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케치] 5월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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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케치] 5월의 향기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18.05.07 11:0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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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명화 자유기고가)

계절의 여왕 5월, 초봄 꽃군단들이 지나간 자리에 또다른 향기가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 아카시아꽃. ⓒ정명화

산천은 연녹색이 더욱 짙어지고, 연보라빛 철쭉, 새하얀 아카시아와 찔레꽃 등 총 천연색으로 물들고 있다. 

동구밖 과수원길뿐 아니라 산 요소요소에 향긋한 아카시아꽃이 맺히기 시작하면 아낙들의 손길은 바쁘다. 꽃이 만개하기 전에 따서 설탕과 버무려 발효액을 만들거나, 갖가지 요리의 식재료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 샛노란 애기똥풀꽃. ⓒ정명화
▲ 애기똥풀꽃과 갈색 칡순. ⓒ정명화

들판이나 산자락에 널린 애기똥풀꽃은 한바탕 휩쓸고 간 꽃행렬의 빈자리를 채우는 또다른 야생초다. 다만 여기 이 사진의 주인공은 갈색 칡순이다.

어린 시절 시골 장날에 나온 칡뿌리를 구해 꼭꼭 씹어 먹으면, 입가가 온통 새까매지곤 했지만 달큰한 맛이 감칠맛있고 인상적이었다. 그 칡의 어린 순이 몸에 좋은 약성이 강해, 뜯어서 말려 차로 만들어 마시기거나 나물 등의 식재료로 쓰면 좋단다.

산야초는 모르면 잡초고 알면 약초란게 진리다. 하나씩 알아 배워가는 재미가 쏠솔하다.

▲ 매화가 지고 난 자리에 맺힌 매실. ⓒ정명화

매실은 3월 중순 매화가 피고 진 후, 5월에 영글어 6월 초,중순경에 딴다. 대지의 기운을 받아 어찌나 잘 자라는지 생명력 강한 자연의 소산물들이 참 대견하고 기특하다.

 또한 지천에 널린 쑥은 그 용도와 효능이 참 많다. 어린 쑥은 국을 끓여 먹거나 식재료로 쓰는데, 크게 자란 쑥을 잘라다 천연 방향제로 사용하면 요긴하다. 집안의 잡냄새도 제거하고, 마른 쑥향기가 아주 향긋해 공기 정화에 한몫을 톡톡히 한다.

▲ 찔레꽃. ⓒ정명화
▲ ⓒ정명화

그리고 장독대의 깨진 작은 항아리를 줏어다 찔레꽃을 꺾어 담아 놨다. 굳이 고급 꽃병을 준비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멋이 난다.

이 모든 많은 것들이 그저 자연에서 주워 걷어 들인 것.  이렇듯 5월의 산야엔 자연의 향기들로 그득하다 못해 흘러 넘쳐, 싱그럽기 그지없다.

▲ 은초롱꽃. ⓒ정명화
▲ 둥글레. ⓒ정명화

뒷산 취나물 뜯다 만난 풀숲아래 은초롱꽃과 둥글레. 귀하고도 소중한 만남으로 나의 자연 친구가 더 늘은 셈이다.

▲ 농촌 풍경. ⓒ정명화

이처럼 산야초나 야생화들은 봐주는 이가 없을지라도 때가 되면 나타나 세상을 향해 미소를 짓는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예뻐 자주  카메라에 담는다.

미물도 이럴진대,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이토록 풍성하고 아름다운 계절에 자연을 친구삼아, 사라 브라이트만이나 비지스의 'First of May'를 듣고 이해인님의 시를 음미해 본다.

천국이 따로 없다.

5월의 시< 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
하늘이 잘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

아침이면 지지배배 재재거리는 정겨운 새들과 아카시아 찔레꽃 향기에 취하고, 밤이면 칠흙같은 하늘의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을 보며 5월 의 정취에 푹 빠져 지내는 나날이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온동네에 진동하며 시끄러워도, 잠못드는 나의 달콤한 자장가가 되어 하루문을 닫아 준다.  이렇게 나는 점점 자연의 일부가 되어간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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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복 2018-05-08 11:46:01
이해인님의 5월의시
필사해서 읽고 또 읽습니다

고향집 울타리에 찬란하게피었던 찔레꽃향기가 그리워지는 아침입니다

민병수 2018-05-07 14:59:03
아름다운 봄!
꽃과 항과 색이 좋은 5월입니다.

2018-05-07 12:24:48
전 요즘 물 끓일 때 칡 넣어서 끓여마시는데 좋더라구요,,
깨진 항아리에 담긴 꽃도 멋스럽네요!!

주종식 2018-05-07 11:34:30
자연과 함께하는 님의 삶이 한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