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기수론①> 한나라당 '40대 기수론' 성공할까?
스크롤 이동 상태바
<40대 기수론①> 한나라당 '40대 기수론' 성공할까?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1.05.17 1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0년 전과 다른 현실, 그러나 젊음에 대한 기대는 여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예상했던 대로다. 4.27 재, 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 내부에서 '40대 기수론'이 일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젊은 당대표론'이다. 40대 원희룡(47, 서울 양천갑 3선), 남경필(46, 경기 수원 팔달 4선), 나경원(48, 서울 중재선) 세 의원이 당권을 노리며 경쟁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인 1970년 40대였던 김영삼 김대중 이철승 세 정치인도 신민당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자웅을 겨뤘었다. 하지만, 그 당시 '40대 기수론'과 지금의 '40대 기수론'은 여러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40대 기수론'의 창시자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은 '시대정신'과 '주인공들의 역량'을 들며 40여년 전과 지금의 경우가 많이 다르다고 최근 시사오늘에 밝혔다.

▲ 나경원 의원(왼쪽)과 원희룡 의원. ⓒ뉴시스

"40대 기수론은 예전에 아버님이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더불어 새롭게 기존 당권에 도전한 형태인데, 이는 그 당시 시대정신과 맞물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정신이 요즘 정치권에서 얘기되는 '신40대 기수론'인지는 모르겠다. 과연 나이만 젊다는게 국민이 원하는 방향인지 검증이 필요하다."

"아버님 때는 유진산 총재 시절이었는데, (유 총재가) 당을 효율적으로 장악하기 어려웠던 상태였다. (반면) 아버님과 DJ(김대중 전 대통령), 이철승 등은 당 내에서 오랫동안 중심 역할을 해왔고 당 내에서 힘을 축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초·재선(젊은 의원들)이 너무 많은 상태에서 과연 신40대 기수론이 당 내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지 불투명하다. 세대교체가 지금의 키워드라고 보지는 않는다. 지금 젊은 정치인들이 40대 기수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성공여부는 그 와는 별개의 문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40대 기수론을 외칠 때 그 옆에서 함께 했던 유성환 전 의원도 같은 맥락으로 말했다.

"과거 40대 기수론은 유진산 선생의 연세가 많은 상황에서 김영삼·김대중·이철승 의원이 나선 것이다. 그 당시 40대 기수론의 의미는 군정을 타도하고 민주 정권을 수립하자는 역사적 과제를 성공시키기 위한 것으로 단순히 나이가 젊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특히, 군사정권이 무자비하게 강했기 때문에 강건한 40대 정치인들이 군정을 타도해야한다는 강력한 책임정치의 의미가 있었다."

"40대 기수론은 김영삼 의원이 모든 국민이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맨 처음 주장했다. 당시 미국이 최초로 인류를 달에 보내는 사건이 있었다. 그 때 미국이 각국 대통령과 수상을 초청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아닌 야당 원내총무였던 김영삼 의원이 참석했다. 그 때 뉴욕타임스 등 여러 신문들이 한국의 야당 원내총무 김영삼을 유력 정치인으로 소개했다. 그 정도로 김영삼 의원이 국제적으로 기대를 받는 등 위상이 남달랐다. 그런데, 오늘날 40대 기수로 주목받는 분들도 그러한 국제적 기대를 받겠지만…"

"오늘날 정치적 과제는 민족 분단 극복과 경제발전, 선진화, 안보, 사회적 통합 등 복잡·다양한 만큼 새로운 지도자는 광범위한 지식이 필요하다. 굳이 따진다면 40대 기수론에는 열정이, 50대 기수론에는 경험이, 60대 기수론에는 해결책이 있다. 조화가 필요하다."

김현철 "아버님 때는 시대정신이었지만 지금은…"
유성환 "김영삼은 정치적 위상이 남달랐는데…"
2011년 與, 소통·화합·친서민 과제 직면

▲ 김현철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왼쪽), 유성환 전 의원. ⓒ뉴시스

김 부소장과 유 전 의원의 얘기를 들어보면 지금 한나라당에서 거론되는 40대 기수론 주인공들은 다소 초라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들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이들이 과거 40대 기수론 주인공들과 똑같을 필요는 없다. 다만, 오늘날 정치권이 당면하고 있는 시대정신에 자신들을 맞추고 50·60대와도 조화를 이룬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나라당이 직면한 최대 과제는 소통이다. 특히, 젊은층과의 소통이 절실하다. 더불어, 계파간 화합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빠른 시일 내에 친서민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 이런 시대정신에 한나라당 40대 기수들이 가장 어울린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젊은 층을 비롯한 서민들과 소통하고 당내 친이-친박 어느 쪽으로부터도 거부당하지 않으려면 40대 젊은 정치인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최근 "과연 그 분들(젊은 당 대표 후보들)이 한나라당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분들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의심들이 많은 것 같지만 그 분들이 나와서 다른 분들과 같이 뛰고 당원들의 지지를 얻어 당 대표가 되면 그것은 아주 바람직하다"고 말한 바 있다.

나경원, '조용필' 아닌 '걸그룹'…정치 내공 '아직'
남경필, 4선임에도 인지도 낮아 …당권 보다 대권 도전? 
원희룡, 차세대 주자 선점…당권 의지 남달라

▲ (왼쪽 부터) 원희룡, 나경원, 남경필 의원. ⓒ뉴시스

한나라당 40대 기수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나경원 의원이다. 서울 법대를 졸업, 1995년부터 2002년까지 판사생활을 하다 정치에 입문한 나경원 의원은 요즘 승승장구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 일반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해 자력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한 것은 물론, 이번 4·27 재·보선에서는 자신의 지역구인 중구청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특히, 중구청장 선거 승리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전 대표가 지원한 달성군수 후보가 패배한 것과 비교되면서 나 의원의 위상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하지만, 나 의원의 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부류도 적지 않다. 나 의원이 똑똑하고 여성으로서 섬세한 소통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재선 의원에 불과해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나 의원은 지난 6·2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경선 때는 원희룡 의원의 지원까지 받으며 오세훈 시장과 맞붙었지만 큰 표 차이로 밀렸다. 이에 나 의원의 내공이 아직은 미약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얼마전 국회의원 회관의 한 분석통에게 나 의원에 대해 물어보자 "나경원은 '조용필'이 아니라 (일부) '걸그룹'에 불과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최고의 가창력과 작곡·작사 실력으로 승부하는 조용필이 아닌 비주얼과 반짝 흥행성만 가진 일부 '걸그룹'에 나 의원을 빗댄 것이다.

남경필 의원은 선수에서 가장 우월한 위치에 있다. 무려 4선이다. 이 중간에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을 지냈고 지금은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이다. 이런 남 의원은 여전히 소장파로 남아 있다. 그 만큼 개혁성이 강한 인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점이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당 내 50·60대 정치인들과의 조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보수성향 지지층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남 의원이 4선을 하는 동안 국민들에게 뚜렷한 뭔가를 각인시키지 못한 것도 문제다. 남경필 하면 뭔가가 떠올라야 하는데 그런게 없다는 것이다. 사실 남 의원이 4선 의원이지만,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국민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남 의원을 "나이든 의원들에게 반대하는 젊은 의원"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남 의원이 이번에 당권에 도전하는 것을 포기하고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원희룡 의원은 '스마트'한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서울대 수석 입학, 사법고시 수석 합격 등 뛰어난 두뇌를 자랑한다. 이런 이유로 그는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스타였다. 지난해 원 의원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을 당시 같은 경선 후보였던 김충환 의원은 사석에서 "원 의원은 서울시장보다는 한나라당의 차세대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시장 보다는 차차기 대선을 목표로 뛰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런 원 의원은 이미 대권에 도전한 바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 든 것이다. 당시 원희룡 후보는 이명박·박근혜·홍준표 후보와 경쟁했다. 그 결과 원 후보는 예상과 달리 홍 후보를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원조 소장파인 원 의원은 얼마전까지 사무총장을 지낸 경력으로 소위 구주류와도 비교적 가까운 편이다. 이는 오는 7월에 있을 전당대회에서 구 주류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원 의원 본인도 당 대표가 되어 내년 총선에서 제대로 된 공천을 하고 당을 화합시켜 정권 재창출에 기여하고 싶은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40여 년 전 40대 기수론의 주인공인 김영삼·김대중은 결국에는 대통령이 됐다. 지금 40대 기수론에 거론되는 인물들도 큰 꿈을 꿀 것이다. 사실, 자기 이름이 40대 기수론과 연관되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것이다.

 

담당업무 : 大記者
좌우명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