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판매상’으로 전락한 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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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판매상’으로 전락한 농협
  • 박세욱 기자
  • 승인 2009.07.29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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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만 쫓는 농협, 농민은 뒷전

농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기관으로 탄생한 농협이 수입농산물을 취급하는 ‘수입 판매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농협중앙회 종묘판매점인 ‘NH종묘’에서 판매하는 무 씨앗의 원산지가 중국산임이 밝혀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포장재 앞면에는 국내 지명으로 「‘안성’ 알타리 무」라고 표기돼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NH농협이 軍납을 핑계로 수입 쇠고기를 시중에 판매한 적이 있었다.
 
이 사건은 국정감사로 이어졌고 이 자리에 참석한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최원병 회장은 쇠고기 수입을 중단을 약속한바 있었다. 아직도 ‘우리 농업과 농민의 대표’임을 자임하던 농협이 ‘수입 판매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성 무 '씨앗'의 원산지가 중국

 
지난 20일 전국농업협동조합노동조합(이하 노조)에 한건의 제보가 접수 됐다. 노조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씨앗 포장재 앞면에는 큰 글씨로 ‘안성 알타리 무’로 표기돼 있지만 뒷면 원산지 표기란에는 중국산으로 표기돼 있다는 것.
 
특히 씨앗 포장재 앞면에는 ‘안성’이라고 확실한 지역을 언급해놓고 정작 뒷면 원산지에는 ‘중국산’으로 표시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주고 있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농협관계자는 “외국에서 씨앗을 채종해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건 사실”이라며 “국내에서 전량 생산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값 싼 노동력을 이용해 종자 공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요즈음은 너나 할 것 없이 그렇게 하고 있다”며 “비록 외국에서 채종은 하지만 종자는 국내 종자가 맞고, 국내에서 40% 정도는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줬으면 한다”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농협측의 해명에 노조는 ‘이윤만을 위해 씨앗 수입 판매상’으로 나선 농협중앙회를 강하게 질타했다.
 
노조가 주장하는 것은 농협이 단지 수익을 위해 씨앗을 외국의 농지에서 채종해 국내에 들여와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농지의 축소, 농업 기반 붕괴로 이어지며 결국 다수의 중소 영세 농민들은 점점 일과 생활의 터전을 잃게 된다는 얘기다.
 
노조는 “지금 우리가 일반 종자 생산 및 판매 사기업의 담당 부서와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며 “최근 수입 쇠고기 군납 업체로 지정되는 것도 모자라 이제 본격적으로 ‘수입 종자 판매상’으로 나선 그 모습에서 우리 농업과 농민의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직 수익만을 위해 농업과 농민 다 버리고 시장 지상주의 정부를 향한 일편단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중앙회의 모습을 확인하고서도 중앙회에 협동조합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고 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고 덧붙었다.
 
"앞에선 신토불이, 뒤에선 신토필이" 외치는 농협
 
노조는 농협이 NH 종묘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 수입 종자 판매 중단과 씨앗을 생산할 수 있는 농지를 확보하고 농민을 육성하는 등 진정한 농업과 농민을 대표기관으로 살아갈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NH종묘 관계자와의 전화인터뷰로 밝혀진 바로는 농협중앙회측의 입장과는 사뭇 달랐다.
 
종묘 관계자는 “대외무역법(제23조)의 원산지표기사항에 따라 채종된 지역을 원산지로 표기토록 돼 있어 어쩔 수 없이 채종지역(중국)을 원산지로 표시한다”며 “국내 농가 인력부족, 대지부족, 기후조건 등의 이유로 종자를 해외에 보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체 개발한 종자를 OEM 방식으로 중국에 보낸 뒤 채종한다. 결국 농협에서 자체 육종한 종자로서 국산 품종이며 재배하는 대지만 중국인 것”이라며, “이 같은 보도에 당황스럽고 노조측은 관련사항을 알지 못하고 보도를 낸 것이다”고 억울해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농업과 농민의 꿈을 앞장서 보살펴야 할 농협이 정작 작물의 기본이 되는 씨앗을 해외 일손을 빌려 판매하고 있다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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