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당심이반 확산…‘박근혜’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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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당심이반 확산…‘박근혜’ 어디로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3.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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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PK-TK 집단행동 개시…국정 컨트롤타워 무너져

MB가 또다시 궁지에 몰렸다. 동남권 신공항을 놓고 PK-TK 간 분열, 4·27 재보선 공천권을 두고 청와대와 친이계 주류 수도권 비주류 간 권력 다툼이 가속화된 가운데, 국정 컨트롤타워가 무너진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여권 당심이반의 시발점은 영남판 세종시로 변질된 동남권 신공항이다. 이로 인해 사실상 친이-친박이라는 계파 구분은 사라졌고 영남권 의원들은 지역주의에 골몰된 퇴행적 구태로 일관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가 곧 발표될 것이란 얘기가 언론에 흘러나온 직후 들끓던 영남권 의원들은 MB의 기업유치 발언이 나오자 폭발했다. 일부 언론은 여권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 MB가 “대구·경북에 공항보다 기업이 가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29일 전했다. 이쯤 되면 여권 내부의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무너진 셈이다.

한나라당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은 즉각 행동개시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대구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친박계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이한구 홍사덕 이해봉 박종근 서상기 주호영 등 12명은 28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긴급 모임을 갖고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결사 반대한다”는 입장을 모았다.

주호영 의원은 한 발 더나아가 “대선공약 백지화는 대국민 사기”라고 유승민 의원은 “내년 총·대선 때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으로 재추진하겠다”며 MB를 압박했다. 친박계 이한구 의원도 29일 PBC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동남권 신공항 논란과 관련, “국민을 속인다는 감을 준다. 약속을 어긴 것이 돼 버렸다. 이렇게 (공약을) 헌 짚신 버리듯이 선거 공약을 하면 정치 불신이 심각한 상황에 온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대회에 참석해 김광두 원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같은 당 홍준표 최고위원도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교우위에 있는 어느 한 곳을 신공항으로 지정하고 다른 곳은 새로운 국책 사업을 만들면 될 것을 정부의 경직된 태도로 인해 영남권 전체 신뢰에 금이 가는 일을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제역과 원전 파문 등 MB정부의 실책이 잇따르자 2012년 총선 공천권 확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 놓여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실제 한나라당 지역구 의원 12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12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의석수는 129석으로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가장 많았다고 <중앙일보>가 28일 전했다. 120여석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역풍을 맞았던 지난 17대 총선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21일 헤럴드미디어의 싱크탱크인 <헤럴드공공정책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인 <데일리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범위 95%에 오차한계 ±3.1%p)결과, 서울지역 국회의원에 대한 유권자들의 재신임 비율이 26.6%에 그쳤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수도권 민심이반이 이제는 당심으로 연결된 셈이다.

당심이반이 가속화되자 한나라당은 4월 재보선 공천도 못한 채 분당을 정운찬 카드를 놓고 청와대 라인 VS 친이 주류 VS 수도권 비주류가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분당을 예비등록을 한 강재섭 전 대표와 박계동 전 의원은 공천 헌금설을 두고 진실공방을 하는 등 사실상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과연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포지션을 취하느냐다. 박 전 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 특위고문으로 추대되면서 사실상 강원지사 보궐선거의 선거지원을 재개했다. 즉각 강원표심을 흔들었고 현재 여론조사상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가 최문순 민주당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청와대의 무너진 컨트롤타워와 친이계의 당심이반이 과연 ‘박근혜 대안론’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물론 가능성은 반반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을 필두로 친이 정권재창출에 앞장선 당권파가 박 전 대표에게 당 전권을 넘겨야 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반면 수도권과 영남권 의원들의 당심이반이 가속화된다면 박 전 대표에게 휴전을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친이 주류와 친박 간 헤게모니가 지금부터인 이유도 이 같은 당내 역학구도 때문이다. 당심이반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박 전 대표가 MB와 대립각을 세울지 아니면 특유의 침묵행보를 지속하게 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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