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구도 안 잡히는 지방선거…부상하는 ‘홍준표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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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구도 안 잡히는 지방선거…부상하는 ‘홍준표 책임론’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4.03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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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한 구도 속 인물·바람에만 집착…전략적 실패라는 지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불리한 환경 속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바람’이지만, 그마저도 차단된 분위기다 ⓒ 뉴시스

“구도가 안 잡히는데 인재 영입이 될 리가 있겠습니까. 최소한 여야 일대일 구도는 돼야 선거판에 뛰어들 사람이 나오지…. 민주당이 저렇게 앞서나가는데 보수는 둘로 갈라져 있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누가 한국당 후보로 나오려고 하겠어요. 기자님이면 한국당 후보로 출마하겠습니까?”

3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인재 영입 실패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보수 세력은 분열돼 있다 보니 인재 영입이 어려워졌다는 논리다. 이 발언은 한국당이 갖고 있는 고민을 관통하는 면이 있다. 실제로 여러 정치전문가들은 ‘보수 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 위기의 한국당

정치권에서는 선거의 3대 변수를 구도와 인물, 바람으로 본다. 그 중에서도 구도를 핵심 요소로 꼽는다. 박형준 동아대학교 교수는 지난 2월 한 칼럼에서 “바람이 태풍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집권 1년 차에 지지율도 높은 정권에 반한 태풍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도”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6·13 지방선거 구도가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의도에는 여전히 ‘보수 통합론’이 떠돌고 있지만,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연대에 선을 긋고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는 “한국당이 반성하고 잘한다면 바른미래당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면서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논란이 일자 곧바로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보수 연대’를 확신할 수도,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자연히 한국당의 인재 영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보수 양당 모두 후보를 낼 확률이 있다 보니, 선거에 뛰어들 인물을 찾기가 어려워진 까닭이다. 2일 <시사오늘>과 만난 경남 정가의 한 소식통은 “기본적으로 (선거에) 나오겠다는 사람이 없고, (출마) 생각이 있는 사람들도 단일화를 조건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이런 구도에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인재 영입이 될 리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탈출구가 없다…떠오르는 홍준표 책임론

이처럼 불리한 환경에서 홍 대표가 내놓은 해결책은 ‘바람’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전후로 남북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되자, 한국당은 ‘북풍(北風)’ 확대에 온 당력을 집중했다.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평가절하하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방한 때는 문재인 대통령을 ‘반역행위자·이적행위자’로 표현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부여당을 ‘친북(親北)’으로 규정해 ‘친북 대 반북(反北)’ 프레임을 구축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4월에 남북 정상회담, 5월에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결정되면서 북풍의 위력은 반감됐다. 오히려 ‘역풍(逆風)’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당 초선 의원 측 관계자는 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우리 지역구는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구인데도, 요즘 돌아다니다 보면 ‘북한 이야기 좀 그만 하라’는 분들이 많다”며 “이제 북한 문제는 꽃놀이패가 아니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홍준표 책임론’도 거론된다. 앞선 소식통은 “우선 구도를 잡아 놓고, 인재를 영입하면서 분위기를 띄웠어야 하는데 ‘우리 편만 결집시키면 보수는 알아서 모이게 돼있다’는 식으로 접근한 것이 미스였던 것 같다”면서 “선거 결과가 안 좋으면 홍 대표도 그렇고 유 대표도 그렇고 자존심만 세우다가 제일 중요한 구도를 만들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관계자 역시 “일단 구도가 잡혀야 인물도 보이고 바람도 부는데, 기본적인 틀도 짜놓지 않고 내용물부터 채우려고 하니 잘 될 리가 있나”라며 “홍 대표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선거가 끝난 후 분명히 책임론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도’보다는 ‘인물’과 ‘바람’에 집중한 홍 대표의 선택이 조금씩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는 분위기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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