 대국민 서명 작업에 들어갔다.

손 대표는 주국야서 첫째 날인 23일 1인시위에 이어 24일엔 광화문 광장에서 트럼펫을 꺼내들었다. 그는 트렘펫을 꺼내든 이유에 대해 “기상나팔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것”이라며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나팔소리를 듣고 깨어나길 바란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을 깨우는 나팔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23일 오후 청와대 불법사찰 국정조사 및 특검쟁취와 4대강 대운하 반대 국민서명 운동을 벌이며 천막 농성에 들어간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대포정권 완전교체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민간인 사찰에 대해 국정조사와 특검을 수용하고 국민사찰과 인권 유린·국회 유린·의회민주주의 부정 등에 대해 사과하라”며 “이명박 정부가 잘못을 반성하지 않으면 우리가 나선다. 29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죽이기 사업, 국민의 기본권 유린 등 민주주의를 짓밟는 일을 절대 하지 못하게 총궐기하자”고 독려했다.

앞서 손 대표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연석회의에서 “매일매일 광장을 찾는 국민들의 숫자가 늘어나 시청 앞 광장이 촛불로 덮여 오는 29일 모든 국민이 동참해 국정조사 쟁취와 4대강 사업을 저지하는 날로 삼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손 대표는 주국야서를 통해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29일이라는 시기를, 또 하나는 4대강 사업을 저지라는 정치현안과의 연계를. 오는 29일은 시민사회단체의 <4대강 대운하 반대 국민홍보행동의 날>이다.

손 대표의 이 같은 전략은 주국야서를 4대강 등 정치현안과의 연계해 야권연대를 이끌어내고 동시에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 연합해 대여(對與)투쟁의 동력을 확보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23일엔 진보개혁진영의 대표주자인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각각 손 대표를 찾아와 민간인 사찰 정국과 관련해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 손 대표는 23일 원내교섭단체 대표 라디오연설에서 “검찰이 바로 서야 민주주의가 바로 선다. 검찰은 독립되고 민주화돼야 하며, 특히 검찰의 특혜와 특권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말하며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결국 손 대표의 ‘주국야서’ 최종 목표는 촛불정국을 통해 검찰을 압박하고 정부여당의 국정조사와 특검을 이끌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손 대표가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과 미디어법과 관련해 대여 투쟁을 천명한 뒤 금방 꼬리를 감췄던 정세균 전 대표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북한의 서해 연평도 해안포 도발이 터졌다. 결국 그는 광장시위 등 모든 정치 일정을 중단한 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그렇게 빈손으로 국회에 돌아왔다.

손 대표의 승부수 카드를 무위로 돌아가게 한 북한의 연평도 도발은 그에게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손학규, 2006년에도 북한과 악연이...

손 대표는 지난 2006년 6월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이명박-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 맞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무렵, ‘100일 민심 대장정’에 돌입하며 대선승부수를 띄었다.

당시 전문가들에게 ‘저평가 우량주’라는 긍정과 부정이 섞인 평가를 들었던 손 대표로서는 민심의 바다에 뛰어들어 인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었다.

언론 등은 그의 신선한 승부수에 주목했고 1%에 머물렀던 지지도는 5%대를 돌파하며 복병으로 자리 잡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00일 민심 대장정 마지막 날인 2006년 10월 9일,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했다.

언론은 북핵 실험에 모든 관심을 쏟아 부었고 손 대표의 민심 대장정은 그렇게 언론의 외면 속에 끝났다. 이후 손 대표는 한나라당을 탈당하며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에 나섰다.

당시 100일간의 민심 대장정을 끝마친 손 대표는 KTX편으로 서울역에 돌아온 뒤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을 많이 만나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를 가졌다. 보고 배운 것들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북핵 도발과 관련해선 “국상을 당한 느낌이다. 국제사회와 협력해서 전쟁도발과 북핵 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북핵 실험을 철회하지 않으면 어떤 경제 협조도 절대 (해서는)안 된다. 정부도 더 이상 우물쭈물하지 말고 단호하게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해 개발 전쟁도발을 막아야 한다”며 “북한이 배신한 것에 절망감에 몸이 떨려 인사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라고 분을 감추지 못했다.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보좌진의 보고를 받으며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손 대표는 지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북풍으로 인해 야권이 전멸할 위기에 처하자 당시 한명숙-유시민-송영길 등 수도권 야권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이 광장으로 나가 촛불민심에 호소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광장정치를 시도했다.

앞서 손 대표는 강기정·최규식 의원 보좌진 3명을 체포한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발언대에 서자마자 작심한 듯 ‘가장 더러운 손’, ‘어둠의 삼각권력’ 등 원색적인 단어를 총동원하며 MB에게 직격탄을 날렸고 그 다음날 100시간 시한부 농성이라는 배수진을 쳤다.

청목회 입법 비리 이외에도 농협 및 광주은행 노조 후원금 등 검찰이 국회 상임위 전체를 옥죄려하자 사실상 제1당 대표로서 정면 돌파를 선택한 셈이다.

100시간 시한부 농성 마지막 날인 지난 22일까지 정부여당이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 등을 사실상 거부하자 손 대표는 원내외 투쟁에 방점을 둔 ‘투 트랙’ 전략 카드를 새롭게 꺼내들었다.

손 대표의 첫 번째 농성카드였던 100시간 시한부 농성이 국정조사나 특검도, 심지어 가장 낮은 수준의 재수사도 관철시키지 못한 채 끝나자 당내 비주류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을 비롯해 당내 강경파들은 “분신을 하겠다는 각오로 국정조사를 관철시켜야 한다”며 “예산국회 등원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백기투항”이라며 손 대표를 압박했다.

당내 비주류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손 대표의 전격적인 국회등원 결정은 한나라당이 국정조사와 특검 요구 등을 수용할 가능성이 전무한 상황에서 자칫 민생예산을 볼모로 국정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의식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였다. 이후 그는 야심차게 트렘펫까지 꺼내들며 승부수를 띄었지만 결국 거기까지였다.
 
손학규 다음 행보는?

당초 당내에선 손 대표의 전면적인 예산심의 거부에 대해 반대의견이 많았다.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국정조사 등 여당에게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100시간 시한부 농성’이라는 배수진을 빈손으로 마무리한 손 대표의 무기력한 행보와 예산국회 등원 이후 국정조사와 특검을 압박할 카드의 부재에 대한 비판이다.

하지만 북한이 서해 연평도 도발을 감행, 손 대표에게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손 대표의 광장정치는 원외대표로서 정국돌파의 한계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동시에 야당의 선명성을 부각시켜 제1야당의 구심점을 강화하기 위한 사전포석이었다”며 “어차피 의회주의자인 손 대표는 광장에서 장기간 있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손 대표가 주국야서 승부수를 던진 직후 정치권 안팎에선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일단 의회주의자인 손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이 민주당 실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간 투쟁이 가능하겠느냐는 비관론이다.

또 북한의 서해 연평도 사건이 손 대표의 퇴로를 찾기 힘든 장외투쟁을 접는 명분을 제공한 측면도 커 손 대표로선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2008년 MB정부 출범 직후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 촛불정국에서 민주당은 사실상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국민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으로 촉발된 100여 일간의 촛불정국에서 민주당은 당시 스타의원으로 급부상한 ‘강달프’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와는 달리 그야말로 찬밥신세였다.

당시 민주당은 원내에선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한 수입위생조건 고시 무효화를, 원외에선 광화문 광장 등 장외투쟁에 나서며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 22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및 특검 쟁취와 4대강 대운하 반대 국민서명' 운동을 진행, 천막에서 익일 일간지 주요기사들을 확인하고 있다.     © 뉴시스

하지만 18대국회 개원 두 달 넘도록 국회 원구성 조차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자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에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과 국회 원구성을 연계하는 포퓰리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받았고 진보진영과 개혁적인 성향의 시민들에게는 “사진이나 찍을 거면 시위현장에 나오지 말라”는 핀잔을 들었다.

결국 유례없는 지각 국회에 대한 비판을 고스란히 떠안은 민주당은 이후 대여 투쟁의 동력이 급속히 상실, 대의정치의 장기 실종 상태를 방기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반MB연대의 대안세력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불과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반MB연대가 성공하기 전까지.

2년이 지난, 현재 상황도 비슷한 양상이다. 청와대 대포폰 논란과 민간인 사찰, 검찰의 사정수사 등 어느 때보다 반MB연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제1야당이자 민주개혁세력의 맏형격인 민주당의 투쟁력은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난 11일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 속에 치러진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불거진 야5당의 파열이 좋은 예다.
 
G20 제5차 서울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10일 오전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 등 야5당 대표는 국회 귀빈식당에서 ‘야5당 대표회담’을 갖고 한미 FTA에 대한 국회 비준을 거부하기로 합의하는 데 성공, 각 당의 대변인들이 이와 관련한 국회 브리핑을 하고 있는 사이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다른 야4당 대변인들의 브리핑과는 달리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우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손학규 대표가 라디오 연설에서 ‘모두 힘을 합쳐 G20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하기 때문에 끝날 때까지 인내 하겠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MB정부의 G20 올인 전략과 다를 바 없다”며 “그 사이 이미 한미 FTA가 넘어가고 있지 않는가”라며 손 대표를 힐난했다.

이어 “(민주당을 제외한 야4당이) 한미 FTA와 관련해 공동행동·공동집회·국민설명회·공동기자회견 등 구체적인 제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때문에 아무런 합의를 이르지 못했다”며 “(민주당이)야5당 회담에 행동계획을 안 가지고 나온 것 자체가 문제”라며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또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한미FTA의 구체적인 행동방안을) ‘오늘 결정하지 말고 논의하자’, ‘정부에서 공식발표하면 그때 가서 어떻게 할 건지 논의하자’고 말해 11일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공동집회를 비롯해 야당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손 대표는 오전 KBS 정당대표 라디오연설에서 “우리 모두 힘을 합쳐 G20 행사가 무사히, 성공적으로 잘 치러지도록 해야 한다. 외국 손님을 맞이하는 잔치는 잘 치러야 하기에 끝날 때까지 인내하겠지만 이명박 정부의 반(反)서민정책, 그리고 민주주의 파괴는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며 애매모호한 말을 했다. 

또 손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달 6일 광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4대강 사업과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다르다”면서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강을 연결하는 대운하 사업을 하기로 한 것을 변형한 것”이라고 말하며 진보정당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손 대표 발언이 알려지자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한나라당 출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다”며 손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정체성 문제를 거론했고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도 이날 “민주당이 4대강 반대가 아니라 3대강 반대 아니냐하는 의구심을 증폭시킨다”고 비난한 바 있다.
 
투쟁력 약화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비판 때문이었을까. 손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정부여당이 정치적 약용의 유혹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다만 손 대표는 “북한의 사해 연평도 도발로 인해 민간인 사찰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검, 4대강 반대 등에 대한 반대 의지가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사태와 국내정치는 별개임을 분명히 했다.

중도개혁주의자이자 의회주의자, 그리고 새로운 진보노선을 추구하는 손학규 대표. 어느덧 민주당의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한 손 대표는 북한의 도발상황에서 어떤 정국해법을 제시할까. 그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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