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요즘 애들’의 삶이 팍팍한 이유…‘공감’ 없는 일자리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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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요즘 애들’의 삶이 팍팍한 이유…‘공감’ 없는 일자리 정책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05.07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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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정부는 ‘무엇을’ 실패?…방향 아닌 ‘공감’
수요자(청년)가 공감할 수 없는 54조원짜리 정책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이 지난 4월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달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이 지난 4월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달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3평 남짓한 작은 미니텔에 J(여·22)가 있다. 지방에서 상경해 생활비를 벌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J는 매일 밤 생각했다. ‘언제쯤 이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하고. 그날 하루도 알바에 공부에 지친 하루였지만, 불안한 미래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와 카카오 같이가치 팀이 발간한 <대한민국 행복 리포트 2019>에 따르면, 20대(5.06점)와 30대(5.12)의 행복도가 가장 낮았다. 2018년 한국의 연령별 안녕 지수는 20·30대를 꼭짓점으로 10대(5.75)와 60대(6.03)에 가장 높은 U자형 곡선을 그리는 형태다.

청년세대의 행복 지수가 유독 낮은 이유는, 지난 3월 27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대 청년 심리·정서 문제 및 대응 방안 연구>를 통해 추측해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20대 청년 세대 내 심리·정서 문제는 특히 구직 중인 미취업자가 심각했는데, 미취업자 중 10명 중 3명(29.2%)은 최근 6개월 내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일자리 정부는 ‘무엇을’ 실패했는가?…방향 아닌 ‘공감’ 실패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20·30 청년 세대의 가장 큰 고민이자 행복 지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 정부’를 내세웠다.

정부는 2017년 17조 원, 2018년 19조 원으로 본예산 36조 원과 2차례 추가경정예산으로 14조 8000억 원, 일자리 안정자금 3조 원 등을 합쳐 약 54조 원을 일자리 정책에 투입했다. 지난 2일에도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청년정책을 총괄할 기구를 설치한다고 발표, 여전히 정부는 일자리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3월 12일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는 자명하다”며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이고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헌정 농단 경제정책”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비판과는 달리 국민들은 정부가 제시한 경제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다만, 청년들은 54조 원짜리 일자리 정책을 몸소 체감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봤다.

이와 관련 tbs 의뢰로 <리얼미터>가 2018년 8월 30일에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3축 경제정책과 지속가능한 일자리확대 정책에 절반(49.0%)은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에 소재한 대학을 졸업한 취준생 김모 씨(남·28)는 2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찾아보면 괜찮은 청년정책이 꽤 있는 걸 보면 정부가 노력하는 것 같긴 하다”며 “다만 정책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허점이 있고, 그 부분에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상복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장이 지난 3월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업 준비중인 청년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시행하고 오는 25일부터 첫 신청을 받는다고 밝히고 있다.ⓒ뉴시스
이상복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장이 지난 3월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업 준비중인 청년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시행하고 오는 25일부터 첫 신청을 받는다고 밝히고 있다.ⓒ뉴시스

수요자(청년)가 공감할 수 없는 54조 원짜리 정책

대구에서 졸업유예 중인 또 다른 취준생 전모 씨(여·24)는 같은 날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는 최근에 가장 핫(hot)했던 정책으로, 미취업자들에게 월 50만 원씩 6개월간 최대 300만 원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의 대상자는 졸업·중퇴 이후 2년 이내인 청년들로 한정됐다는 문제가 있다.

그는 “취준(취업준비)을 위해 졸업을 유예했는데, 아이러니하게 그 이유 때문에 취업을 위한 지원금을 신청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양정승의 논문 <노동시장상황과 대학생의 졸업유예 결정>에 따르면 “졸업한 상태로 구직활동 시 불리하다는 인식 때문에 졸업유예 등으로 학교를 떠나지 않고 있다”며 “졸업유예는 일반대학(15.9%)에 비해 상위10개 대학은 31.0%로 약 2배 정도 졸업 유예율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약 30%의 졸업 유예율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취준생 중에서도 졸업유예 중인 취준생이 훨씬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2018년 4월 11일 취준생을 대상으로 ‘취업 준비 중 알바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 달 생활비 평균 56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66.8%가 취업준비와 알바를 병행하고 있다고 집계됐다.

하지만 졸업 유예를 할 경우 초과 학기에 대한 추가적인 교육비 지출이 동반되기 때문에, 취준생 한 달 생활비 평균 56만 원에 더해 1~3학점 기준 등록금액의 1/6에 해당하는 등록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졸업 후 얼마 전까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포기한 취준생 박모 씨(남·29)도 마찬가지다. 실질적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음에도, 졸업한지 2년이 넘었다는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처럼 20·30 청년들은 정부가 제공한 일자리 정책이 괜찮은 포장지로 싸여있어 관심을 갖다가, 막상 포장을 풀고 보니 실속 없는 알맹이뿐이라 돌아서고 만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많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이 필요한 부분을 잘 캐치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수요자(청년)’에게 맞는 정책 수정을 제안했다.

이규용(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의 발표 내용을 정리한 <청년층 일자리 정책 : 쟁점과 과제>는 ‘공급자 중심의 인력양성 정책 추진’을 문제점으로 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일자리 창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수요자 요구에 부합하는 다양한 형태의 금전적·비금전적 방식의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격차해소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논문 서준교·김용현·이성근의 <청년일자리정책의 취업 및 임금 효과분석>에서도 “주기적인 수요자분석과 사업효과분석, 피드백을 통한 정책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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