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文정부와의 당청 일심동체 강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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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文정부와의 당청 일심동체 강조, 왜?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8.09.01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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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박근혜 정권 학습효과 때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5일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문재인정부가 곧 민주당 정부”, “우리는 모두 하나”, “철통같은 단결로 문재인 정부를 지키자”고 주창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전당대회 영상 축사를 통해 “원팀이 되자”고 당부한 것에 대한 화답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당대표가 당청 간 일심동체를 강조하는 데에는 노무현·박근혜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학습효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에서 “우리 당은 하나가 될 때 승리하고 분열할 때 패배했다”라고 한 것도 그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노무현 정부 이후 등장한 친노 폐족에 이어 박근혜 정부의 비극 이후 보수 폐족이란 말이 들리는 요즘, 어떤 학습효과 때문인지 들여다봤다.

▲ 이해찬 대표의 당청 일심동체 발언은 노무현·박근혜 정부 당청 분열의 폐단에 의한 학습효과라는 분석도 있다.ⓒ뉴시스

노무현 참여 정부
당청 분리의 실패

당청이라는 개념이 본격화 된 때는 노무현 참여정부 때부터다.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당청 재정립에 많은 할애를 쏟았다. 특히 처음으로 당청 분리에 힘을 줬다. 이른바 대통령이 당 운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기조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모습에서 탈피해 새로운 정치 문화를 창출하겠다는 목표였다. 제왕적 대통령을 중심으로 상명하복의 수직관계에 놓여있던 역대 정부와는 선을 긋고 수평적 개념의 당청 관계를 모색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뜻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04년 4월 총선 승리 이후 청와대와 열리우리당은 ‘따로국밥’ 신세였다. 총리 지명 문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 이라크 파병 문제 등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을 냈다. 그 시기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당권파였다. 하지만 당청 분리라는 청와대 입장만 있을 뿐 대통령과 현안에 대해 소통하고 조율할만한 공식 시스템은 부재했다. 서로에 대한 불만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다. 불통 관계로 인해 정부여당의 주요정책 역시 신뢰가 떨어진다는 우려는 커졌다.

청와대가 당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노 대통령이 국면전환 카드로 이해찬 지명총리 카드를 꺼냈을 때도 열린우리당 소외론은 불거졌다. 2004년 6월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국정2기 총리직에 5선의 이 의원을 임명했다. 이해찬 총리 내각과의 당정 호흡에 집중해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당권파는 이해찬 총리가 지명된 것조차 뒤늦게 알게 되는 등 인선과정에서도 배제됐다는 것이 그 시기 나돌던 얘기였다.

이 같은 당청 갈등은 참여정부 실패를 부채질하는 원인이 됐다. 2007년 17대 대선 전의 참여정부 지지율은 바닥을 쳤고, 집권여당은 분당사태를 맞았다. 정부와 여당의 분열은 그해 대선 참패로 이어졌다. 수평적 당청 관계에 대한 목표는 실패로 끝났다.

친노 폐족(廢族)이란 말도 이 무렵 생겨났다. 폐족은 조상이 큰 죄를 지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자손이란 말로, 처음 꺼낸 것은 노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였다. 당시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이었던 안 전 지사는 대선 패배 후인 2007년 12월 26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친노라고 표현돼 온 우리는 폐족”이라며 집권 세력의 사분오열을 반성했다. 글 일부를 옮기면 이렇다.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과 같은 처지다. 우리는 실컷 울 여유가 없다. 집권 10년의 역사를 계속해서 지키지 못한 것, 거대 집권 여당 세력을 단결된 세력으로 가꾸고 지키지 못한 것, 이 모든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개혁세력이라 칭해져 온 우리 세력이 사실상 사분오열 지리멸렬의 결말을 보게 됐으니 어찌 이 책임을 면할 수 있겠느냐.

우리는 우리 모두의 변화와 개혁에 실패했다. 상을 치루는 3일 내내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다가 삼우제(三虞祭)를 끝내고 부모님 계셨던 빈방에 들어와 비로소 펑펑 울어버리는 어느 효자의 눈물처럼, 그렇게 모진 마음으로 이 슬픔과 패배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 2007년 12월 26일 안희정 홈페이지 글 중

박근혜 정부
당청 갈등의 말로  

또 다른 당청 간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박근혜 정부 때를 들 수 있다. 2014년 7월 14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비박(박근혜)계 김무성 의원이 친박(박근혜)계 서청원 의원을 누르고 당대표로 선출됐다. 당대표 뿐 아니라 최고위원 등 지도부도 모두 비박계 일색이었다. 이는 당청 갈등의 화약고가 됐다. 국회법 개정안, 공무원연금 개혁안 , 청와대 정무특보 인사 논란, 메르스 사태 등 당청은 사사건건 부딪쳤다. 특히 국회법 개정안 마찰 관련 2015년 6월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사석에서 격노해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발언한 것 또한 그 시기 당청 갈등의 골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 등 당청 갈등은 최고조였다.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둘러싸고 비박 대 친박 간 갈등은 점입가경이었다.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원색비난은 민심 이반을 가속화했다.

‘김무성 옥쇄 파동’으로 번진 막판 공천 논란의 후폭풍은 컸다. 그 결과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과반을 뺏기는 여소야대 국면을 낳았다. 훗날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보수정당 몰락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이룰 두고 김무성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보수의 민낯>이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당 대표 시절 공천과정에서 보인 김무성 의원의 행보는 당시 희화화되기도 하고 무능하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보수 세력의 성공을 위한 고뇌의 시간들이었고, 자신을 희생한 부분도 많이 있었다. 당시 청와대와 당은 사사건건 대립했는데, 그때마다 고개를 숙이고야 마는 김 의원에게 ‘스승이었던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라면 그렇게 했겠냐’고 강하게 따진 적도 있다. 그때마다 김 의원은 정치는 대화·타협·조정이라며 당청의 갈등이 직접적으로 표출되면 더 큰 불협화음이 일어난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그때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며 강한 대표의 이미지를 가져가고, 자신이 공천권을 가졌던 2016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힘을 좀 썼다면 이렇게 보수가 궤멸 상태가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결과론적이지만 보수 세력에게는 상황을 바꿀 기회가 있었는데 스스로 차버린 것 같다.”

그리고 이제 ‘폐족’이란 말은 보수 세력에 넘어왔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도 자유한국당은 민심으로부터 외면 받는 치명타를 입었다. 사실상의 보수전멸, 정치적 파산선고나 다름없다는 진단이 잇따랐다. 과거 친노 폐족의 살 방도가 궁금증을 일으켰듯 보수 폐족의 앞날도 화두로 떠올랐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의 경우는 보수가 죽어야 다시 살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 7월 <신동아> 기고에서 윤 교수는 “보수 야당의 정치 폐족 전락이 우려될 정도로 일방적 참패였다”며 “죽어야 다시 산다”고 밝혔다.

박상병 정치학박사(인하대 교수)도 보수가 완전히 해체돼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했다. 박 박사는 최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대한민국 견제와 균형의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보수는 다시 태어나 건재해야 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친박과 비박이 싸우는 형국으로 가서는 둘 다 죽는다”며 “살 수 있는 길은 지금의 당을 해체하고 실사구시형 경제기조에 기반 한 새로운 보수로 재탄생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상호 정치학박사(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는 <시사오늘> 칼럼에서 보수의 가치 재정립을 강조했다. 강 박사는 “한국당은 인적 청산보다 보수의 가치 재정립과 방향 설정에 심혈을 다해야 한다”며 “보수정당의 전략적 선택은 보수 내부의 총질이 아니라 고통의 나눔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수의 상처는 외부의 치유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복원되어야 한다”며 “피하지 말고 서로 만나 화해해야 한다. 탄핵의 질곡을 넘어야 보수의 새 장이 열린다. 상처를 감출 필요가 없다. 새살이 돋으면 상처는 떨어져 나간다”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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