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농어업인의 이익 극대화시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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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농어업인의 이익 극대화시키겠다"
  • 박지순 기자
  • 승인 2009.09.04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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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관료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장관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명박 정부 들어 등치가 가장 커진 부처 중 하나다. 과거 농림부와 해양수산부가 통합되고 보건복지부가 관장하던 식품 관련 업무까지 넘겨받았다. 지난해 8월 쇠고기 수입을 즈음해 촛불 정국으로 전국이 들썩일 때 농림수산식품부를 이끌기 시작한 장태평 장관은 지난 1년간 광범위한 업무 범위를 안정적으로 통할하고 있다.
 
장 장관 취임을 전후해 쇠고기 수입과 쌀 직불금 부당 수령 등 농식품부와 직간접으로 관여된 현안이 누적돼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 부처보다 ‘조용해진’ 곳이 농식품부다.

장 장관은 제20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료 생활을 시작했고 주로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부에서 예산, 세제, 정책 홍보 분야에서 요직을 두루 지낸 정통 경제관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무관 시절 경제기획원 농수산예산담당관실에서 일하며 농수산업, 농어촌 발전에 각별한 열정을 쏟았고 국장 교류제로 지난 2004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을 맡아 농림부와 다시 인연을 맺었다.

장 장관은 강직하고 치밀한 업무 스타일이라는 평을 듣고 있어 농식품부의 산적한 현안을 무리 없이 풀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2일 과천 농식품부 장관실에서 장 장관을 만나 그가 걸어온 길과 농식품부 관련 현안에 대한 견해,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장 장관은 타 부서 장관과는 달리 편안한 점퍼 차림이었다. 
 

▲장태평 장관은 농어업인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사오늘 권희정

-건강은 좋으신지요. 바쁜 일정을 소화하려면 우선 건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소를 지으며) 보시는 것처럼 건강은 좋습니다.”

-장태평 장관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문학에 특기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델로 삼거나 좋아하는 시인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죠.
“정몽주의 ‘단심가’를 제일 좋아합니다. 마음의 진수를 담고 있는 으뜸시죠. 정제된 감정을 담고 있는 빼어난 작품입니다.”

“학창시절부터 시 좋아해”…‘강물은 바람 따라 길을 바꾸지 않는다’ 시집 출간

-정몽주라면 고려 때 문신인데 주로 고시조를 좋아하시나 봅니다.
“꼭 그렇지는 않고 김소월과 기형도의 시도 좋아합니다. 머리가 나빠 시를 외우지는 못하고요. (웃음) 정호승도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주로 담백한 어조를 담고 있는 시들이죠.”

-공직생활을 하면서 시집도 발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학창시절에도 문학에 관심이 많으셨는지요.
“그랬지요. 중학교 때 교지에 시를 발표했습니다.”

-혹시 대학 재학 중에 신춘문예에 도전한 적도 있는지 궁금하네요.
“없습니다. 저는 시험이나 줄 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요.”
 
장 장관은 지난 2007년 전·현직 공무원들의 문학 모임인 ‘사민문학회’ 초대 회장을 맡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서울지역 고등학생들의 문학 연합동아리인 ‘서우회’에도 가입해 일찍이 문학적 소질을 계발했다. 지난 2001년에는 80여 편의 시를 담은 시집 ‘강물은 바람  따라 길을 바꾸지 않는다’를 내고 시인으로 등단해 주목 받았다. 
 
▲장 장관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계기로 검역 및 안전관리 체계를 보다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말했다

-문학을 읽고 쓰는 것이 공직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요.
“시와 정책은 ‘맥’이나 ‘결’을 찾는 과정이란 측면에서 일맥상통합니다. 시를 쓰거나 문학 활동을 하게 되면 통찰력이 깊어지기 때문에 정책에서도 깊이와 정교함이 높아지지요. 같은 맥락에서 조선시대의 훌륭한 선비들은 문인이면서 관료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장 장관님 이력을 살펴보면 공직 생활의 대부분을 재정, 경제 분야에서 보냈습니다. 농림 분야에서 일한 기간은 짧은 편인데요. 장관으로서 전문성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농식품부는 해양수산부와 식품 관련 업무까지 맡고 있지 않습니까.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장관이 갖춰야 할 요소 중 전문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장관은 부처 담당 매니지를 가장 중요한 역할로 한다고 봐야겠지요. 농식품부에 두 분의 차관이 있지만 두 분 다 타 분야 출신입니다. 의사결정이라는 면에서는 타분야 출신이 장관으로서는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사무관 시절 2년 간 농업분야에서 일했고 농정국장도 역임해 누구와 견주어도 전문성이 약하지 않습니다.”

“재정·경제 분야에서 오래 일했지만
농어업 전문성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장 장관은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재임 시절 농협법 개정 등 농협 개혁 작업, 농지은행 제도와 농작물 재해보험제도 도입, 지역농업클러스터 사업, 농업 인력 육성사업 체계화 등을 추진했고 장관이 된 후에는 농어업 현장을 점검하고 농어업인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175개 시군을 방문, 71,121km(8월 초 기준)를 이동했다. 
 
-농사를 지어보셨거나 부모님 대에 농업에 종사하셨습니까.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왔고 농사를 지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아버지도 공무원이셔서 농사를 짓지는 않으셨고요. 장관으로 있으면서 민승규 차관과 벤처농업대학에 같이 다녀 농민들과 자주 만나고 친한 농민분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과거 농림부가 수산과 식품 분야 업무까지 총괄하게 되면서 거대 부서가 됐습니다. 부서의 효율성이나 일사불란한 업무처리에 부작용은 없습니까.
“일각에서 그런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통합에 따른 효율성 제고와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농업과 수산업은 정책 기획 및 집행 과정에서 유사한 측면이 많기 때문입니다. 2차 산업인 식품 관련 업무도 1차 산업인 농수산업과 연계되면서 농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장 장관은 한우의 품질을 향상시켜 수출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쌀 직불금 문제로 우리나라가 떠들썩했습니다. 일벌백계의 목소리도 있었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가 지금은 쏙 들어간 것 같네요. 폐해는 시정이 된 것인지요.

“농촌에서 실제로 쌀 농사를 짓는 농업인에게 불편과 불이익이 없게 법개정이 이뤄졌습니다. 도시에 살면서 농업에 실제 종사하는 분들도 있는데 직불금 수령 요건을 엄격하고 까다롭게 정비했으며 세금 누수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법 개정 후 직불금 신청자가 20% 정도 줄어들어 법개정의 취지가 성과를 거둔 것 같습니다. 올해 구비서류가 다소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여론이 있었는데 문제점을 분석, 개선할 계획입니다.”

-정치적인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 관계가 경색국면으로 전환되면서 과거와 같은 식량이나 비료 등의 지원이 줄어들거나 중단된 상태입니다. 주무부서 장관으로서 남북 경색을 풀기 위해 북한에 대한 지원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쌀이나 비료, 농약 등의 지원과 개성공단은 차이가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외부와 폐쇄돼 있지만 쌀 등의 지원은 북한 주민과의 접촉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말이지요. 그러다 보니 북한에서 지원을 꺼려하는 눈치입니다. 북한 고유의 농법이나 기본질서가 남한의 지원 물자나 기계, 기술로 인해 흐트러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교시’ 이런 것들을 앞세우곤 하지요. 남한에서 북한에 ‘시범 농장’ 운영을 제안한 적도 있는데 북한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수입 쇠고기 안전성 믿을 수 있어

-지난해 국내 최대 이슈 중 하나가 쇠고기 수입 문제였습니다. 결국 수입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 국민 건강에 위험 요소는 없는 듯 하지만 앞으로 안심해도 될까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계기로 수입육에 대한 검역 및 안전관리 체계를 보다 업그레이드했습니다. 해외 정보 수집, 샘플링 비율 향상 등 검역을 강화시켜 부적합한 쇠고기는 철저히 차단합니다. 또한 쇠고기 이력제,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수입 쇠고기 유통 이력관리제도 시행으로 투명한 유통구조를 정착시키고 있는 만큼 안전정은 걱정 안 해도 됩니다.”

-한우 가격이 수입 쇠고기에 비해 평균 3배 정도 비싼데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을까요. 한우 가격을 낮출 방안은 세우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쇠고기가 수입되면 소값이 폭락하고 한우 판매량도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소값은 최근 3~4년 내 가장 비싸고 한우 판매량은 기존 46% 대에서 50% 대로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원산지 표시와 유통 이력관리제 시행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합니다. 한우 가격을 수입산의 2배 정도로 낮춰 경쟁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한우산업발전대책을 마련, 추진 중입니다.”

-한우 가격이 수입산의 2배 정도로 낮아진다면 한우 농가의 수입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한우 생산과 유통 과정의 비용을 줄인다면 가격을 수입산의 2배까지 낮추는 것이 가능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시장점유율이 60~70% 대로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농가 수입이 줄어들 위험은 없습니다.”

일본산 ‘와규’보다 맛있는 한우 수출 준비할 때

장 장관은 일본산 쇠고기인 ‘와규’를 예로 들며 한우의 품질을 향상시켜 수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와규는 임진왜란 때 일본이 조선의 소를 데려가 개량했다는 설이 있는데 미국 뉴욕 등지에서 미국산보다 10배나 비싼 가격에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한우 맛을 본 외국인 중에는 한우가 와규보다 더 맛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교육 관련 질문입니다. 농촌 군 단위 지역은 아직도 교육 환경이 도시에 비해 열악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대에서 농어촌 특별 전형을 실시해 가급적 모든 군에서 서울대 합격생이 나오도록 특례를 실시하고 있는데 농식품부에서 농촌 지역 학생들을 위한 지원책을 세우고 계신지요.
“농촌이 도시에 비해 교육환경이 불리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꼭 서울대에 가야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현재 지식기반을 갖춘 ‘맨 파워’ 육성을 위해 9개 도에 하나씩 농업 마이스터대학을 운용 중이며 4년제까지 공부할 수 있는 고등교육기관입니다.”

-장 장관께서는 농식품부 장관이 되기 전 국가청렴위 사무처장으로 계셨습니다.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공직사회가 청렴하다고 생각하는지요.

“우리나라의 청렴도는 세계 12~15위인 경제규모에 비하면 부패인식도는 세계 40위에 머물면서 아직도 낮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2003년 4.3에서 지난해 5.6으로 향상되는 등 청렴도가 나아지는 추세입니다.”

“농협과 수협 개혁으로 농어업인 이익 증대시키겠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를 들려주십시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신다는 말도 들리던데요.
“(웃으며) 농업을 한 단계 올려놔야 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 체신부가 정보통신부로 바뀌면서 IT분야를 급성장시켰던 전례가 있지 않습니까. 현재 농식품부가 담당하고 있는 식품 분야는 정통부의 IT에 해당합니다. 농식품부는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의 핵심부서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농경과 자연 보존을 접목시켜야 할 것이고 농협과 수협의 개혁으로 농어업인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터전을 닦는 일도 저의 비전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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