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값등록금 집회 … “누가 이들을 막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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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반값등록금 집회 … “누가 이들을 막으랴”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1.06.30 0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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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29일 저녁,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춤판이 벌어졌다. 뜨거운 노래 소리에 맞춰 20대 젊은이들이 벙벙 뛰어댄다. 소리를 외친다.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다. 누가 이 모습을 시위 현장이라고 말할까. 집회 허가를 받지 못한 청년들은 ‘문화제’를 즐기고 있다. 단, 뛰는 젊음 속에, 열정 속에 막연한 광기가 아닌, 하나의 소망이 담겨있다.

‘반값등록금’ 촛불집회가 오늘로 32일째를 맞았다. ‘6.29 제4차 국민촛불행동’에는 한대련, 등록금넷을 비롯한 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연합했고 학생과 시민 5000여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1500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야당 인사들도 어김없이 자리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그 옆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 등 많은 야당 인사들이 얼굴을 보였다. 이들은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며 ‘반값등록금’ 오행시를 지어보이는 등 한 층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집회를 이어갔다.

반값등록금 집회는 여러 시민단체와 정계의 지지를 받고 ‘날라리 선배’ 등의 자금지원을 받으며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국민적 지지도 90%에 육박해 반값등록금에 대한 범국민적 뜻을 확인했다. 그러나 역시 적지 않은 이들이 집회를 비판하고 있다. 반값등록금 촛불집회는 인기영합주의, 포퓰리즘이라고. 어리석은 학생들은 정치인들의 선심성 공약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사회현상을 정치공학적으로 계산하는 머리만 있을 뿐 아파하는 이들의 신음소리를 듣는 가슴이 없는 사람들. 학생들을 정치인의 손에 놀아나는 미숙한 존재로만 보는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교수의 표현을 빌어 ‘남아엄마강’을 열심히 배출해내는 집단 아닌가. 남아는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남아당자강’은 온데 간데 없고 남아는 엄마가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남아엄마강’의 사회.

좀 산다는 엄마들은 우파식 교육으로 자식들을 엄마 치맛자락에 덮어 놓으니, 그네들 눈에 자기 자식은 엄마 없이 아무것도 못하는 어린아이일 뿐이다. 그러니 남의 집 자식들도 어른들 손에 놀아나는 '찌질이'로 보일 수밖에.

한국인의 애국심을 돋우는 우리의 ‘유관순 누나’는 18세의 나이에 일본을 상대로 3.1운동에 앞장섰다. 1960년대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분신 자결한 전태일 열사는 자결 당시 그의 나이 22세였다. 지금의 대학생이 과연 어린 나이인가. 생각해 본다.

물론 포퓰리즘을 외치는 사람들의 주장처럼 야당 의원들의 진정성이 없을 수 있다. 분명 시민단체건 정계인사들이건 모두가 한결같이 진실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것이 학생들의 어수룩함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 터,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학생들 관계에 굳이 ‘이용’이란 단어를 끌어들여 표현하자면 오히려 학생들이 정치인들을 이용하는 쪽이 아닌가 싶다.

학생들은 야5당 의원들과 시민단체 인사들을 철저히 그들 편으로 만들어버렸다. 야당 인사들은 학생들에게 ‘이용’당해 반값등록금을 힘차게 외치고 있다. 그 중 진정성 없이 실언한 정치인들은 향후 그들의 정체가 들어날 때, 바로 오늘의 말이 그들을 질책하게 하는 화근이 될테니. 좋든 실든 반값등록금에 발목 잡힌 격이다.

우리의 청년들, 불법요소를 피해 문화제를 열고 각계 인사들을 자기편으로 모았다. 이제 시민단체와 야당과 학생들이 연대해 반값등록금을 위한 대책위 구성을 추진 중이다. ‘이뤄져야 할 것’을 이루기 위해 똘똘하게 움직인다. 여기에 하나 더, 반값등록금 집회에 자주 등장하는 노래가 있다.

대학생 밴드 ‘공감’의 노래 ‘하나가 된다면’이다. 이들은 알고 있다. 이들이 외치고 요구하는 것, 하나가 된다면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국회에서 주먹다짐만 하다 나라에 필요한 일도 못하시는 어르신들, 그들이 당하지 못할 지혜가 우리 청년들에게는 있다. 서로 웃으며 하나되는 학생들, 누가 이들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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