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패배시 사퇴’ 공언한 홍준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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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패배시 사퇴’ 공언한 홍준표, 속내는?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4.10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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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후 조기 전당대회로 당권 연장 시나리오 ‘솔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최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놓은 일련의 발언들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 뉴시스

“나를 음해하고 있는 극소수의 중진들은 다음 총선 때 강북 험지로 차출하겠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어차피 다시 한 번 당권 경쟁을 하게 될 텐데, 그때를 대비해 당원들과 국민들의 마음을 사는 헌신하는 정치를 하라.”

3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광역단체장 6곳을 사수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

“(조기 전당대회 출마 여부는) 결과가 나오고 보는 것이다. 그때 가서 질문하라.”

4월 5일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놓은 일련의 발언들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홍 대표가 지방선거 후 조기 전당대회를 시사하는 듯한 말을 쏟아내면서, ‘대권 재도전 플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설(說)에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권 재도전 플랜’이란, 요컨대 지방선거에서 6석을 얻지 못하면 홍 대표가 사퇴한 후,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재신임’을 묻는 형식으로 당대표직에 복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홍 대표 임기는 2020년 7월까지 연장되므로, 2020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2020년 총선 공천권은 곧 ‘2022년 대선’으로 가는 직행 티켓을 의미한다.

홍 대표가 다시 한 번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지난 3월이다. 3월 20일, 몇몇 한국당 중진 의원들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장 후보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홍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홍 대표가 서울시장에 직접 출마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 연이은 인재 영입 불발에 대해 당대표와 인재영입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홍 대표가 ‘책임지는’ 의미로 서울시장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러자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들의 목적은 나를 출마시켜 당이 공백이 되면 당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음험한 계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방선거가 끝나면 어차피 다시 한 번 당권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당원들과 국민들의 마음을 사는 헌신하는 정치를 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가 끝나고 다음 총선 때는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당대표로 선출된 홍 대표 임기가 2019년 7월에 끝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총선’에 대한 언급은 사실상 당대표 재도전 의사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홍준표 대권 재도전 플랜의 개요도 ⓒ 시사오늘

중진들도 즉각 반발했다. 정우택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중진간담회를 갖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과가 안 나오면 (홍 대표) 스스로 물러나고 전대를 열겠다는 계산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깔려 있다”며 “모든 것을 걸고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당 대표가 총선 공천권까지 행사하겠다는 마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기준 의원 역시 29일 열린 간담회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다시 대표직을 맡아 다음 총선까지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며 “홍 대표가 전대를 위해 일단 대표직을 내놓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거기다 우리 중진들을 다음 총선 때 험지에 차출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이야말로 그런 의미 아니겠냐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당 최고위원회 3석이 공석인데 아직도 최고위를 선출하지 않는 게 조기 전대 위한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대권 재도전 플랜’ 이야기는, 4월 5일 홍 대표가 “광역단체장 6곳을 사수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밝히면서 재점화됐다. 여론조사상 6곳 승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당대표직 사퇴를 약속한 것은 ‘지방선거 이후’를 내다본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까닭이다. 여기에 홍 대표가 조기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확답을 피한 것은 이런 의심에 기름을 부었다.

실제로 10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는 “지금 한국당 내 최대 계파는 친홍(親洪)이라고 봐야 한다”며 “당무감사를 통해 새로 임명한 당협위원장들은 물론이고, 바른정당 복당파 중심의 구 친이(親李)계까지 다 홍 대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말 조기 전대를 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조기 전대가 열리고 홍 대표가 출마한다면 (차기 당대표 역시) 홍 대표 차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홍 대표가 다시 한 번 당권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다면, 홍 대표의 임기는 2020년 7월까지 연장된다. 제21대 총선은 2020년 4월로 예정돼 있다. “다음 총선에서 중진들을 강북 험지로 차출하겠다”는 홍 대표의 공언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대권 재도전 플랜’이 필요조건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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