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짊어진 남북정상회담의 ‘투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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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짊어진 남북정상회담의 ‘투명성’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8.05.0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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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북지원 트라우마, 野 평화 쇼 공세 극복하려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북한과는 화합과 상생이라는 훈풍이 불고 있는데 정작 남남 갈등은 커지는 모양새일까?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야당 패싱론 들려오는 요즘이다.

최근 신촌의 한 토론장에서 남북정상회담 후일담에 대해 들려준 발표자의 말을 빌리면 오히려 이런 얘기까지 나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왜 안 왔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쉬워했다.”
 
지난달 27일 회담 당일 만찬장에는 야당 지도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안 간 것이 아닌, 못 간 것이다. 반면 여당 지도부는 초대받아 자리를 함께했다.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는 모습을 비췄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끝내 놓고도 야당 대표들을 소외시킨 부분은 옥의 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엔 여의도 부근에서 만난 택시기사의 말을 전해 본다.

“정상회담 보기 좋았다. 남북이 함께 잘 됐으면 좋겠다. 근데 퍼주는 것은 싫다. 퍼주지만 않으면 된다.”
 
남북이 왕래하며 잘 되기를 바라면서도, 전제조건으로 퍼주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유인즉, 본인이 들은 얘기만도 역대 정상회담에서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수조원, 혹은 그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 줄 안다고, 그게 다 국민 세금 아니냐는 것이다. 결과가 좋았던 것도 아닌데, 손해 보기도, '호구'노릇 하기도 싫다는 눈치였다. 이 같은 ‘퍼주기 염려’는 주변에서 적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종북 트라우마’, ‘분단 트라우마’가 우리 국민 전체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쳐왔듯 ‘대북지원 트라우마’도 엄연히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 따지고 보면 이런 ‘대북 퍼주기 노파심’은 사회적 공감대, 더 나아가 합의가 충족되지 못해 생기는 부작용인 셈이다.

▲ 문재인 정부가 장기적 관점의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을 바란다면, 과정상 번거로울지라도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이를 원칙으로 정해 지킨다면, 더 이상의 야당 공격은 되려 그들을 옭아맬 것이다.ⓒ그래픽=시사오늘 김승종

1·2차 역대 남북정상회담은 시일이 지나 후폭풍에 시달려왔다. 어느 경우는 불행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김대중(DJ) 정부의 제1차 6·15 남북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DJ정부는 정상회담 개최 조건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던 현대그룹을 통해 거액을 송금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직면해야 했다. 그 여파는 컸다. 대북 퍼주기 논란이 확산되면서 노무현 정부 들어와 2003년 본격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이 일로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은 투신자살했다. 박지원 전 DJ 비서실장은 구속됐다.

노무현 참여정부의 제2차 10·4 남북정상회담도 대북지원 관련 논란을 키운 바 있다. 당시 통일부가 추산한 남북 경제 교류 합의 이행에 필요한 자금은 14조 3000억 원이었다. 통일부 셈법과 달리 학자들은 30~40조 원 든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대북 지원을 둘러싼 남남갈등은 또다시 촉발됐다.

문재인 정부의 제3차 정상회담에서는 참여정부의 10·4선언 이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진단이 일반적이다. 이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참여정부 때와 달리 지금은 100조 원가량 드는 것 아니냐는, 야당의 반발도 제기되고 있다.

한 발작 나아가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동해선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현대화’ 등 새로 추가된 것도 있다. 이를 두고 한국당은 천문학적 예산이 들 거라며, 국민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지우게 된다고 십자포화를 가했다.

실제 어느 정도 들지는 모른다. 비핵화 문제 관련 국제 대북제재가 유효한 이상 지원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이 들수록 야당과도 논의하고, 국민적 동의를 얻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자기들끼리 얼렁뚱땅 처리했다는 말이 들려오지 않을 거라는 전문가 조언도 전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남북정상회담 후 수직상승 치솟으며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 김여정 북한 특사의 방북 초청 공개 등 역대 회담보다 투명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 또한 진일보한 측면이다.

하지만,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경제 문제는 합의하지 않겠다고 한 애초 의지와 달리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비핵화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교류 합의가 주를 이뤘다는 아쉬운 평가도 나오고 있다.

물론 외교 관계는 상당히 민감한 사항이라 일정기간 비밀을 누설해서도 안 되고, 정부가 일일이 공개하는 것 또한 맞지 않다. 그러나 극비 사항이 아닌 이상 투명하게 못 할 것도 없다.

특히 야당 지도자들에게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등은 사전에 먼저 운을 띄우는 것이 민주주의 나라의 당연한 절차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만찬장에서조차 초대하지 않았으니 아쉬운 노릇이다.

보수진영은 지난 10년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평화 쇼라고 폄하해왔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이번에도 평화 쇼라고 평가 절하한 것도 투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비롯된 측면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장기적 관점의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을 바란다면, 과정상 번거로울지라도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이를 원칙으로 정해 지킨다면, 더 이상의 야당 공격은 되려 그들을 옭아맬 것이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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