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재계①] '과도기' 한화, 김승연 정면돌파 승부수 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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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재계①] '과도기' 한화, 김승연 정면돌파 승부수 띄우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1.25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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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안팎 잇단 잡음에 공격적 투자 정면돌파 전략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삼성, LG, SK, 한화, 두산, 효성, GS 등 최근 국내 재계에서는 글로벌 경제 침체 우려, 국내 경기 불황 등으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각 그룹사들은 이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 시사오늘

글로벌 경제 침체, 국내 경기 불황에 대한 재계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시사오늘>은 '위기의 재계'를 통해 현재 각 그룹사들이 처한 상황과 이에 대처하는 CEO들의 출구전략, 나아가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짚어본다.

재벌 2세에서 3세로 경영권 승계작업…불가피한 구설수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최근 김승연 회장에서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등 삼형제로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회사 안팎에서 이와 관련된 여러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그룹 삼형제 경영권 승계의 핵심 키로 분류되는 한화시스템의 영업정지 징계 여부를 올해 상반기 중 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화시스템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았던 한화S&C와 흡수합병한 회사로, 현재 삼형제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이 지분 14.5%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한화시스템 지분을 향후 사모펀드에 전량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분을 제3자가 아닌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것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눈치다. 후에 매각한 지분을 이면약정을 통해 되살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한화시스템에 대한 영업정지 징계 여부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한화그룹에 견제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한화시스템은 현재 상장을 추진 중인 회사로, 상장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화그룹 삼형제에게 경영권 승계자금 마련을 위한 포석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 보인다.

▲ (왼쪽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 한화그룹

한화에어로스페이스(舊 한화테크윈)가 노조 와해 공작 논란에 휩싸인 점도 눈에 띄는 구설수 중 하나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지난 23일 서울 종로 김승연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화테크윈 임직원들이 금속노조 가입 조합원을 분리하는 등 노조와해 공작을 펼친 게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며 "노조 파괴행위를 한 김 회장을 포함해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화테크윈은 과거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중장기 노사 안정화 전략', '현장관리자 우군 방안', '면담 가이드' 등 방안을 수립해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의 탈퇴를 종용·유도했다. 이에 창원지방검찰청은 지난달 한화테크윈 임직원 수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벌금형 등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앞서 거론한 한화시스템 지분 53%를 보유해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회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둘러싼 잡음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화그룹 삼형제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차질을 줄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재벌 2세에서 3세로 향하는 과도기에 있는 만큼, 이 같은 잡음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어느 재벌 대기업이나 승계작업을 추진할 때는 여기저기서 견제가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올해에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더 강도 높은 재벌개혁을 주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화그룹도 당분간 여러 구설수에 휘말리겠으나 최근 핵심 계열사 실적이 상승세고, 금춘수 부회장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어 크게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승연, '무한기업' 위한 정면돌파

이처럼 어수선한 경영권 승계의 과도기에서 김승연 회장은 정면돌파 전략을 택한 모양새다.

지난해 8월 한화그룹은 앞으로 5년 간 22조 원을 신규 투자해 약 3만5000개에 이르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밝혔다. 태양광사업에 9조 원, 석유화학사업에 5조 원, 방산사업에는 4조 원 등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김 회장이 일자리 창출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역점을 두고 있는 현 정권의 기조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임과 동시에 그룹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포석을 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계획이 현실화된다면 현재 70조 원 규모의 한화그룹 매출이 오는 2023년에는 100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한화케미칼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각각 태양광 관련 계열사, 방산 관련 계열사들의 대대적인 인수합병이 이뤄진 점도 눈에 띈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함으로써 중장기 투자계획이 합리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다. 특히 장남 김동관 전무가 이끄는 태양광사업에 힘을 실어준 부분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왼쪽)과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오른쪽)은 다보스포럼에서 싱가포르 경제개발청 배 스완 진 회장(가운데)과 미팅을 가졌다 ⓒ 한화그룹

글로벌 무대에 아들들을 파견해 한화그룹의 새로운 얼굴로 알린 점도 김 회장의 정면돌파 승부수의 일환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지난해 연말 그룹 브레인인 금춘수 부회장과 함께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자식들 중 유일하게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를 데리고 갔다. 김 상무는 한화생명에서 미래혁신총괄 겸 해외총괄 자리를 맡고 있다.

또한 연초에는 장남 김동관 전무와 차남 김동원 상무가 세계경제포럼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들은 싱가포르 경제개발청 배 스완 진 회장과 미팅을 함께 갖는 등 부친 김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한 '무한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으로 전해진다.

앞선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장남과 차남을 연말연시 승진에서 배제시켜 국내에서 불거지는 불필요한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글로벌 무대에 보내 형제의 후계자 이미지를 국내외에 각인시켰다. 또한 자식들에게는 역량을 좀 더 쌓으라는 주문까지 한 셈"이라며 "CEO로서, 아버지로서 절묘한 출구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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