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포이동 화재 “꼬마야, 너 잘못이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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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포이동 화재 “꼬마야, 너 잘못이 아니란다”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1.06.22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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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불을 지른 아이는 자신이 한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듯 했다. 얼마의 미안함이 있을 뿐, 아직 어떨떨하다. 실수로 한 건데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속상하긴 속상하다고 한다. 가방이 불타 학교를 못가고, 돈이며 귀중품들이 없어져 속상하다고 한다. 자신이 키우던 사슴벌레애벌레가 죽어 속상하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어쩌면 그 아이의 눈에 불타 허물어진 마을은 이전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 포이동 266번지.

아이의 실수로 불이 났다고 한다. 언론에 화재 원인이 발표되던 13일 저녁까지도 몇몇 주민들은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재를 주민들을 내쫓기 위한 정부당국의 고의적 방화로 생각하는 듯 했다. 아이의 잘못을 몰랐다면, 정부의 소행으로 생각하는 것이 주민들에게는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피해의식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피해의식이 생긴 원인은 어디 있을까. 그동안 정부로부터 당했던 배신, 외면, 그것들이 이들로 하여금 정부를 의심하게 했고 피해의식을 갖게 했다.

설령, 아이의 실화를 알고도 당국의 방화라 했다 한들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진실을 말할 때 사회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을까?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줄까? 거짓말을 해도 달라지는 게 없지만 그렇게라도 해야만 했던 이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누가 이들을 욕할 수 있을까.

금방 밝혀질 순진한 거짓말로 고작 살 수 있는 집을 요구했다 한들 노동자를 등쳐먹으며 가족 일가의 재산을 부풀리는 어떤 대기업 총수들과 비교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그들을 용납하고 대우하는 사회가 포이동 주민들을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이 죄라고 한다면,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부모의 죄에 연좌제가 적용 돼는 것은 과연 어떤 논리인지를 묻고 싶다. 
 
이 세상을 경험한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어린 아이, 하얀 얼굴에 웃음을 띠던 아이가 검은 잿더미 위를 걸을 때 혹시라도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느꼈을까,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꼬마야, 너 잘못이 아니야. 과학 실험이 하고 싶어 나무젓가락에 놓았던 작은 불.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라면 힘없이 꺼질 수 있는 그 불길이 75가구를 태울 때까지 30년을 방치한 이 사회의 잘못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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