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친이계 의원님, 개헌보다 헌법 공부부터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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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친이계 의원님, 개헌보다 헌법 공부부터 하시지요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2.11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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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계 23년 됐기 때문에 낡은 헌법?”…타 국가도 50년씩 가는 경우 많아

MB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인 한 친이계 인사가 기자에게 개헌에 대해 이같이 말한 적이 있다. “개헌은 당연히 해야 한다. 우리는 헌법을 개정한지 23년이 되지 않았느냐. 미국 등을 봐라. 얼마나 자주하느냐. 개헌을 역사적으로 봐야지, 정략적으로 보면 안 된다.”

이 인사는 개헌을 두고 역사의 당위성을 주장했지만, 그의 말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헌법개정 방식이 동일하지 않다. 미국은 기존 조항을 그대로 둔 채 개정조항만 추가하는, ‘증보’형식이고 우리의 경우 기존 조항을 ‘수정’, ‘삭제’하거나 새로운 조항을 ‘삽입’하는 형식이다.

우리의 헌법은 제헌국회 이후 9번 개정됐다. 미국은 1787년 헌법제정회의 이후 27차례 개정됐다. 그러나 27‘번’의 개정이 아니다. 27‘개’의 개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더 정확하다.

이 인사는 단순히 ‘미국 27 VS 대한민국 9’ 라는 절대 수치만 보고 그렇게 말한 것 같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등은 개정된 헌법이 50∼60년씩 가기 일쑤다. 그래서 87년 헌법이 23년이 됐기 때문에 ‘낡은 헌법’이 됐다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군주론으로 널리 알려진 마키아벨리는 정치를 도덕에서 분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토피아가 아닌 현실적인 정치권력의 획득을 설파했다.
 
그렇다. 오늘날 국민은 정치와 도덕을 분리시킨다. 자발적 분류도 아니고 그 반대도 아니다. 국회의원들의 만용이 빈발해 그럴 수밖에 없는 가치관을 가지게 된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그러면서 권력자에게 ‘여우의 교활한 지혜’를 가지고 권력을 향해 나아가되, 절대로 그 교활함을 들키지 않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개헌을 추진하는 ‘MB-이재오-친이계’는 교활함을 곧잘 들킨다. 그래서 국민들은 친이계의 개헌 추진을 정략적이라고 믿는다. 그들의 개헌 행보를 불신한다. 냉소적이다. 싸늘한 반응을 보인다.
 
친이계나 정치권은 정권연장을 위해 국면전환이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역사를 위한 결단 운운하면서 개헌을 주장했지만, 우리의 헌정사는 눈물의 역사이며 민중이 배제된 역사다.
 
이승만 정권의 제1차 발췌 개헌은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됐고 제2차 사사오입 개헌은 세계 헌정사의 코미디로 남을 만한 사건이었다. 유신정권은 말할 것도 없다. 모두 주권자 동의 없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개헌을 “내가 하면 정략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국회 차원에서 추진하라는 메시지를 친이계에 보냈다. 그러나 헌법개정권력은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르는 형식적 요건과 규범적 정당성이라는 실질적 요건이 필요하다.

헌법은 국회에 발의권을 위임했고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이다.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이 진부한 내용이 진리다. 또 개헌의 근원적 요소다. 헌법에 주권자인 국민에게 마지막 의사를 묻는, 국민투표 조항을 삽입한 것도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지금 모습은 어떤가. 국민은 관심 없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있는 데도 친이계는 막무가내다. 마키아밸리가 설파한 ‘권력자의 교활함’을 들켜버렸다.
 
헌법적 무지로 인한 것이라면 난감하고 알고 있음에도 대통령 충성군을 자처하는 것이라면 위험하다. 전자는 무지한 의원이 뽑힐 수밖에 없는 선거구제에 문제가 있고 후자는 비민주적이기 때문이다. 정치제도와 문화 모두 낙제점이다. 주권자인 국민들은 헌법기관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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