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뒤집어놓은 나경원, 무엇을 노렸나?
스크롤 이동 상태바
국회 뒤집어놓은 나경원, 무엇을 노렸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3.13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정부와 각 세우며 일대일 구도 형성…일각서는 ‘성공적 연설’ 평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시사오늘 김승종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시사오늘 김승종

나경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연설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이해찬 대표가 ‘국가원수 모독죄’까지 거론하며 국회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완벽히 의도된 전략적 발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당 지지율이 30%를 돌파하며 민주당과 균형을 맞춘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는 발언을 쏟아내 완벽한 ‘일대일 구도’를 만들려 했다는 분석이다.

지지율 30% 돌파…자신감 얻은 한국당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수행해 1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자유한국당 정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6%포인트 오른 30.4%로 나타났다. 한국당 지지율이 30% 이상을 기록한 것은 ‘국정농단 사태’ 직전인 2016년 10월 2주차(31.5%) 이후 처음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당이 지지율 30%를 돌파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24.0%의 득표율을 얻었다. ‘갈 지(之)자’ 행보를 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홍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의 과오(過誤)를 그대로 짊어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 24.0%는 ‘강고한 한국당 지지자’로 분류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5·18 망언’ 직후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실시해 1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한국당은 전주 대비 3.2%포인트 하락한 25.7%를 기록했다. 25%±α는 ‘웬만해서는 한국당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을’ 지지자라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전문가들이 지지율 30% 돌파 여부에 집중한 것도 25%±α가 흔들리지 않는 고정 지지층이라는 데서 연유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당이 지지율 30% 벽을 넘어선 것은 상징성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차범위를 감안하더라도, 30%는 꾸준히 한국당을 지지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등을 돌렸던 사람들까지도 조금씩 한국당에 관심을 보인다는 징후다.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제1과제인 ‘외연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신호인 셈이다.

보수 결집 시동…나경원 연설이 촉매제 될까

이처럼 보수가 한국당을 구심점으로 조금씩 결집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을 ‘촉매제’로 활용했다는 해석이다.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난함으로써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통해 보수 유권자들이 한국당을 ‘반문(反文) 연대’의 본진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정치적 전략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13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나 원내대표의 연설은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전략, 황교안 체제 출범 이후 자신들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3주 앞으로 다가온 4·3 보궐선거가 모두 문재인 정부에 비판 여론이 높은 영남(통영고성·창원성산)에서 치러진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지적이다. 앞선 3월 11일자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보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의 문재인 대통령 긍정평가는 36.5%로 부정평가(58.5%)보다 22%포인트나 낮았다. 만약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이 한국당에 표를 던진다면, 두 지역 석권(席卷)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는 수치다.

요컨대 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한국당을 반문 연대의 중심으로 포지셔닝(Positioning)함으로써 ‘민주당 대 한국당’ 일대일구도를 형성, 보궐선거까지 대비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12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는 “오늘 나 원내대표 연설은 ‘보수층아 모여라’라는 메시지였다”며 “솔직히 지금까지는 당내에서 나 원내대표에 대한 평가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오늘 그걸 한 방에 뒤집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13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도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된 강경 발언이었다고 본다. 일대일구도를 만들어서 영남에서 반문재인, 반민주당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를 유도한 것”이라며 “거기다 어제 연설 이후 5·18 망언 문제는 쏙 들어갔으니 굉장히 성공적인 연설 아니겠느냐”고 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