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임종석 대망론이 ‘레토릭’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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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임종석 대망론이 ‘레토릭’인 까닭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8.09.18 17: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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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주자는 ´영남패권론´을 마주하게 된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임종석이라는 정치인이 가진 잠재력이나, 대권주자로서의 가치를 지금 측정하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임 실장이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를 중심으로, 현 시점에서 대권주자로 급격히 격상시키는 것은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한국 정치사가 보여주듯, 호남 주자는 영남패권론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승리한 기록은 없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1998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서울시장 후보으로 누구를 내느냐였다. 한광옥 당시 국민회의 부총재와 노무현 부총재가 유력했다.

그러나 DJ의 선택은 고건 전 국무총리였다. 차기 대권으로 가는 길인 서울시장직에 '정치인'을 내정해 밀어주기엔 부담스러웠던 DJ가, 행정가형 인사인 고 전 총리를 내세웠다.

DJ의 핵심 가신인 한 부총재는 내심 본인이 낙점되기를 바랐지만 경선도 없었다. 대신 청와대 비서실장카드를 받으면서 다음 기회을 노렸다.

그러나 서울시장을 지낸 고 전 총리도,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한 전 부총리도 모두 대권도전엔 실패했다. 제대로 도전조차 해보지 못한다. 대신, 당시 '3순위'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망을 이뤘다. 정치권의 대표적 킹메이커인 허주 김윤환 전 국회의원의 "호남당의 영남 후보 필승론"이 재조명 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2007년

범 여권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고 전 총리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경선을 치러 정동영 현 민주평화당 대표를 후보로 내세웠다. DJ 이후 처음으로 나온 호남의 대선주자였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선거였지만, 정 대표 측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로 영남·범 보수표가 갈라지면, 호남과 범여권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역전을 노린다는 복안이다.

당시 정동영 캠프에서 활동한 한 정가 관계자는 18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우리끼린 호남표가 결집하면 이론상 해 볼만 하다고 했었다"며 "실제로 이회창이 꽤 많은 표를 가져갔지만 역부족이었다. 호남표가 다 모여봐야 경북정도고, 충청표가 더해져야 겨우 영남과 비슷해진다. 그런데 충청도 갈라졌다"고 회상했다.

#2018년

현 청와대 비서실장인 '임종석 대망론'이 급 부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전폭적 신뢰, 50대의 젊은 나이의 정치인이며, 운동권 출신으로 진보 진영을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지목된다. 결정적으로 호남 출신(전남 장흥 태생)이라는 점이 손꼽힌다. 호남의 임종석, 영남의 김경수를 차기 경쟁구도로 보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앞서 한광옥·고건·정동영 등 호남 주자들의 사례를 살펴보자. 호남에 기반한다는 것은 충성도가 높은 지지층을 보유한다는 강점인 동시에, 확장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한국 정치를 관통하는 여전한 암묵적 기류인 '영남패권론'이 자리한다. 심지어 혹자는 DJ의 당선에 대해 "영남 주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임종석이라는 정치인이 가진 잠재력이나, 대권주자로서의 가치를 지금 측정하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임 실장이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를 중심으로, 현 시점에서 대권주자로 급격히 격상시키는 것은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한국 정치사가 보여주듯, 호남 주자는 영남패권론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승리한 기록은 없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18일 기자에게 "노무현·문재인은 영남 출신이기 때문에 진보 정당이라고 해도 훨씬 저항감이 적었다. 특히 PK(부산·경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해당 지역서 상당한 득표력을 보였다. PK에서의 1표는 2표 역할을 한다. 상대방에게 갈 표가 우리에게 오기 때문이다"면서 "임종석이든, 혹은 이낙연·송영길이든 호남 출신이 대권을 가져간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지역구도상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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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개 2018-09-19 00:27:14
정동영, 한광옥, 고건이 정치적 역량이 작아서 대통령이 못됐는데 마치 호남 출신이어서 못됐다는 핑개거리를 제공해주네. 그럼 김대중은 어떻게 대통령이 됐나? 정동영 등은 김대중과 같은 카리스마나 인생스토리가 없어서 대통령이 못되는 것임. 임종석이도 주사파로 분류될 정도로 가벼운 정치인에 불과함. 이낙연이나 송영길도 능력 부족이지 호남이어서 안 되는 게 아님. 현실은 지역주의 문제가 아닌 실력문제임. 잘 되면 자기 탓 안 되면 지역주의 탓. 유치의 극치.

굿 2018-09-18 19:49:31
현실은 정확히 꼭 집어주셨네요.

국민학교 6학년 때 상경한 서울사람 임종석입니다.
민주당에 오래 몸담으며 선거시즌 때마다 일었던 호남물갈이론에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고, 중앙에서 호남의 선택권 배제라는 역린을 건들 때도 침묵하거나 방관하던 임종석 송영길이.. 단지 고향이라는 이유로, 호남의 응집성을 매개로 대권주자 운운되는 게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