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시민發 복지 논쟁…되살아난 ‘DJ 비판적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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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시민發 복지 논쟁…되살아난 ‘DJ 비판적 지지’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2.16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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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차이점 만들지 말자”…30년째 이어지는 소수정당의 희생

정치권에 무상복지 논쟁이 한창이다. 점입가경이다. 자유주의 성향의 민주당이 무상복지 3+1을 내놓자, 야권은 분화됐다.
 
민주당은 증세 없는 복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증세 있는 복지를 하되, 진보신당은 부유세에 민노당은 부유세 이외의 현실적 증세 안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불온한 자유주의자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이 가세했다. 유 원장은 “구호 논쟁은 적절치 않다”며 레토릭을 남발하는 제도권 정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자 민주당이 발끈했다. “민주개혁진영이 연대의 이름으로 공통점을 찾아가야 할 입장에서 차이점을 만드는 것은 지도자로서 바람직하지 않다.(전병헌 정책위의장)”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정책을 발표하자 선수를 빼앗긴데 따른 우려다.(정세균 최고위원)”
 
“발언을 철회해 달라. 복지 대동맹에 함께 하자.(이인영 최고위원)” “복지 논쟁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다. 야권이 공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이춘석 대변인)”  “민주당 무상복지를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에 비유한 것은 정략적이다. 정책으로 대응하라.(전현희 원내대변인)”

민주당 인사들 발언의 근저에는 ‘정권창출을 위해 야권이 분열하면 안 된다’는 논리가 숨어있다. 아니다. 겉으로 드러났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진보정당의 독자세력화’를 무력화시켰던 DJ를 향한 비판적 지지가. 그래서 그 뒤에는 하나의 수식어가 추가된다. ‘망령’이라는 단어가. 이쯤 되면 국민을 위한 복지가 아니라 야권 내 주도권 다툼을 위한 복지로 변질된 셈이다.

그렇다. 후광(後光) DJ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DJ에 대한 비판적 지지, 그 망령은 살아있다. 그것도 온전히.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재·보궐 선거에서 만연됐던 민주당의 기득권 지키기가 그것을 방증한다. 당시 야권의 선거연합은 권력분점형 정치연합이 아니었다. 민주당 독식 정치연합에 불과했다.

지난해 7·28 광주 남구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광주지역 의원들이 민노당을 향해 “한나라당 2중대이자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정당”이라며 색깔론을 들고 나오지 않았었나.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한국형 복지를 들고 나온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게 정책토론을 제안했다. 유시민 원장에게는 ‘차이점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훈수를 둔 전 의장이 박 전 대표에게는 토론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여전히 ‘민주당 중심’의 야권연대, 소수정당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대마불사(大馬不死)’로의 회귀를 고집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금은 분열할 때가 아닌 연대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진보는 끊임없이 분열하고 분화해야 한다. 야권 앞에는 한나라당과 그들을 위시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이 있다. 그들과 단순히 세력통합식 연대만을 가지고 싸울 셈인가. 이념논쟁은 더 치열해야 하고 정책논쟁은 더욱 확대 재생산돼야 한다.

민주당 등 야권은 호남 기득권의 수용과 배척을 놓고 반(反)한나라당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선택권을 넘겨야 한다. 결국 야권에게는 2012년 총·대선 전, 야권의 협애한 이념의 틀을 깨야하는 과제가 남은 셈이다. 동시에 야권은 좁은 의미의 연대, 넓은 의미의 연합을 넘어 통합까지, 지역이 아닌 이념과 정책으로 재편돼야 한다.

벌써부터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민주당의 무상복지 안에 대한 재원을 문제 삼고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민주당은 불필요한 예산 5%를 줄이면 15조원, 소득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폐지 등 부자감세 철회로 연간 18조원, 비과세 축소로 연간 6조 5000억 원 등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역대 정부 중 예산 지출 구조를 개혁해 5%의 불필요한 예산을 줄인 적이 있었나. 참여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은 왜 하지 않았나. 그럼 15조원은 참여정부 당시 때 공중분해된 것인가. 그것에 대한 반성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국민이든, 시민이든, 민중이든, 사회의 진보는 그들과 함께 가야 한다. 국민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정치권의 복지재원 논쟁에 대한 진실을. 비(非)증세론자들이 주장하는 지출개혁은 무엇이고 증세론자들이 주장하는 부유세는 또 무엇인지를.
 
범야권이 이를 외면하면 직무유기다. 민주당은 반(反)한나라당의 깃발아래 모이는 단순한 정치공학을 넘어 감동 있는 정치세력으로 거듭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잊은 것은 아닐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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