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재오-친이계’ 개헌 의총, 한편의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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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재오-친이계’ 개헌 의총, 한편의 코미디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2.09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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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개헌’ 논리적 비약을 위한, 비약에 의한, 비약의 개헌 추진

MB가 지난 1일 신년 좌담회에서 개헌을 흘리자 왕의남자 이재오 특임장관이 총대를 멨다. 그래서 추진한 것이 한나라당 개헌의총이다. 결과는 한편의 코미디였다.
 
당초 개헌 의총은 8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8일 개헌 의총 직후에는 이틀간의 일정으로 축소됐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8일 의총 시작 한 시간 뒤 국회 브리핑을 통해 “125명의 참석했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총 막바지 50여명의 의원만 남았다. 친이계 최대 계파 모임 <함께 내일로> 멤버 수인 73명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의총 기간 단축의 본질은 흥행 실패다.
 
친이 비주류와 친박계가 침묵으로 반대의사 표시를 하자 친이계 주류가 서둘러 파열을 봉합해 버렸다. 친이 주류의 코미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도 언급했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도 개헌에 동조했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개헌은 시대정신이고 지금이 적기라고 주장했다.

그 당시 노 전 대통령의 개헌을 음모라고 몰아붙였던 한나라당은 왜 그때는 적기가 아니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또 왜 그 당시는 시대정신이 아니었고 지금은 시대정신인지, 그 당시와 지금 상황 변화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국민들은 의심한다. 개헌 추진이 친이 주류로의 정권연장용은 아닌지. 8일 개헌 의총에서 친이 주류 스스로 속내를 내비치지 않았나. 현실적으로 대통령 권력구조 문제만 다뤄야 개헌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보다 더 웃긴 코미디는 친이 주류의 의총 발언이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사용하게 돼 있다. 제왕적 단임은 독소조항이다(박준선 의원).”,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군림하는 나라가 아니다.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나눠야 한다.(김재경 의원).”

그렇다면 MB정권은 헌법 때문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사용했고 MB는 제왕적 총재라는 것인가.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촛불시민들의 비판을 이제야 수용한 것일까.
 
“구제역을 보면서 개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구제역과 개헌은) 시스템과 제도의 문제다.(김영우 의원)”, “혹자는 구제역 때문에 개헌을 못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은 상시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구제역을 못한다면, 소가 살아있는 한 개헌은 못한다(고승덕 의원).”

결국 구제역이 MB정부의 비정상적 시스템 때문이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그런데도 왜 초기대응 실패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까. 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농민의 도덕적 해이를 탓했을까.

“사회적 약자의 보호라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국내 외국인 근로자가 약80만 명이다. 장애인차별법은 법률에 명시돼 있지만 헌법에는 없다. 이는 모순이다(이정선 의원).”

헌법은 최고의 법규범이다. 헌법이 개인의 행위나 공권력의 행사에 있어 최고의 가치규범임은 틀림없다. 장애인차별금지에 대한 헌법 조문 명시의 당위성도 수긍된다.
 
다만 ‘법률 규정-헌법 미규정’은 모순 관계가 아니다. 모순은 두 개의 명제가 동시에 참이 될 수 없는 상태다. 이것이 모순이면 대통령 권력구조에 집중하자는 친이 주류는 애초부터 모순된 헌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한편의 코미디다. 권력의 위임자인 국민들은 관심이 없는 데도  권력의 수임자에 불과한 소수 계파가 추진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슬픈 코미디다.

아니다. 오히려 한나라당의 개헌 의총 개최는 잘된 일이다. 이제 국민들도 그들의 논리적 비약을, 오로지 친이 주류로의 정권 연장에만 관심이 있는 그들의 실체를 파악했다.
 
8일 의총을 보면서 아직도 나라님이 하는 일이면 따르기만 하는, 국가주의적 유산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떠오른 것은 왜 일까.
 
87년 체제 헌법을 낡은 헌법이라고 모독한 한나라당은 제9차 헌법 제1조를 읽어보길 바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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