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마루의 '길잃은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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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마루의 '길잃은 친구에게'
  • 박지순 기자
  • 승인 2009.08.24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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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순의 음악실타래
‘너와 나~아름다운 우정을 간직하고파~’
(1984년 강변가요제 장려상)
 
영화배우 한석규가 가요제에 출전해 입상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지금도 많지 않다. 한석규는 1984년 강변가요제에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친구들인 김지욱, 강철민, 이황준과  ‘덧마루’라는 4인조 보컬 그룹을 결성해 본선에 진출 ‘길 잃은 친구에게’로 장려상을 받았다. 동상을 받은 것으로 잘못 소개되기도 하는데 이 대회 동상곡은 ‘멜러디’가 부른 ‘지난 날의 슬픈 이야기’였다.

‘길 잃은 친구에게’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한석규가 탤런트와 영화배우로 최고 스타 반열에 오를 무렵이다. ‘한석규가 한 때 노래도 불렀다’는 일화로 소개됐다.
 



대학가요제가 1977년, 강변가요제가 2년 후인 1979년 시작되면서 두 가요제는 가요계 진출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등용문으로 각광을 받았다. 1970년대 말 이후 어제까지 평범했던 사람이 하룻밤 자고 나면 유명인사가 될 수 있었던 방법은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진선미에 뽑히거나 가요제에 출전해 입상하는 것이었다.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에서 입상한 곡들은 대회 바로 다음 날부터 방송에서 쉴 사이 없이 흘러 나와 히트를 치곤했다.
 
1984년 강변가요제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선희가 괴상한 치마와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쓰고 임성균과 ‘4막 5장’이란 듀엣을 만들어 부른 ‘J에게’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이선희를 한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여가수로 등극시켰다. 1984년은 기자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였는데 TV 가요프로나 라디오 방송, 상점가에서 어찌나 자주 ‘J에게’가 흘러나오던지 가사가 저절로 외워질 정도였다.

어찌보면 ‘길 잃은 친구에게’는 대상 곡에 가려 빛을 잃은 불운한 곡이었던 듯싶다. 지금도  음반을 꺼내 들어보면 가사는 그 시절 ‘새마을 정신’이 반영돼서 그런지 좀 촌스럽지만 유려한 곡과 각기 컬러가 다른 부드러운 목소리가 조화를 이룬 화성은 일품이다.

도입부인 ‘반짝이는 젖은 하늘 위에 흐르는 한 떨기 연꽃은 너와 나의 사랑이 가득한 우정의 등불…’ 이 부분을 한석규가 부른다. 하지만 ‘어 한석규 목소리가 아닌데’라며 의아해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한 번 더 주의 깊게 들어보면 ‘한석규가 스물한 살 때는 목소리가 저랬구나’ 라고 알아들을 것이다.

건국대 ‘옥슨’이나 한양대 ‘징검다리’, 홍익대 ‘블랙테트라’ 등 대학가 유명 그룹사운드들은 후배 기수들을 계속 뽑으며 역사를 이어갔지만 ‘덧마루’는 1984년 강변가요제 출전을 끝으로 더 이상 활동하지 않았다. 한석규와 멤버를 이뤘던 김지욱은 동국대학교 강단에 서서 후배들을 지도하기도 했는데 4명의 멤버가 모두 음악을 좋아해 순수하게 만들었던 팀이 ‘덧마루’였다고 동국대 연극영화과 후배들은 기억하고 있다.

한석규는 1990년 KBS성우를 거쳐 이듬해 MBC공채 탤런트로 데뷔하며 연기자로 승승장구, 그가 대학교 2학년 시절 불렀던 ‘길 잃은 친구에게’도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한석규의 젊은 목소리로 ‘길 잃은 친구에게’를 들으며 그 시절 감성으로 돌아가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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