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세력을 미워해서 뭘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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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세력을 미워해서 뭘 얻을까?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8.11.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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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분열과 대립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요즘 정치권에선 보수 통합과 관련, 소위 ‘태극기 세력’은 빼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태극기 세력은 ‘수구꼴통’ 세력이기에 절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증오심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미워하는 감정은 현상을 올바로 보지 못하게 하고 결국 넘어지게 할 뿐이다.

지난 1992년 대선을 앞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노태우 전 대통령,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와 손을 잡는 ‘3당 합당’을 단행했다. 노 전 대통령과 JP는 군부독재 세력과 연결된다.  민주화 세력인 YS는 이들을 산업화 세력으로 포용, 최초 문민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금융실명제와 공직자 재산 공개 등 대개혁을 성공시켰다. 만약 YS가 노태우 전 대통령과 JP를 수구꼴통이라며 끝까지 적대시 했다면 어땠을까.

일각에서는 태극기 세력과 함께하면 새로움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태극기 세력을 적대시 하는 건 새로운 것인가. 오히려 보수 분열이라는 구태로만 비칠 뿐이다. 특히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분열된 보수가 참패했던 터라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라는 질타가 쏟아질 게 뻔하다. 그보다는 보수통합 과정에서 서로가 용서와 양보, 화합 등을 비치는 게 신선한 것이고 기대감을 일으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왜 탄핵됐는가? 이런 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보수 전체를 포용하지 못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만 가까이 한 게 가장 클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런 태도가 지난 총선을 앞두고 공천파동과 보수분열을 일으켰다. 그 결과 소위 보수 ‘비(非)박’ 세력들이 탄핵에 동참하게 됐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미리 비박 세력을 끌어안았다면 탄핵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지금처럼 보수 세력이 지리멸렬하지도 않을 것이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39주기 추모제가 열린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고등학교 3학년 때 당신(박정희 전 대통령)의 3선 개헌 반대 시위로 무기정학을 받았으며, 교련반대, 유신반대로 대학을 두 번 쫓겨났다”면서도 “당신은 최고의 산업혁명가였다. 포항, 울산, 구미, 창원, 당신은 최고의 도시계획가였다. 고속도로, 지하철, 항만, 공항, 당신은 최고의 국토건설자였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런 김 전 지사를 수구꼴통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가해자를 용서하고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건 훌륭한 덕목이다. 나아가 산업화 세력으로 분류되는 박정희 세력을 끌어안아 보수를 결집시키는 효과까지 있다. 물론, 김 전 지사가 끝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욕하고 증오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소수일 뿐이다. 게다가 이들이 원하는 대로 하면 김 전 지사는 소인배로 끝날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권의 독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 정권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선 보수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 눈앞의 작은 이익이 아닌 큰 가치를 위해 뭉치는 것이 1일 현재 가장 참신한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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